반기문 총장 "이해찬, 존경하는 분… 만나지 못해 서운"
반기문 총장 "이해찬, 존경하는 분… 만나지 못해 서운"
  • 신혜영 기자
  • 승인 2016.06.09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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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기회 되면 만나겠다"… 이 전 총리 "더 이상 할말 없다"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위)과 '친노'(친노무현) 좌장격인 무소속 이해찬 의원(아래). ⓒ연합뉴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친노(親盧)진영 좌장 격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의 면담이 무산된 데 대해 "서운하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8일(현지 시간) 오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출입기자협회(UNCA) 회원명부 배포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해찬 전 총리와의 만남을 기대했는데, 만나지 못해 서운하다"면서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만나 뵙겠다"고 밝혔다.

반 총장이 이 의원과의 면담 취소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힌 건 처음이다.

반 총장은 면담이 취소된 이유에 대해 "이 전 총리가 바쁜 일이 생겼는지, 서운한 일이 생겼는지는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또 이 전 총리를 "깊이 존경하는 분"이라고 표현했다.

외교통상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에 총리로 모시고 내각에서 같이 일했으며, 자신이 사무총장으로 출마했을 때를 포함해 이 전 총리가 많이 도와주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국회의장이나 정당 대표가 방문했을 때는 사무실에서 잠깐잠깐 만났지만, 그동안 한국의 정치인들을 잘 만나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이 전 총리는 특별한 분이니까 만났으면 좋았는데, 그렇지 못해 서운하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반 총장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이날 저녁 미국 뉴저지 주의 한 호텔에서 열린 '노무현 재단'의 뉴욕·뉴저지 지역 교민간담회에서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 전 총리는 기자들의 질문에 "(반 총장과의 면담) 취소 이유는 어제 다 얘기했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반 총장과 이 전 총리는 이날 오후 유엔본부에서 차를 한잔할 예정이었으나 하루 전인 7일 오후에 갑자기 취소됐다.

취소된 이유와 관련해 이 전 총리 측은 비공개였던 면담의 성격이 변해 취소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회동이 취소된 데는 반 총장과 친노 인사들 간 뿌리 깊은 '갈등'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친노 인사들이 반 총장을 비판하는 배경에는 '우리가 유엔 사무총장을 만들어줬는데 배신당했다'는 정서가 작용하고 있다.

반 총장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12월 1일 봉하마을을 찾았지만 "참배 사실을 비공개로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이번에 미국을 방문하기 전 이 전 총리도 노무현재단에 전화해 "반 총장이 봉하를 참배한 시기가 정확히 언제인지 확인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반 총장은 9일 오전 11시(한국시간 9일 자정) 뉴욕 유엔본부에서 유엔출입기자들과 최근 국제 현안들에 대한 기자회견을 갖는다.

이 자리에서는 반 총장의 퇴임 후 계획과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과 이에 대한 반 총장의 답변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신아일보] 신혜영 기자 hyshi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