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스트레스받는 '스트레스 DSR'
[기자수첩] 스트레스받는 '스트레스 DSR'
  • 서종규 기자
  • 승인 2024.03.14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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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담대 한도랑 월 이자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스트레스 DSR이라는 게 있더라. 가뜩이나 쥐고 있는 현금이 없는데 스트레스 DSR로 한도가 준다는 얘기를 들었더니 스트레스받더라."

신혼집을 구하고 있다는 지인이 최근 기자에게 한 말이다. 서울 서부권 쪽에 집을 구하고 있다는 지인은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알아보던 중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접했고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스트레스 DSR은 DSR을 산정할 때 일정 수준 '스트레스 금리'를 추가로 적용하는 제도로 지난달 말 시행됐다. 변동금리 대출을 이용하는 차주에게 금리 상승분을 고려해 가산금리를 적용한다. 기존 금리에 추가로 스트레스 금리가 붙으면서 DSR 산정 시 원리금 상환액이 늘어나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 늘어나는 가계 대출을 관리하자는 게 도입 취지다.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한 대부분 실수요자는 은행 대출 등을 통해 부동산 매입 자금을 조달한다. 이런 특성상 대출 한도가 줄어들면 그만큼 매수세가 위축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아무리 LTV(주택담보대출비율)가 높아도 DSR로 대출 한도가 줄면 무용지물이다.

취재 중 만난 부동산 전문가들도 이 같은 점을 지적했다. 대출 한도가 줄며 현금력을 더 요구하는 상황이 된 만큼 매수세가 크게 위축할 수 있다는 견해가 많다. 신생아 특례대출 등 매수세를 진작할 만한 상품이 있지만 '신생아 자녀 가구'로 수요가 한정된 만큼 한계점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물론 정부 입장에서는 과도한 대출로 인한 가계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대출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대출 한도를 무작정 늘리면 부실 대출자가 나오고 이는 차주뿐만 아니라 대출금을 상환받지 못하는 은행 등 금융 기관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실제 우리나라 가계대출 중 '주택' 관련 대출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현금을 다수 보유해 대출이 필요하지 않은 수요자를 제외하고 실거주할 집이 필요한 무주택 수요자에게 적정한 대출은 주거 안정을 위한 사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

스트레스 DSR 도입 당시 금융위원회는 상환능력 범위 내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가계부채 관리 원칙이 더 뿌리 깊게 자리 잡는 계기를 마련하되 과도한 대출 위축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책을 세심히 챙기겠다고 밝혔다.

가계 대출을 조절해 부실 차주가 발생하는 것을 막고 무주택 실수요자에게는 적절한 대출을 통해 주거 안정을 도울 수 있는 대출 정책을 바라본다.

seojk052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