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이들.." 너무 과한 것은 아닌지..
영화 "아이들.." 너무 과한 것은 아닌지..
  • 신아일보
  • 승인 2011.01.26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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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것만 같은 상황에 닥쳤을 때 이를 이겨내기 위한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하다.

그 벽 앞에 서보지 않는 사람은 좌절감이나 패배감을 알지 못한다.

체험하지 못했다면 상황을 받아들이거나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부모는 자녀가 뛰노는 모습만 봐도, 아니 새근새근 잠 자는 모습만 봐도 즐겁고 행복하다.

그런데 그 아이들이 소리소문도 없이 사라졌다.

1991년 3월26일 오전 대구의 어느 마을, 동네 아이들 다섯이 사라진 지 20년이 됐으나 아무도 돌아오지 못했다.

‘아이들…’은 ‘개구리소년 실종사건’을 스크린으로 옮겼다.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조였다 풀었다하는 스릴과 긴장, 슬픔을 적절히 배합한 점이 흥미롭다.

때로는 숨 죽이고 화면을 응시하게끔 긴장감 팽팽하게, 때로는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장면 등이 관객을 몰입시킨다.

조작방송으로 실추된 명예를 되찾기 위해 다큐멘터리 PD 강지승(박용우)은 동물적인 감각으로 사건에 뛰어든다.

실종된 아이의 한 부모를 범인으로 지목한 국립과학대 심리학과 황우혁 교수(류승룡)를 만나 정황을 전해들은 강 PD는 황 교수와 부모를 벼랑 끝으로 몰아세운다.

출세와 명예욕이 강한 두 사람 탓에 부모들은 치유되지 못할 아픔을 떠안는다.

실제 아이들을 잃어버린 부모처럼 굵은 눈물을 떨구고 오열하는 성지루, 김여진 등이 관객을 공감으로 이끈다.

“우리가 의심받아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라, 아무도 우리 아이가 살아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는 대사에서는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오롯이 전해진다.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소재 탓에 어두운 분위기는 어쩔 수 없다.

이를 전환할 만한 요소로 등장하는 형사(성동일) 등 여러 인물이 적재적소에서 활약하며 극의 템포와 장면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박용우의 시선을 따라가는 영화이지만 그의 시선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박용우와 대척점에 있는 인물간 이야기들은 감독이 어떻게 극을 끌고 나가야 할는 지에 고민이 깊었음을 보여준다.

범인을 단정한 뒤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이야기하려는 감독의 욕심과 의도가 신선하기는 하다.

단, 그 의욕과 정의로운 뜻이 정리되지 못한 점이 아쉽다.

늘어지는 스토리를 배제해도, 복잡하고 혼란스럽다.

용의자와 맞싸우는 강 PD라는 설정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발생한 지 20년이 넘은 사건의 진실을 3년 동안 파헤친 노력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영화가 잘 돼 범인이 잡혔으면 좋겠다”는 출연진과 감독의 바람에도 동감한다.

문제는 과유불급이다.

넘치려고 한 흔적이 너무 많아 부담스럽다.

2월17일 개봉.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