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Life] 봄에도 없어지지 않는 걱정거리 ‘건조’
[날씨&Life] 봄에도 없어지지 않는 걱정거리 ‘건조’
  • 온케이웨더
  • 승인 2014.03.03 13: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습도 낮으면 아토피·건선 악화…적정 습도 40~60%
 
동장군은 퇴장하고 이제 봄처녀가 등장할 때다. 지난 24일 기상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번 겨울은 평년보다 따뜻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시베리아의 차고 건조한 공기는 서서히 물러가고 주로 봄, 가을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온난 건조한 ‘양쯔강 기단’이 동면(?)에서 깨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

봄이 찾아오고 추위가 사라지더라도 걱정거리는 남아 있다. 바로 ‘건조함’이다. 오늘도 사무실 곳곳에서 습한 공기를 내뿜고 있는 가습기는 하루 종일 쉴 틈이 없다. 따뜻한 실내도 좋지만 건조하지 않은 실내를 유지하는 것은 봄에도 유효하다. 우리의 생활 환경에서 기온만큼이나 중요한 습도에 대해 알아본다.
 
습도란 어떤 온도에서 공기가 포함할 수 수증기의 양(=포화 수증기량)에 비해 실제로 수증기가 얼마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즉 공기 중에 수증기가 포함된 정도를 의미하며 절대습도, 상대습도, 실효습도 등으로 나뉜다. 절대습도는 공기 1㎥ 중 포함된 수증기의 양을 g으로 나타낸 것. 이에 반해 상대습도는 현재 온도에서 대기가 함유할 수 있는 최대 수증기량을 100으로 했을 때 실제 대기 중에 포함된 수증기량을 수치로 환산한 것으로 대개 습도라 하면 이 상대습도를 가리킨다. 우리가 가장 쾌적하다고 느끼는 습도의 수준은 40~60%.

일반적으로 온도가 올라가면 포화 수증기량이 오르기 때문에 공기 중의 수증기 양이 같다면 습도는 내려간다. 이 상태에서 난방기를 가동하면 포화 수증기량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습도가 낮아지는, 즉 건조한 상태가 된다.

우리 주변의 공기에 관한 한 온도가 중요하지만 습도도 매우 중요하다. 적당한 습도는 호흡기 질환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쾌적한 실내 환경을 만들어 두뇌활동이나 생활 등에 활력소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겨울철과 같은 건조한 계절에는 적절한 습도 유지가 매우 중요하다.

실효습도, 기상청 ‘건조특보’ 발표의 잣대

최근엔 실효습도(實效濕度·effective humidity)가 습도의 한 종류로 자리잡았다. 기상청에서 발표하는 건조특보가 바로 이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이다. 실효습도란 화재예방을 목적으로 수일 전부터의 상대습도에 경과시간에 따른 가중치를 부여해 산출하는 것으로 건조도를 나타내는 지수다.

장기간의 건조도를 파악하는 중요한 잣대인 실효습도는 현재의 상대습도뿐만 아니라 과거의 습도값도 고려해 산출된 값으로 흡습성 물질의 실제 건조도 파악에 이용된다. 실효습도를 산출할 때 통상 당일로부터 이전 5일간의 일평균습도를 사용한다. 실효습도의 단위는 습도와 마찬가지로 정수 백분율(%)로 표시된다. 일반적으로 실효습도가 50% 이하가 되면 화재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기상청에 따르면 실효습도가 35% 이하로 2일 이상 계속될 것이 예상될 때 ‘건조주의보’를 내린다. 실효습도가 25% 이하로 2일 이상 지속될 것이 예상될 때는 ‘건조경보’를 발효하고 있다.

한편 습도가 너무 낮거나 높으면 우리 몸은 질병에 취약한 상태가 된다. 최근 미국역학저널에서 발표된 한 논문에 따르면 독감 사망률은 낮은 온도보다 낮은 습도와 연관성이 더 높다. 미국 툴레인대학 연구팀이 1973년 1월부터 2002년 12월까지 매달 359개 도시의 독감 사망률을 분석한 결과, 날씨 요소 중 낮은 습도가 독감 사망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질병 관련 전문가들은 “습도가 낮으면 외부로 노출돼 있는 코, 목 등의 점막 장벽이 약해진다. 이렇게 되면 각종 바이러스나 세균의 침투 또한 쉬워진다”며 “특히 감기 등의 호흡기 질환은 낮은 습도가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된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는 대륙과 해양의 영향을 모두 받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대륙성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유라시아 대륙 동안에 위치해 있어 같은 위도의 대륙 서안보다 여름이 덥고 겨울이 추운 전형적인 대륙성 기후다. 여름철 습한 기단의 지배를 받을 때를 제외하고는 습도가 연중 내내 높지 않은 편이다.

이렇듯 우리 주변에 공존하는 습도가 너무 낮아도, 너무 높아도 영향을 받는다. 우선 습도가 너무 낮으면 우리 피부 내 각질층의 수분 함량이 줄어든다. 피부 수분이 감소하면 피부 장벽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바이러스, 세균, 곰팡이 등과 같은 각종 유해물질이 침투해 각종 피부염을 일으킨다. 가려움이 심해져 아토피나 건선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만약 실내 습도가 30% 이하로 떨어지면 코 점막에 붙어있는 섬모의 운동이 느려진다. 섬모운동은 코로 흡입한 공기 중 먼지, 세균 등과 같은 유해물질을 내보내는 역할을 하는데 습도가 낮아 섬모 기능이 떨어지면 인후두→기관지→폐로 유해물질의 침입이 쉬워지는 것이다.

건조함을 느끼는 것은 코뿐만이 아니다. 습도가 20~30% 수준이면 눈물층이 파괴된다고 한다. 이런 경우 눈물이 없어져 각막에 상처가 생기고 오염 물질이 달라붙어 염증이 생기기 쉽다. 컴퓨터 작업 등 눈을 많이 쓰는 사람이나 눈물층이 얇은 노인, 라식·라섹 환자들은 건조한 환경에 특히 신경써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습도가 50% 이하인 날이 많은 주간이 습도가 60% 이상인 날이 많은 주간보다 독감 발병이 더 많았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습도가 낮으면 감기를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살아남아 공기 중 오래 떠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정연화 온케이웨더 기자 lotusflower@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