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서편제' 뮤지컬로 옮겨졌다
영화'서편제' 뮤지컬로 옮겨졌다
  • 문경림기자
  • 승인 2010.08.1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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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해·이청준은 잊어라" 뮤지컬 서편제 개막

11월7일 서울 연지동 연강홀서
 

작가 이청준(1939~2008)의 동명소설이 원작인 임권택(74) 감독의 영화 ‘서편제’가 뮤지컬로 옮겨진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크게 두 가지가 우려됐다.


관객들에게 고정관념처럼 자리잡은 영화의 이미지가 그대로 뮤지컬에 드리워지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하나다.

판소리라는 전통 소재가 뮤지컬이라는 현대 장르와 잘 어울릴 수 있을는지도 의문이었다.


지난 14일 개막한 뮤지컬 ‘서편제’는 그러나 이러한 우려들을 불식시켰다.

영화의 잔영을 전혀 풍기지 않는다.

예상 외로 적게 삽입된 판소리가 오히려 신선하다.


소설과 영화에서는 눈 먼 소리꾼 ‘송화’가 중심이다.

뮤지컬은 송화 이야기 말고도 아버지 ‘유봉’과 오빠 ‘동호’의 관계도 끌어들였다.

국악으로 대변되는 가부장적 아버지와 현대음악에 빠져있는 아들의 갈등이 기본 골격이다.

부자가 음악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동화하는 과정을 액자식 구성으로 보여준다.


무대 활용도 눈길을 끈다.

턴테이블 무대가 효과적이다.

턴테이블처럼 360도 돌아가는 무대는 이미 여러 작품들이 재미를 본 장치다.

이 작품에서는 유랑하는 등장인물들의 성격, 인물들의 물리·심리적 거리감을 표현하는데 더없이 유용하다.

가로 10㎝, 세로 50~60㎝의 한지를 수없이 붙인 가로 2m, 세로 7m의 대형 나무판 10여개를 장면마다 달리 움직이며 공간을 변형시킨 것도 인상적이다.

다소 밋밋함이 느껴지지만 무대를 흰색 위주로 꾸며 다양한 파스텔톤의 조명이 잘 스며들게 한 부분도 색다르다.


음악에는 가요풍의 뮤지컬 넘버가 상당히 많이 포함됐다.

‘서편제’ 하면 당연히 떠오르는 ‘심청가’ 등 판소리를 부분적으로만 넣는 역발상도 주효했다.

김범수(31)의 ‘보고 싶다’, 이은미(44)의 ‘애인 있어요’ 등을 작곡한 윤일상(36)과 뮤지컬 ‘미스 사이공’ 등의 음악담당 김문정(39)씨가 이자람과 함께 음악감독을 맡았기에 가능한 부분이다.


처음 뮤지컬 음악에 참여한 윤씨 음악은 팝발라드와 블루스를 넘나들며 극과 잘 어우러진다.

오케스트라를 활용한 김씨의 음악은 극의 고조 지점에 적절하게 쓰이며 웅장미를 던진다.


성인 배우와 어린이배우들이 동시에 무대에 등장, 노래를 주고받는 다층 구조는 시적이면서 미학적인 쾌감을 부르기도 한다.

평생을 가슴에 담아 둔 동호와 재회하는 부분에서 눈 먼 송화가 판소리 ‘심청가’ 중 심 봉사가 눈뜨는 대목을 구성지게 읊을 때는 턴테이블 무대가 돌고 몽환적인 조명이 뿌려지면서 환상이 펼쳐진다.

총 제작비는 약 23억원이다.

주연들과 어린이합창단을 포함, 35명이 무대에 오른다.

러닝타임 100여분 중 약 85분이 노래로 이뤄진다.

11월7일까지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볼 수 있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