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에서 톱스타… 다시 나락으로
매니저에서 톱스타… 다시 나락으로
  • 문경림 기자
  • 승인 2013.10.17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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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박중훈이 경험을 토대로 만든 영화 ‘톱스타’
 

감독 박중훈(47)이 영화 ‘톱스타’를 연출하면서 “실제 내가 보고 경험한 부분들을 그려냈다”고 말했다.
‘톱스타’는 성실하고 우직한 매니저 태식(엄태웅)이 대한민국 최고의 톱스타 원준(김민준)의 도움으로 톱스타 반열에 오르는 과정을 담는다. 하지만 꼭대기에 오르고 난 후의 허무함과 다시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며 ‘진짜 성공한 삶이란 무엇인가’이라는 물음을 던진다.
박 감독은 “영화감독으로서 첫 번째로 갖춰야 할 근본적 조건은 본인이 잘 아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직접 경험하거나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자기의 이야기가 될 수 있을 때 연출을 할 수 있다. 또 그 이야기를 재미있게 녹여냈는지, 마지막으로 녹여낸 이야기를 세상에 던졌을 때 가치가 있는지 생각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영화 ‘라디오스타’를 마흔 살쯤에 찍었다. 나 또한 배우 생활을 하면서 관객에게 외면을 받았을 때와 인기를 얻었을 때의 기억이 있다. 이 영화는 인기의 고저를 그린 영화는 아니지만, 실제 경험도 있고 무수히 많은 스타의 생활도 녹아들었다. 여러 모습을 과장하고 축소하면서 극화시켰다.”
첫 연출에 걱정도 앞섰다. “어젯밤에 잠도 못 잤다. 배우 때는 자기감정을 보여주는 일이었는데 감독은 자기 생각을 전달해야 한다. 감정을 보여주는 건 익숙해서 덜 긴장됐는데 생각을 보여주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 긴장이 많이 되는 게 사실”이라는 고백이다. “특히 배우 출신이다 보니 감정조절이 안 됐다. 배우들과 같이 연기하며 찍었다. 그러다 보니 우는 장면에서는 너무 힘이 들었다.”

 
그럼에도 “감독은 계속 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이 영화는 감독하기 위해서 한 게 아니라 내가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내가 배우니까 전달하는 방법이 유일하게 영화를 감독하는 것이었다. 내가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책을 썼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엄태웅·소이현·김민준이 함께했다. “김민준과 엄태웅에게는 두 가지를 주문했다. 이 영화를 찍는 동안 뇌를 꺼내서 수세미로 빡빡 긁어내 불행해지라고 했다. 이 영화 속 두 남자는 행복하지 않다. 두 사람도 그 감정을 느꼈으면 했다”고 주문했다. “소이현의 경우 두 남자 주인공에게 묻히면 어쩔까 걱정했는데 스스로 역할을 크게 만들어줬다. 고맙다”고 칭찬했다.
톱스타에 대한 정의도 내렸다. “기본적으로 대중에게 사랑받는 기간이 중요하다. 호기심이 사라지지 않는 스타에게 관심과 인기를 주게 돼있다. 좋아하는 스타의 호흡까지 알게 되는 순간 친숙함과 안정감은 느낄지언정 호기심은 없다. 그러면 또 다른 호기심을 찾아 떠나게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안성기 선배님 같은 분이 톱스타다. 또 최민식, 송강호, 장동건, 이병헌, 김혜수 등 많은 분이 있다”고 꼽았다.
박 감독은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나에게 성장통 같은 영화”라고 성찰했다. “훌륭한 배우가 되고 싶고 출세도 하고 싶었다. 앞만 보고 달리다가 이제 와서 뒤를 돌아보니 남들에게 내가 상처를 주고 있었다”고 반성했다.
원하는 관객 수에 대해서는 끝까지 함구했다. “없는 복도 빼앗아간 것 같다”며 웃었다. “한 사람 마음을 설득하기도 힘든데 수십만, 수백만 명의 마음을 가늠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관객 수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상품이기도 하니 투자한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만큼의 손익분기점은 넘겼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24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