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태평양사령관 "사드 한반도 배치, 한미동맹이 결정"
美태평양사령관 "사드 한반도 배치, 한미동맹이 결정"
  • 연합뉴스
  • 승인 2016.01.31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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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일방이 아니라 동등하게 결정"…한·미 사드배치 협의 착수 주목
▲ 해리 해리스 미국 태평양사령관. ⓒ연합뉴스

해리스 미국 태평양사령관은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에 대해 "한·미 동맹이 결정할 사항"이라며 "중국이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것은 그저 흥미로울 뿐"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아시아·태평양지역을 군사적으로 관할하는 해리스 사령관은 지난 25일(현지시간) 하와이주 펄 하버(진주만)에 위치한 태평양 사령부에서 연합뉴스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사드 배치 결정은 어느 일방이 아니라 한국과 미국이 동맹 차원에서 동등하게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주한미군·주일미군 사령부를 예하에 둔 태평양 사령관이 한국 언론매체와 인터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리스 사령관은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할 것이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것은 물론 심지어 사드 배치에 대한 협의에 착수할 것이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것조차 아직 발표되지 않은 한·미 동맹의 결정사항(alliance decision)"이라고 말했다.

해리스 사령관은 이어 "우리가 한국에 요청을 한다고 해서 이뤄지고, 한국이 우리에게 요청을 한다고 해서 이뤄지는 결정이 아니다"라며 "한국과 미국이 양자적으로 결정할 문제"라고 거듭 강조했다.

해리스 사령관은 "나는 미국 의회에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지지한다는 의견을 냈고, 사드 배치의 유용성이 있다고 믿는다"며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 나의 개인적 견해이며 사드 배치 결정은 한국과 미국이 공동으로 결정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중국이 사드 배치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을 보이는 것은 그저 흥미로울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 같은 언급은 한·미 양국이 가까운 미래에 중국의 반대와는 무관하게 동맹 간 논의 메커니즘을 통해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한 공식 협의에 착수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해리스 사령관은 북한의 4차 핵실험을 거론하며 "북한이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최대 위협이자 본능적이고 실제적인 위협"이라며 "특히 북한 정권은 핵탄두를 소형화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추구하고 있어 한반도에 위협이 될 뿐만 아니라 일본과 하와이를 비롯한 미국 본토에도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는 지금 포커 게임을 하는 게 아니다"라며 "북한이 핵무기 소형화에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거나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할 가능성이 없다는 가정을 하면서 미국 본토 방어의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밝히고 "나쁜 결과가 일어날 것에 대비해 행동할 준비가 돼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대처와 관련해 그는 "지난주 핵항모인 존 스테니스호(號)를 서태평양에 출동시킨 것은 전략자산의 추가 배치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앞으로 미국의 추가 전략자산을 한반도와 지역 내에 적절히 병용 배치하는 것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언급은 대북 억지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한반도에 전략자산을 추가로 배치할 것임을 공식으로 확인한 것이다. 해리스 사령관은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인 지난 10일 B-52 전략폭격기를 출동시켜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하는 확장억지 능력을 과시한 바 있다.

스테니스 호는 지난주 미국 워싱턴 주 브리머턴의 킷샙 해군기지에서 출항해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의 전투단과 타격단, 항공단을 대동하고 서태평양으로 출동했으며 한국, 일본과의 공동훈련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해리스 사령관은 설명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전략을 진두지휘하는 그는 "재균형 전략의 핵심은 규범에 근거한 국제질서를 수호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한·미·일이 3자 간 정보공유를 강화하고 각국의 군사적 역량에 부합하는 공동훈련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일 3국은 이지스 구축함과 같은 시스템을 공유하고 있으며 북한이라는 동일한 위협에 직면해있고 중국으로부터도 같은 도전을 받고 있다"며 "3국이 군사적으로 긴밀히 협력하는 것은 작전상 자연스럽다"고 강조했다.

이어 3자 간 협력분야에 대해 "수색·구조와 인도주의적 지원, 재난대응을 위해 협력하는 한편으로 3국 간에 탄도미사일 방어 역량에 초점을 맞춘 훈련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해리스 사령관은 "우리는 지금 한·미·일 3자 협력을 꾀할 수 있는 환경과 토대를 구축하기 위한 정지작업을 하고 있다"며 "다음 달 원격 화상회의 형식으로 진행되는 3국 합참의장 회의가 바로 그것"이라고 밝히고 "앞으로 한·미·일 3국이 아·태지역 내에서 공동작전을 펴는 상황을 계속 지켜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리스 사령관은 "한국이 앞으로 지역과 국제사회 무대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는 한국 스스로의 결정에 달려있다"며 "한국은 이미 글로벌 플레이어로서, 지금 해적 퇴치와 에볼라 대응, 평화유지 활동에 광범위하게 참여하고 있으며 미국은 이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한국전 참전용사를 부친으로 둔 해리스 사령관은 새뮤얼 라클리어 전임 사령관의 뒤를 이어 지난해 5월부터 태평양 사령부를 이끌면서 오바마 행정부의 간판 대외정책 어젠더인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전략을 진두에서 지휘하는 인물이다.

1947년 1월 창설된 태평양사령부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규모가 큰 통합전투사령부로서 미국의 서해안에서부터 인도양에 이르기까지 지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1억 제곱마일의 아시아·태평양지역을 관할하고 있다.

태평양 사령부 내에는 태평양함대를 비롯한 해군은 물론 육군과 공군, 해병대, 특수작전부대 등 미군 전체의 기능이 통합적으로 들어와있으며 주한미군사령부와 주일미군 사령부를 예하에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