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는 왜 '슈퍼 앱'에 꽂혔나
금융지주는 왜 '슈퍼 앱'에 꽂혔나
  • 김보람 기자
  • 승인 2024.01.18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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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아닌 생존…실효성은 '글쎄'
(사진=신아일보DB)
(사진=신아일보DB)

국내 금융지주는 미래 경쟁력 확대를 위해 슈퍼 애플리케이션(앱)을 선봉에 세웠다.

은행과 카드·보험·증권 등 흩어져 있는 여러 앱을 하나의 슈퍼 앱을 통해 구현, 계열사 시너지를 강화하고 이용자를 묶어 두는 '락인(Lock-in) 효과'를 누리겠다는 구상이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시계가 빨라진 금융 전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선택이 아닌 생존이 된 상황이지만, 정작 이런 변화가 실효성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1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지주는 계열사 앱을 하나로 통합한 슈퍼 앱을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지난해 12월 은행·카드·증권·보험·저축은행 등 주요 그룹사 금융 앱 핵심 기능을 탑재한 슈퍼 앱 '신한 슈퍼SOL'을 선보였다. 

신한 슈퍼SOL 하나로 계좌 개설, 조회와 이체, 대출 등 은행 업무는 물론 △카드 발급 △청구 대금 결제 △주식 거래 △보험 가입 △보험금 청구 등이 가능해, 출시 보름 만에 가입자 200만명을 돌파하는 등 큰 호응을 얻고 있다.

KB금융은 KB스타뱅킹 앱을 KB금융 유니버설 플랫폼으로 확장 시킨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KB스타뱅킹 앱 월간활성사용자(MAU)는 1162만4000명을 넘어서며 금융지주 중 가장 많은 사용자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금융지주 슈퍼 앱 시초는 하나금융그룹이다. 2020년 8월 계열사 서비스를 통합한 '하나원큐'를 선보인 바 있다.

NH농협금융그룹(오는 6월), 우리금융그룹(11월)도 슈퍼 앱 출시를 앞두고 있다.  

특히 우리금융은 IT(정보통신) 거버넌스 개편을 통해 고도화된 생성형 인공지능(AI) 등을 탑재, 경쟁력 우위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다만 다양한 금융사를 이용하고 있고, 기존 앱 사용이 활발한 상황이라면 새로운 슈퍼 앱 필요성은 낮을 수밖에 없어, 실효성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실제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표한 '대한민국 금융소비자 보고서 2024'에 따르면, 최근 1년 내 금융소비자 10명 중 4명이 새로운 은행과 거래를 시작했는데, 해당 은행과 거래를 확대해 나갈 의향은 16%에 그쳤고, 41%는 유지 정도를 계획했다.

금융지주 슈퍼 앱 성공을 위해서는 기존 앱을 뛰어넘는 편리성을 넘어 생활 전반 서비스를 탑재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는 셈이다. 

대표적으로 중국 빅테크 기업 텐센트, 알리바바의 경우 모바일 채팅과 함께 송금과 결제 기능을 탑재한 위챗페이, 알리페이를 선보이고, 식료품 주문과 택시, 숙박 예약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위챗페이, 알리페이 이용자는 10억명을 넘어섰고 거래 금액은 무려 7경에 달한다. 

멀리서 찾지 않아도 국내에서는 카카오가 선보인 카카오톡이 슈퍼 앱으로 활약하고 있다. 카카오톡을 통해서는 결제·투자·보험 등 금융과 함께 선물, 쇼핑, 주문, 스타일, 메이커스, 프렌즈샵, 예매, 멜론, 게임 등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 

채상미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 계열사별 나뉘어 있던 앱을 하나로 통합한 슈퍼 앱은 사용자 편의서 증대는 물론 계열사 상호 보완에 효과적"이라며 "방문자 확대는 물론 새로운 앱 경험을 통해 새로운 고객을 흡수할 수 있는 긍정적인 결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qhfka718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