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예천 ‘초간정 (草澗亭)'
경북 예천 ‘초간정 (草澗亭)'
  • 김종배
  • 승인 2010.09.05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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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내음과 물소리가 어우러진 신선의 공간

퇴계 선생 문하생인 草澗公의 별서 정원
선비들의 청아한 정신세계 오롯이 간직

김종배 예천문화원장

경북 예천군 용문면 상금곡동의 울창한 송림(松林)을 지나 서북쪽 용문사로 가는 길목 맑은 냇물이 아름답게 휘감은 지점에 조용하고 아담한 草澗亭(초간정)이 있다.

축대를 쌓아 절벽 위에 세워진 정면 3칸 측면 2칸 규모의 이 정자는 주변의 울창한 송림과 어우러져 멋진 경관을 연출하고 있다.

이 골짜기는 과거길 당나귀의 숨소리와 솔새 가냘픈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하고 옹기종기 모여 앉은 바위사이를 감도는 해맑은 물빛이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의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울창한 송림사이에 옥류와 함께 절경을 이뤄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휴식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초간정은 퇴계 선생의 문하생으로 승정원 좌부승지 등을 지낸 초간 권문해가 선조15년(1582) 49세 때 지은 정사(精舍)로 이곳에서 심신을 수양했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 소실된 것을 광해군 4년(1612)에 재건했으나 병자호란 때 다시 불탔고, 고종 7년(1870) 권문해의 현손인 권봉의가 다시 세웠다.

현재 경북도 문화재자료 제143호로 지정되어 있다.

임진왜란,병자호란 병화를 겪고 있었던 어느날 草澗精舍(초간정사)의 편액을 소(沼)에서 5색 무지개가 영롱하여 종손이 파보았더니 고스란히 보존돼 있었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초간정의'초간(草澗)'은 당나라 시인 위응물이 읊은 '?州西澗(저주서간)'의 "나홀로 계류가에 자라나는 우거진 풀을 사랑하노니(獨?幽草澗邊生)“라는 구절에서 따온 것이다.

풀은 하잘 것 없는 식물로 비칠 수 있으나 봄이면 싹을 틔우고,여름에는 꽃과 잎을 피우며, 가을에 열매를 맺고,겨울에 씨앗을 갈무리하는 천지자연의 순행 원리를 한 번도 거스른 적이 없다.

옛 선비들이 풀에서 자연의 섭리를 찾아냈던 것이다.

초정에서 바라보는 계곡물은 소소한 것 같지만, 거기에도 우주의 원리가 숨어있다.

옛 성현들은 이런말을 하기도 했다.

"계류가 고인 것은 맑아서 요동하지 않고 더러움을 용납하여 받아들이는 아량이 있으며, 또한 나쁜 것을 흘려 버려서 머물러 두지 않고 만물을 이롭게 하기를 무궁하게 하는 것을 보면 인간의 도리 또한 이에 있을 것이다.

"
풀이나 계류를 보면 수시로 변하는 것처럼 생각되지만,그 속에 숨은 보이지 않는 불변의 이치를 발견할 수 있다.

초간정에는 한 포기의 풀,한 줄기의 계류도 관조의 눈으로 바라보려고 했던,당시 선비들의 청아한 정신세계가 담겨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스스로 머리를 숙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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