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1년전 글 '드래그'합니다…포스코가 바꿔주길
[데스크칼럼] 1년전 글 '드래그'합니다…포스코가 바꿔주길
  • 송창범 기자
  • 승인 2024.02.06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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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KT를 이끌던 남중수 사장이 검찰에 구속 된 후 사퇴했다. 그러자 포스코에선 이구택 회장이 임기 1년이 남았음에도 사퇴했다.
포스코와 KT 민영화 이후 총수는 이렇게 사라졌다. 그런데 이를 시작으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자리를 지키는 총수가 보이지 않았다.
이후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자 이번엔 KT 이석채 회장이 검찰수사를 받고 사퇴했다. 포스코 정준양 회장은 임기를 채우지 않고 떠났다.
앞서 문재인 정부에서도 마찬가지다. KT 황창규 회장은 쪼개기 후원 혐의로 수사를 받았고 포스코 권오준 회장은 임기가 2년이나 남았음에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딱 1여년전 기자가 칼럼에 작성했던 글을 그대로 드래그 했다. 또다시 과거 인선 기억을 되살린 이유는 현재도 변화 조짐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1년 전 기억을 되살려보면 연임을 노리던 KT 구현모 사장은 두 번이나 연임 적격 판정을 받고도 실패했다. 구 사장은 통신 사업을 넘어 KT의 ‘디지털 플랫폼 기업(디지코)’으로의 전환을 이끈 성과가 있었다. KT 이사회는 ‘디지코’ 사업을 잘 이어갈 수 있게 현직에 있는 윤경림 부문장을 차기대표 최종 후보 1인으로 선택했다. 윤 후보는 외부 자문단 심사와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 면접을 거쳤지만 주주총회 찬반 표결까지도 가지 못하고 스스로 중도 사퇴했다. 윤 부문장은 구 대표 최측근으로 정권 압박(?)을 이기지 못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KT는 6개월여 간의 수장 공백이 이어졌다. 그리고 LG출신의 김영섭 대표가 선택됐다. 하지만 김 대표는 대통령실 고위직의 가족 중 한명과 동문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의 연관성으로 다시 한번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더 중요한 것은 김 대표가 선임되기 까지 6개월여 간의 KT 수장 공백이 사업에도 지장을 주었다는 점이다. KT는 이동통신 시장 3위였던 LG유플러스에게 결국 추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1년이 지난 현재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포스코에도 일어나고 있다. 올해 3월까지 임기인 최정우 포스코그롭 회장은 성과로 봤을 때 3연임까지 욕심 낼만 했다. 하지만 포스코홀딩스 CEO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는 내부후보에 대한 1차 심사에서 최 회장을 바로 제외했다. 최 회장은 세계철강업계의 탄소중립을 리딩하고 철강 사업을 넘어 이차전지소재사업에서 자리를 잡아가며 가시적인 성과를 이뤄냈다. 그렇다면 이 사업을 가장 잘 이어갈 수 있는 현직 후보들이 가장 우선순위로 떠올랐다. 하지만 그 순간, 절묘한 시점에 포스코의 ‘초호화 해외출장 이사회’ 논란이 터졌다. 최 회장의 사업을 가장 잘 아는 포스코 사내이사 김학동 부회장, 정기섭 사장, 유병옥 부사장 등이 모두 이 논란에 연루됐다. 결국 지난주 공개한 포스코 차기회장 최종후보자 6인 명단에 이들은 아무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나마 포스코가 KT와 다른 점은 후추위가 흔들리지 않고 회장 선임을 절차대로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외유성 호화 이사회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또한 객관성을 의심받고 있는 후추위가 추천한 최종 후보에 대해서도 논란은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강행해야 한다. 지금 멈춘다면 KT처럼 경영공백 사태다. 철강산업을 대표하는 포스코의 리더십 부재는 산업경쟁력 약화로 이어질수 있다.

차기회장 후보 결승전에 오른 6명은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 우유철 전 현대제철 부회장, 전중선 전 포스코홀딩스 사장,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 김지용 포스코홀딩스 미래연구원 원장이다.

설연휴를 앞둔 8일 최종 1인이 결정된다. 내부인사로 결정될 경우 최대주주 국민연금이 후추위의 자격문제를 부각시킬 것이다. 외부 인사로 결정되면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비난이 쏟아질 것이다.

그래도 해야 한다. 판단은 3월21일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에게 맡기면 된다. 3년 후 똑같은 글을 드래그 하지 않게 굳건하게 회장선임 절차를 이어가길 바란다. ‘아무리 흔들려고 해도 흔들리지 않으면 그뿐이다’라는 말처럼.

kja3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