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10년차' 허은철 GC녹십자 대표…실적 악화에 반등 '안갯속'
'경영 10년차' 허은철 GC녹십자 대표…실적 악화에 반등 '안갯속'
  • 김소희 기자
  • 승인 2024.02.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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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외형 줄고 영업익 '반토막', 순손익 적자 전환
주력 독감백신·헌터증후군 치료제 부진에 '발목'
혈액제제 '알리글로' 美 수출 등 글로벌 사업 확대
허은철 사장과 GC 본사 전경. [사진=GC녹십자, 그래픽=김다인 기자]
허은철 사장과 GC 본사 전경. [사진=GC녹십자, 그래픽=김다인 기자]

오너 3세인 허은철 사장이 지휘봉을 잡은 지 10년차에 접어든 GC녹십자를 둘러싼 공기가 제법 무거운 모습이다. 지난해 주력 제품들의 부진으로 외형이 축소되고 수익성이 쪼그라든 가운데 반등을 꾀할 새로운 성장동력 등의 확보 자체가 녹록치 않아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GC녹십자는 지난해 1조6266억원의 매출과 34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4.9%와 57.6% 줄어든 수치다. 당기순손익의 경우 2022년 694억원 흑자에서 2023년 198억원 적자로 전환됐다.

CG녹십자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국내 독감백신 감소와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 부진, 혈액제제 혈장가 상승으로 인한 원가율 증가, 희귀질환 치료제 중심의 R&D(연구개발) 투자 증가 등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실제 GC녹십자(점유율 15.5%)는 2023-2024 국가필수예방접종(NIP) 입찰에서 가장 높은 1만700원의 가격을 써내며 SK바이오사이언스(21.6%), 사노피(17.8%), 한국백신(15.6%)에 이어 네 번째에 해당하는 물량을 계약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코로나19 백신 생산에 집중하다 독감백신을 재생산한 첫 해부터 경쟁에서 밀린 것이다.

GC녹십자는 민간시장에 집중해 실적을 끌어올린다고 했으나 이마저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최근 민간시장 내에 독감백신 물량 부족현상이 발생한 가운데 GC녹십자 독감백신은 유정란 배양방식(유정란에 바이러스를 주입해 배양하는 방식)으로 세포배양방식(동물 세포를 활용해 바이러스를 배양하는 방식)의 SK바이오사이언스 독감백신보다 생산기간이 길어 대유행 등에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GC녹십자 관계자는 “항원·항혈철 등 표준품을 확보하는 일정, 국가출하승인 기간 등 모두 고려하면 두 방식의 제조소요기간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다시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도 실적 개선과 방어를 할 수 있는 새로운 먹거리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GC녹십자는 지난해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면역글로불린 혈액제제 ‘알리글로’ 허가를 획득하고 올 하반기 출시를 예고했다. 시장 규모는 13조원에 이르지만 특성상 실질적인 수익이 창출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알리글로’ 또한 혈액제제로 혈장가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 우려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어렵다.

GC녹십자의 R&D 파이프라인을 보면, 올해 임상 1상 진입을 목표로 한 산필리포 타입A(MPSIIIA) 치료제 ‘GC1130’과 파브리병 치료제 ‘GC1134’가 그나마 가장 연구가 진전된 후보물질이다. 다만 통상 전임상 단계의 후보물질이 최종적으로 상용화되기까지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들어갈 뿐만 아니라 성공 확률도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GC녹십자가 R&D 투자비를 늘리고 있지만 전체 매출의 10%안팎으로 정체됐다. GC녹십자의 최근 3년간 매출 대비 R&D 투자비율은 △2020년 10.6%(1291억원) △2021년 11.2%(1356억원) △2022년 12.5%(1430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제약바이오 산업 내 주요 경쟁 기업들이 매출의 약 20% 정도를 R&D에 투자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GC녹십자는 허은철 사장 체제로 출범한 첫 해 1조478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사상 최초로 1조원 매출을 돌파한 이후 2022년까지 줄곧 성장해온 만큼 첫 부진을 털고 올해 반등을 기대하는 눈치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 독감백신 실적이 감소했고 ‘헌터라제’ 수출이 부진했으며 혈액제제 원가 부담이 컸다”며 “올해는 하반기 ‘알리글로’ 미국 시장 진출, ‘헌터라제’ 회복, 백신 해외수출 확대 등을 위해 노력하겠다. 여기에 미국 관계사인 큐레보가 개발 중인 대상포진 백신의 임상 3상 FDA 신청도 준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매출을 키우는 등 반등 기회를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ksh33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