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인기 얼떨떨… 10년간 비축해둔 체력 이제 써야죠”
“갑작스런 인기 얼떨떨… 10년간 비축해둔 체력 이제 써야죠”
  • 고아라 기자
  • 승인 2013.11.20 1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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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1994’ 여수촌놈 해태役 손 호 준
 

‘해태’라고 알아봐 주시는 분이 갑자기 많아져서 적응이 안 돼요.”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에 ‘해태’ 역으로 출연 중인 손호준(29)은 연기 생활 10년 만에 받아본 갑작스러운 관심에 얼떨떨하기만 하다고 했다.

준수한 외모에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첫 회 등장하자마자 시청자의 시선을 붙든 이 배우가 실제로 전라도 출신에, 10년 가까이 무명 생활을 했다는 사실은 다소 놀랍다.

“얼마 전에 정말 편하게 트레이닝복 입고 세수도 안 하고 동네 마트에 장 보러 갔는데, 한 어머님 아버님이 저를 알아보시고 같이 사진 찍어달라고 하시는 거예요. 되게 당황스럽더라고요. 바나나 우유를 주시면서 ‘잘 보고 있다’고 ‘사인해 달라’고 하시는데, 기분은 되게 좋았어요. 그래도 이제 그렇게 다니는 건 조금씩 조심해야 되지 않을까 싶어요.”

행운으로 찾아온 드라마 응사 출연은 오디션을 통해 이뤄졌다. 작년 12월 군 복무를 마치고 숨 돌릴 틈 없이 오디션을 봤다.

“(신원호) 감독님이 제가 나온 영화 ‘바람’을 재미있게 보셨다고 해요. ‘응답하라 1997’ 캐스팅 때도 저에 대해 궁금해하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전 군대에 있었죠. ‘바람’에서 제가 경상도 사투리를 써서 경상도 출신인 줄 아셨다는데, 오디션에서 실은 전라도 출신이란 걸 알고 ‘해태’를 생각하셨나 봐요. 당시엔 아무것도 알려주시지 않은 채 ‘응답하라 1997’ 대본을 전라도 사투리로 바꿔 읽게 하셨는데, 그 느낌을 재미있게 봐주신 것 같아요.”

그는 극중 1994년에 대학에 입학한 해태와는 다른 세대지만, 스무 살에 서울에 처음 올라와 느낀 낯설고 두려운 마음은 100% 공감한다고 했다.

“지방에서 서울에 올라와 적응하면서 생긴 에피소드는 드라마랑 비슷한 게 많아요. 1화에 나온 지하철 장면은 제가 정말 똑같이 겪은 거예요. 저는 다른 사람 승차권을 뽑아가진 않았지만, 처음에 700원짜리 지하철 승차권이 개찰구에 넣자 다시 나오는 걸 보고, 그거 하나만 있으면 서울 어디든 다 돌아다니는 줄 알았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지하철을 많이 이용하는구나’ 했죠. 그래서 도착한 역 개찰구 앞에서 승차권을 꽂고 또 나오겠거니 기다리며 안 나가고 있었어요. 그런데 표가 안 나오니까 역무원 아저씨한테 ‘기계가 내 승차권을 먹었다’고 얘기했죠. 그분이 웃으면서 ‘지방에서 올라왔냐’고 그러더라고요. 그때 생각이 나서 이번에 그 장면 찍으면서 많이 웃었어요.”

서울에 올라와서는 광주 친구인 동방신기 유노윤호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광주 극단에서 연극을 했는데, 극단에 함께 있던 친한 후배가 윤호와 절친한 친구여서 셋이서 항상 뭉쳐 다녔어요. 윤호랑 서울에 비슷한 시기에 올라와 같이 굶고 힘든 시기도 같이 지냈는데, 윤호가 먼저 잘 됐고 이후엔 저를 많이 도와줬어요. 방송 연기를 해보지 않겠냐면서 매니저를 소개시켜줬죠.”

초등학교 시절 4년간 축구선수로 뛰기도 하고 중학교 때까지는 공부도 곧잘 했지만,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꿈은 오로지 배우였다.

“우연히 연극을 접하게 됐는데, 처음으로 재미를 느꼈어요. 연극제에 나가 상도 받았죠. 정말 뿌듯했어요. 대학 진학보다 극단 생활을 하고 싶어서 서울에 왔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았죠.”

이제 그를 찾는 영화와 드라마 대본이 많이 들어올 텐데, 뭘 하고 싶은지 물었다.

“지금 뭘 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고요, 내가 얼마나 그 배역을 소화할 수 있는지를 보고 영화든 드라마든 많이 하고 싶어요. 지난 10년 동안 많이 쉬면서 체력을 보충했으니까 이제는 뛸 일만 남았죠(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