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팔년도 추억 '응답하라 1988'… 그 시절로의 시간여행
쌍팔년도 추억 '응답하라 1988'… 그 시절로의 시간여행
  • 온라인뉴스팀
  • 승인 2015.11.08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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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회 시청률 6.7%… 이미연, 혜리 성인 역으로 깜짝 등장
 

1988년은 ‘쌍팔년’이라고 불러줘야 제맛이다.

당시 담배는 ‘팔팔’이 최고였고 한강 남쪽을 끼고 달리는 자동차전용도로에는 ‘팔팔올림픽대로’라는 이름이 붙었다. 여기에 ‘88꿈나무’라는 표현을 적절히 구사하면 그 시절을 온몸으로 관통했다는 증거가 된다.

이 모든 ‘현상’은 1988년 9월17일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성대한 개막식을 한 ‘88서울올림픽’ 때문에 일어났다. 하늘엔 조각구름 떠 있고 강물엔 유람선이 떠 있던 27년 전의 서울에서는 “손에 손잡고”가 울려퍼졌다.

지난 6일 밤 첫선을 보인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은 바로 그때 그 시절로 시청자를 순간 이동시켰다. 첫회의 시청률은 6.7%(이하 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순간 최고 시청률은 8.6%로 집계됐다. 케이블·위성·IPTV 통합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하며 ‘응답하라’ 시리즈의 명성을 이어갔다.

 

“스마트폰도, 인터넷도 없던 그 시절 우리는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냈을까”라는 배우 이미연(이미연은 1988년 가장 인기가 있던 청춘스타였다)의 부드러운 내레이션으로 문을 연 드라마는 정이 넘치고 꿈이 커갔던 서울 도봉구 쌍문동의 한 골목을 중심으로 다섯가족의 면면을 소개했다.

‘꽃보다’, ‘삼시세끼’ 시리즈 이전에 tvN의 대표 얼굴이 됐고 전작인 ‘응답하라 1997’(2012)과 ‘응답하라 1994’(2013)의 성공에 힘입어 시청자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등장한 3탄 ‘응답하라 1988’은 첫회 ‘손에 손잡고’에서 바로 시청자를 추억의 도가니에 빠트렸다.

88서울올림픽 이면에 자리한 철거민의 눈물과 노동자의 고통, 사회의 온갖 부조리와 정권의 비리는 화면에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지나간 것은 모두 아름답다’고 믿게 만드는 최면가스로 화면을 가득 채우며, 아직은 인심과 정이 넘쳐나던 시절 ‘팔팔’했던 17살 고등학생들의 시선으로 1988년을 돌아본다.

변진섭과 이문세의 노래가 울려퍼지고 ‘영웅본색’으로 대표되는 홍콩영화 신드롬이 일어났으며 고등학교 한 학년 동급생이 보통 1500명이 됐던 그 시절에는 식구가 많아 후라이드 치킨은 물론이고 계란 후라이도 늘 모자랐다.

생크림 케이크가 등장하기 이전에 버터 케이크가 있었고 월드콘이 무려 300원으로 출시돼 ‘경악’하던 시절이었다.

드라마는 ‘응답하라’ 시리즈의 명성에 걸맞게 ‘깨알 복고’의 재미와 감동에 대한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다. 비디오 테이프로 TV를 녹화하고 카세트 테이프로 가요를 늘어지게 듣던 주인공 학생들의 엄마들은 미장원에 나란히 가서 ‘빠마’(퍼머)를 한 후 저마다 보자기를 둘러쓰고 집으로 돌아와 두어 시간 콩나물과 멸치를 다듬다 다시 미장원으로 가서 보자기를 풀었다.

골목길에는 시멘트로 만들어진 사다리꼴 모양의 쓰레기통과 동네 사람들이 오순도순 둘러앉는 평상이 있었고 보온밥통이 아직 널리 보급되지 않던 시절이라 여전히 냄비에 지은 밥을 이불 밑에 넣어두고는 했다.

전작들과 가장 달라진 점은 주인공 가정의 식구가 늘어났고 가정 형편이 쪼그라들었다는 점이다.

‘응답하라 1997’의 성시원(정은지)과 ‘응답하라 1994’의 성나정(고아라)은 모두 중산층 가정의 외동딸이었다. 심지어 날 때부터 외동이 아니라, 성시원은 대학생 언니를 교통사고를 잃었고, 성나정은 어린시절 오빠를 병으로 잃은 뒤 뒤늦게 외동이 됐다는 슬픈 사연을 공통점으로 안고 있었다.

그러나 ‘응답하라 1988’의 성덕선(혜리)은 ‘징글징글한’ 3남매의 둘째다. 그것도 전형적인 ‘둘째의 설움’을 제대로 보여주는 캐릭터다. 언니는 이기적이고 도도한 서울대생이고 동생은 ‘귀한’ 사내아이다.

그 사이에 낀 성덕선은 전교 999등의 ‘특공대’(특별히 공부 못하는 대가리)로, 어쩌다 후라이드 치킨을 먹는 날이면 닭다리는 언니와 남동생에 치여 맛도 못보는 처지다.

여기에 1997년과 1994년에는 각각 프로 야구팀 코치였던 성동일은 1988년에는 한일은행에 다니는 화이트칼라로 변신했지만 빚보증을 잘못 선 덕분에 다섯 식구가 반지하에 세들어 사는 신세가 돼버렸다.

한푼이 아쉬운 집안의 서러운 둘째 딸 성덕선은 그러나 예쁜 외모와 이름만큼 착한 심성, 특유의 깡을 무기로 잘 큰 모양이다.

이미연이 내레이션뿐만 아니라 마지막 장면에서 27년 후 오늘의 ‘성공한’ 성덕선으로 등장해 깜짝 재미를 안겨줬다. ‘응답하라’ 시리즈가 주인공의 어제와 오늘을 다른 배우로 캐스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미연은 성덕선과 같은 1971년생으로 올해 마흔다섯이다.

드라마는 전편들과 마찬가지로 주인공 성덕선의 현재 남편이 ‘그 시절 친구들’ 중 과연 누구인지에 물음표를 둔 채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신아일보] 온라인뉴스팀 web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