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코피노' 한국인 아빠에 양육비 책임 판결
법원, '코피노' 한국인 아빠에 양육비 책임 판결
  • 김가애 기자
  • 승인 2015.06.09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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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에게 이미 배우자 있어 사실혼·혼인예약 관계는 아냐"

필리핀에서 한국인 아버지와 필리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버림받은 아이들을 일컫는 '코피노(Kopino)'에게 한국인 아버지가 양육비를 지급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가정법원 가사3단독 김수정 판사는 필리핀 여성 A씨가 한국인 남성 B씨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A씨의 아이가 B씨의 친자임을 확인하고 B씨에게 아이가 성년이 될 때까지 양육비로 매월 30만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9일 밝혔다.

한국에 배우자와 자녀들이 있는 B씨는 업무상 필리핀에 자주 출장을 다니다 2010년 8월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고 있던 필리핀 여성 A씨를 만나 가깝게 지냈다.

그러다 2012년 8월 A씨가 임신을 하게됐고 B씨는 더 자주 필리핀을 오갔다. 이듬해 5월 A씨의 출산예정일에 맞춰 현지를 방문하기도 했고 아이가 태어난 뒤 백일잔치에 참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무렵 B씨가 한국에 있는 배우자에게 이 아이의 존재를 털어놓으면서 큰 분란이 일었고 B씨는 더이상 필리핀에 연락하거나 방문하기 어려워졌다.

2012년 6월부터 2년가까이 정기적으로 A씨에게 총 9353달러(약 1000만원)를 송금했지만 이것도 끊겼다.

A씨는 한국 법원에 B씨를 상대로 아이 양육비 4000만원과 위자료 5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에 B씨는 배우자의 반대로 연락하거나 돈을 주기 어렵겠다고 하자 A씨가 먼저 관계를 단절했다고 주장하면서 아이를 한국에서 키울테니 친권자와 양육자를 지정해달라는 맞소송을 냈다.

김 판사는 A씨가 낳은 아이의 친부를 B씨로 인정하고 B씨에게 양육비를 지급하라고 명했다.

양육비에 대해서는 "필리핀 물가, 경제 상황, A씨가 양육에 주로 전념하고 향후 안정적 직업을 갖기가 쉽지 않아 보이는 점, 이미 송금한 액수 등을 종합하면 월 30만원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양육비를 일시금으로 달라는 A씨의 요구에는 그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고 오히려 돈이 다른 용도로 사용될 위험성도 있어 보인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B씨에게 이미 배우자가 있었던 점 등을 들어 A씨와의 관계가 사실혼 또는 혼인예약 관계는 아니라고 보고 위자료 청구는 기각했다.

코피노에게 양육비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처음 나온 건 지난달 28일이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가사2단독 주진오 판사는 1995년부터 2001년까지 필리핀 여성과 동거하면서 두 아들을 낳은 남성(45)에게 "아이가 성년이 될 때까지 매달 양육비 50만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ga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