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 거연정 (居然亭)
함양 거연정 (居然亭)
  • 김상수
  • 승인 2010.09.12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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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자연과 한몸이 된 境地

바위섬에 떠받친 安義三亭의 으뜸

「朱子의 말년」본따 억새풀 띳집지어

김상수 前함양문화원장.향토사학자 

함양 거연정 (居然亭)

사람이 자연과 한몸이 된  境地

바위섬에 떠받친 安義三亭의 으뜸
「朱子의 말년」본따 억새풀 띳집지어

 

김상수 前함양문화원장·향토사학자

居然亭(거연정)은 경남 함양군 안의면과 서하면 사이의 花林洞(화림동)계곡 가운데에 섬처럼 떠 있는 큰바위 위에 서 있다.
1640년 정자주인인 華林齋(화림재) 全時敍(전시서 광해군때 중추부사)가 처음 정자를 지을때만해도 억새를 지붕을 이은 띳집이었으나 후세에 기와지붕으로 바뀌었다.
멀리 덕유산에서 발원한 물이 북으로는 무주 구천동을 지나 금강으로 흐르고 남으로는 함양군 안의면 화림동계곡을 지나 남강으로 흐른다.
화림동계곡은 산수가 수려하고 절승을 자랑하는 곳으로 이 일대 7km안팍에 花林三洞(화림3동)과 安義三亭(안의3정)이 자리하고 있다.
화림3동은 화림, 심진, 원학동을, 안의3정은 농월정,동호정,거연정을 일컫는다.
3개의 정자중 가장 화려하고 규모가 큰 거연정은 서하면 봉정리에 있는데 화림동 계곡물을 둘로 가르는 바위섬에 정면3칸 측면 2칸으로 세워졌다.
특히 바위 위에 8각의 주초석을 세우고 네모서리에 황주를 놓아 안정성과 조형미를 뽐낸다.
거연정 바위섬과 건너편 송림을 잇는 무지개 모양의 화림교 주위의 기암괴석은 정자의 운치를 한층 더 해주고 있다.
居然(거연)이라는 정자이름은 중국 송나라때 대성리학자 朱子(주자)의 詩(시) 精舍(정사)에 나오는 말을 인용한 것이다. 주자는 말년에 무이계곡에 자연과 벗하며 살면서 주옥같은 글을 남겼는데 특히 ‘정사’에서 사람이 자연과 한몸이 된 境地(경지)를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琴書四十年 거문고 타며 공부한 지 사십 년
幾作山中客 나도 모르게 산중 사람 다 되었네
一日茅棟成 띳집 짓는데 하루면 족하니
居然我泉石 문득 나와 샘과 돌이 한 몸이네”
이 시의 ‘ 居然我泉石’(거연아천석)이라는 구절 중에 나오는  ‘거연(居然)’이 화림동 정원의 정자 이름이 된 것이다.
글자 자체의 뜻을 새겨 본다면,  ‘거(居)’ 는 ‘尸’(시)와 ‘古’(고)의 합자로, ‘움직이지 않고[尸], 옛날[古] 그대로 살고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연(然)’  ‘그러하게’ 또는 ‘문득’ 등의 의미를 가진말이므로, ‘거연’이라는 정자 이름은 ‘오래전부터 나와 자연이 하나 된 속에 그렇게 살고 있다.’ 정도로 해석할수 있겠다.
전시서가 자연을 벗삼아 그 하나됨의 즐거움을 맛보기 위해 지은 거연정 정자지붕을 억새로 이은것도 무이계곡에서 띳집을 짓고 살며 자연의 도를 즐긴 주자의 은둔 생활을 흠모한 까닭에서였다.
세월이 흐르면서 모든것이 바뀌지만 자연과 하나돼 송림숲 그늘, 계곡 옥류속에 자기를 숨기고 살려했던 옛 선현들의 고고한 뜻은 아직도  居然(거연)이라는 두글자 속에 남아 숨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