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음쫓는 3D 베드신, 연극같은 영화 '나탈리'
졸음쫓는 3D 베드신, 연극같은 영화 '나탈리'
  • 신아일보
  • 승인 2010.10.26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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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인 아름다움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온 명품 조각상 ‘나탈리’가 거장 황준혁의 개인전에서 10년 만에 공개된다.

전시회 마지막 날, 준혁은 자신을 찾아 온 평론가 장민우에게 ‘나탈리’의 실제 모델 오미란과의 격정적 사랑의 기억을 들려준다.

하지만 민우는 그녀가 자신을 사랑했다고 말한다.

영화 ‘나탈리’는 조각가 황준혁(이성재)과 조각상 ‘나탈리’의 모델인 제자 오미란(박현진) 그리고 평론가 장민우(김지훈), 세 남녀의 엇갈린 기억과 사랑을 그린다.

농도 짙은 베드신이 추하지 않고 아름답다.

2007년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영화 ‘색, 계’의 파격에 우아함을 더했다.

인물들 간의 권력관계를 섹스와 연계시켜 메시지와 물음을 놓치지 않았다.

선명한 색채가 두 사람의 사랑을 부각시킨다.

롱테이크 기법으로 회상장면을 표현, 신비스럽고 몽환적 인상을 자아낸다.

3D 기술은 예술적 영감과 현실적 사랑 사이에서 고뇌하는 황준혁과 이런 그를 향한 오미란의 연민을 진하게 풍긴다.

두 남녀의 몸짓과 감정, 눈빛과 떨림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열린 결말을 제시,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복선을 찾는 재미도 크다.

우유, 아이, 우체통, 편지 등 인물들의 상태를 표현하거나 줄거리를 예시하는 장치들을 곳곳에 깔았다.

그러나 갈등구도가 단조로워 지루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준혁과 민우가 서로 다른 기억을 주장하는 장면은 지나치게 길다.

의자에 앉아 시덥잖은 TV 토론 프로그램을 보고 있다는 불쾌감이 들 정도다.

대사 톤도 지적사항이다.

특히 김지훈의 다소 과장된 어투가 거슬린다.

연극을 보고 있다는 착각마저 든다.

인물들의 감정 변화와 이야기 전개 상의 생략도 심하다.

개연성이 부족해졌다.

감정이입이 어렵다.

캐릭터들의 언동을 이해하기 어려워 당혹스럽기도 하다.

10년동안 자신의 기억만을 믿은 준혁이 어느날 찾아온 민우의 얘기를 듣고 진정한 사랑을 깨닫는다는 설정은 황당하기까지 하다.

관극의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한 작품이다.

곳곳에 깔린 복선을 파악하며 자신만의 결론을 얻는 것이 바람직하다.

졸아서도 안 된다.

영화 ‘동승’으로 아시아태평양 영화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주경중 감독이 8년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28일 개봉.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