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그룹, 꼬리 내렸지만 건설 워크아웃 여전히 불투명
태영그룹, 꼬리 내렸지만 건설 워크아웃 여전히 불투명
  • 남정호 기자
  • 승인 2024.01.08 15: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융당국·대통령실 등 전방위 압박에 기존 자구책 이행키로
추가 자구안은 무소식…"산은과 협의해 곧 방안 마련할 것"
서울시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 (사진=연합뉴스)
서울시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 (사진=연합뉴스)

태영그룹이 금융당국과 대통령실 등의 전방위 압박에 태영건설 워크아웃의 전제조건인 자구책을 제대로 이행하기로 했다. 다만 금융당국이 요구한 추가 자구안에 대해 답을 내놓지 않고 있어 워크아웃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태영그룹은 산은과 추가 자구안을 협의해 구체적인 방안을 곧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8일 태영그룹에 따르면 태영그룹 지주사 TY홀딩스는 이날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중 890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했다. 

이는 태영그룹이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 작업) 신청 시 제출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1549억원 지원 약속에 따른 조처다. 매각 대금 중 259억원은 지난 3일 태영건설에 지원했고 400억원은 지난달 28일 워크아웃 신청 직후 지원했다.

태영그룹은 △에코비트 매각 및 매각 대금 지원 △블루원 지분 담보 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담보 제공 등 나머지 자구 계획도 빠른 시일 내 이사회 결의를 거쳐 조속히 실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채권단은 앞서 태영그룹이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액 중 890억원을 TY홀딩스의 연대채무 상환에 사용한 것을 두고 반발했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지난 3일 태영건설의 채권자 대상 설명회 직후 브리핑을 통해 "태영 측이 당초 약속한 자구계획을 이행하지 않고 있어 주채권은행으로서 대단히 유감스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지난 4일 "태영 측이 최초 워크아웃 신청 시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언급했는데 채권단에선 남의 뼈를 깎는 노력 아닌가 의심한다"며 주말까지 앞서 제시한 자구책 이행과 추가 자구 방안을 내놓으라고 압박했다.

이어 산은은 지난 5일 주요 은행권 채권단 회의를 열고 워크아웃 신청 시 확약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중 미이행분 890억원을 즉시 지원하고 나머지 3개 자구 계획을 확약하며 이사회 결의 등을 통해 즉각 실행할 것을 촉구했다.

급기야 7일에는 대통령실과 한덕수 국무총리까지 나서 태영그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 같은 전방위적 압박에 그간 TY홀딩스가 워크아웃 신청으로 즉시 채무를 상환해야 하는 태영건설을 대신해 개인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연대채무를 상환했다고 주장하던 태영그룹도 꼬리를 내렸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여전히 태영그룹에 추가 자구안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열린 거시경제·금융 현안 간담회(F4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충분하고 구체적인 추가 자구안 제시 등을 통해 채권단의 신뢰를 얻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태영그룹은 현재 지주사인 TY홀딩스 지분 담보 제공 등 추가 자구안을 고심하는 중으로 알려졌다.

태영그룹 관계자는 "산은과 협의해 구체적인 방안을 곧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태영건설 워크아웃 실행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봤다. 태영그룹이 자구책을 이행한다고 했지만 이는 초기 단계 조건이었던 만큼 어느 정도 추가 자구안을 제시하느냐가 워크아웃 향방을 가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창무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이미 제시한 자구책은) 워크아웃이 진행되는 초기 단계 조건 정도"라며 "이후 채권단의 추가적인 요구 조건 등은 아직 얘기가 안 된 부분이라 그런 것들이 정리돼야 어느 정도 (워크아웃 여부를) 전망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한문도 서울디지털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번에 금융위에서 법정관리 들어가겠다고 느낌을 주니까 조금 더 돈을 낸 것"이라며 "(채권단은) 그것도 100% 마음에 들진 않을 거다. 그 금액을 다 더해도 (워크아웃을 위한 채권단 요구액을) 충분히 커버하기에 안정성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하는 채권단협의회는 오는 11일 열릴 예정이다. 여기서 채권단 75% 이상(신용 공여액 기준)이 동의해야 워크아웃 절차를 밟을 수 있다.

south@shinailbo.co.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