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그들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 김지은기자
  • 승인 2011.01.03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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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NYT에 ‘천안함 사건’ 기고문 게재
작가 신경숙씨의 ‘천안함 사건’ 관련 기고문이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게재됐다.

뉴욕타임스는 2일(현지시간) 세계 작가 12명이 지난해 매월 세계에서 발생한 사건들에 대해 쓴 기고문을 실었다.

신씨는 3월의 사건으로 꼽힌 천안함 사건과 관련, ‘한국의 바다에서(At Sea in South Korea)라는 제목으로 소회문을 기고했다.

그는 “지난해 3월26일을 생생히 기억한다.

매일 밤 하듯이 뉴스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천안함 침몰’이라는 자막을 화면에서 봤다”며 글을 시작했다.

그는 “천안함은 46명의 장병과 함께 침몰할 당시 북한과의 경계 지역인 서해 백령도 인근을 순찰 중이었다”며 “생존자가 있을지, 구조된 사람이 있을지 궁금해서 TV를 끌 수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나만 두려움으로 얼어붙었던 것이 아니다”며 “이웃 서점도 문을 닫고 친구도 인도로의 휴가를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바다 밑에서 기다리고 있을 장병들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며 “시간이 흘러가고 기상이 악화되면서 조류와 거친 바람으로 인해 구조 작업에 차질을 빚었다.

결국 46명은 아무도 구조되지 못했고 구조 작업을 펼치다가 수중에서 목숨을 잃은 47번째 사람도 잃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어떻게 유가족이 겪었을 분노와 절망을 감히 이해할 수 있겠냐”면서도 “나는 몹시 무기력함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20일이 지난 후 천안함은 심각하게 파손된 채 수면으로 모습을 드러냈고 물을 빼내자 장병들 대부분이 시신으로 돌아왔다”며 “그날 발 비어 있는 식당에서 뉴스를 보며 희생자들의 고향과 나이 등을 봤고 조용한 흐느낌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에서 천안함 사고는 끝나지 않았다”며 “사고 원인에 대한 비난이 난무하고 남북 간 적대감이 고조됐으며 여당과 야당이 서로를 비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실종된 6명의 얼굴이 떠오른다”며 “그들의 시신이 차갑고 어두운 바다의 적막 속에서 물살에 떠다니는 것을 상상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장병들 중 1명은 전역을 한 달여 남겼으며 또 다른 1명은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며 “그들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다”고 글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