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공사 ‘해도 손해 안해도 손해’
건설 공사 ‘해도 손해 안해도 손해’
  • <특별 취재팀>
  • 승인 2012.04.02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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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찰부터 공사 완료 후 대금 지급때까지 불공정 계약
하도급 피해로 작년 3천637개 전문건설업체 사라져


# 중소건설사 A사는 최저 공사비 23억원이 들어가는 공사를 원도급자 B사의 강요에 의해 공사 입찰을 고의로 유찰을 시키고, 3~4회 재입찰에 부쳐 원공사비에 한참 모자라는 18억6천만에 낙찰 받아, 4억4000만원의 손실을 입었다.

원도급자 B사는 입찰 전에 부족분을 추후 보상하기로 구두 약속했으나 전혀 이행하지 않고 있어, 부도 직전에 몰려 있는 상황이다.

# P사는 대형건설업체의 하도급계약서에 부당한 특수조건 등 설정으로 11억6000만원의 손해를 입었다.

공사 금액 33억원의 하도급 계약시 원도급자가 지정한 업체와 재하도급을 강요, 시공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위험부담 항목(민원처리비, 산재 처리비 등)을 견적특수조건 등에 명시하고, 내역서에는 누락시켜 비용부담을 하도급자에게 전가 시켰다.

원도급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각종 특약조건을 설정하는 등 불공정 계약으로 추가 공사비 미지급, 설계변경 미적용, 하도급대금 감액수단으로 이용했다.

# 공사대금 중 30%를 미분양아파트로 지급하는 조건 등으로 하는 불공정 계약으로 인해 중소건설사 G사는 현금 유동성 악화로 결국 부도가 났다.

G사는 공사 금액 86억6000천원의 하도급 공사를 수주했으나, 30%를 대물로 받기로한 계약과 원도급사의 압력으로 공사대금을 울며겨자먹기식으로 가족과 임직원 명의로 미분양아파트(분양가100%)로 받았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 불황으로 현금화가 안돼 하도급업체 G사는 부도가 났고, 미분양 아파트를 받은 이 업체의 가족과 임직원들은 분양대금 상환 부담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정부의 동반성장 노력에도 불구하고, 원도급자의 저가하도급 및 불공정 거래관행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45개 전문건설업체가 부도를 맞았고 2467개 업체는 경영난으로 건설업 등록을 자진 반납한 뒤 폐업했다.

또 1025개 업체는 등록을 말소당하는 등 총 3637개 전문건설업체가 없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국토해양부가 지난해 10월 ‘건설산업 공생발전위원회’를 출범해 건설산업의 공생발전을 위한 다양한 대책들을 마련했음에도 불구, 아직까지 건설현장의 불법·불공정거래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전문건설공제조합 자료에 따르면 원도급사의 불법.불공정 행위는 입찰부터 공사 완료후 대금 지급때까지 교묘하게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종합건설사들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저가수주의 부담을 하도급자인 전문건설사에게 전가하고 있고, 계약에 있어서도 하도급자에게 일방적으로 부담을 지우는 불공정한 계약조항을 통해 부당이득을 취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입찰단계에서는 저가낙찰을 유도하기 위한 고의적인 재입찰, 입찰시 타사업자의 견적금액을 알려주어 하수급인을 기만하여 하도급대금 결정, 대물변제(거래)를 조건으로 하는 입찰등과 함께 계약체결 단계에서는 불완전한 서면 교부,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 어음 및 현금비율 미만 지급으로 인한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 수의계약으로 하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직접공사비보다 낮은 금액으로 하도급 금액을 결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계약이행 단계에서는 부당감액 행위 및 부당감액금액 지연이자 미지급, 경제적 이익의 부당 요구등을 들 수 있다.

공사가 끝난후 하도급 대금 지급 때에도 선급금 지연지급 및 지연이자 미지급, 하도급대금 지연지급, 현금결제비율 미이행, 설계변경 등에 따른 하도급대금의 지연 조정, 발주자의 하도급대금 직접 지급 의무 위반등의 횡포를 부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기술 및 기능인력 수급 애로, 원도급자의 산재은폐·공상처리 강요, 안전관리비 및 4대 보험료 부족 등으로 전문건설업계는 이중삼중의 고충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건설 생태계는 아래로 가면 갈수록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원도급사가 경영위기를 맞으면 하도급사는 더큰 피해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건설협회의 분석자료 따르면 원도급사 1곳이 무너지면 평균 202개의 하도급사가 직접적 피해를 입고 금전손실이 1230억원에 달했다.

100대 건설사 중 구조조정 중인 29곳과 거래하는 하도급사는 4469곳, 하도급대금 채권만 10조2160억원에 이른다.

일부 원도급사 횡포도 만만치 않다.

대금지급을 차질없이 이행하는 곳은 5.7%에 그쳤다.

반면 하도급 대금을 감액하는 원도급사가 35.2%였고 감액 비율이 50%를 넘는 곳도 23.5%에 달했다.

일부 원도급사는 더 낮은 가격에 계약할 목적(50.0%)으로 하도급계약을 아예 해지(35.6%)했다.

반면 하도급 보호장치는 부실하다.

하도급대금 직불을 발주자 17.3%가 거부했고 26.7%는 지불 절차를 귀찮아했다.

원도급사 동의를 요구한 발주처도 91.2%에 달했다.

보증기관마저 31.1%가 부당한 핑계를 대며 지급보증 이행을 기피했고 40.5%는 시간을 끌었다.

전문건설공제조합 관계자는 “전문건설업체의 72.6%가 공사수주를 하도급에 의존하고 있어 불공정한지는 알지만 어쩔 수 없이 울며겨자먹기식으로 공사할 수 밖에 없다”며 “종합건설사의 각종 불법.불공정 행위 등으로 약자인 전문건설업체들이 부도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