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 금연광고' 정부 구상, 현실 장벽에 수위 낮춰
'충격적 금연광고' 정부 구상, 현실 장벽에 수위 낮춰
  • 오규정 기자
  • 승인 2014.06.1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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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일보=오규정 기자] 흡연의 폐해를 생생하게 묘사한 금연광고를 통해 금연 분위기 확산을 도모하려던 정부의 구상이 현실의 장벽에 부딪혀 수위가 조절되는 양상이다.

보건복지부는 애초 흡연폐해를 직접적으로 고발한 외국의 금연광고와 같은 '강도 높은' 금연광고를 만들어 TV와 영화관, 유튜브 등 각종 온·오프라인 매체를 통해 내보내려고 했다. 이를 위해 광고 대행업체를 선정하고 광고제작에 본격적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제작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에 직면했다. 광고제작사는 다소 불쾌감을 줄 정도의 혐오 영상을 보고 일부 시청자가 반발해 아예 금연광고 자체를 하지 못하는 상황을 우려했다. 이에 따라 각 방송사의 공익광고팀에 사전에 문의했더니, 예상대로 만족스러운 답변을 듣지 못한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11일 "혐오장면을 1~2초로 짧게 노출하는 것은 문제없지만, 15초 안팎의 극 형식으로 길게 방송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광고 제작사와 협의해 이미 제작해놓았던 금연광고를 새로 편집하는 등 수정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편집작업이 끝나는 대로 이르면 26일께부터, 늦어도 이달 말부터 내보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침울한 사회 분위기도 금연광고의 수위를 낮추는데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세월호 침몰 사고로 전 국민이 침통해 있는 상황에서 충격 영상을 담은 금연광고를 방송하는 것은 아무래도 사회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내부 판단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흡연율을 떨어뜨리는 가장 효과적인 비(非)가격정책의 하나로 전문가들이 꼽는 적나라한 금연광고는 이번에도 애초 복지부가 계획했던 것보다 덜 충격적인 내용으로 전파를 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