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인플레이션과의 싸움 잘 마무리해야"
[신년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인플레이션과의 싸움 잘 마무리해야"
  • 김보람 기자
  • 승인 2024.01.01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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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일 신년사를 통해 "올해 한국은행은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면서도 경기회복과 금융 안정에 필요한 최적의 정교한 정책조합을 찾아나가야 한다"며 "무엇보다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의 싸움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한다"고 말했다. 

이어 "등산에서 정상 직전의 오르막길 또는 마라톤에서의 마지막 구간, 즉 라스트 마일(last mile)이 가장 어렵다고 한다"면서 "물가 상승세 둔화 흐름이 이어지겠지만 원자재가격 추이 불확실성과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 등의 영향으로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더딜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반드시 물가안정을 이뤄내야 하고 또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이와 함께 긴축 기조가 지속됨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금융 불안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면서 "주요 선진국에서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부실화 징후가 나타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중심으로 일부 위험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우리 경제의 약한 고리를 중심으로 신용위험이 확대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유사시 금융시스템 내의 유동성 안전판 강화를 위해 한국은행 대출의 적격담보 범위를 금융기관이 보유한 대출채권까지 확대하기로 한 만큼 세부 시행 방안 등 관련 제도를 조속히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정부와 유관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부동산 PF의 질서 있는 정리 방안을 마련하고 시행하는 과정에도 힘을 보태겠다"고 덧붙였다.

올해 세계 경제에 대해서는 "통화 긴축 지속 여파로 성장세가 약화되는 가운데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세계 교역의 분절화, 중동·동유럽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주요국의 선거 결과에 따른 국제 정세의 급변 가능성 등 외부 여건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대부분 중앙은행이 고물가에 대응해 한 방향으로 달려온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주요국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되는 가운데 나라별로 정책이 차별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며 "그런 만큼 한국은행도 우리 내부 여건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정책을 결정할 여지가 커졌고 우리가 어떻게 해나가느냐에 따라 올해 경제 상황은 물론 지난해 정책 운용 성과에 대한 최종 평가도 달라질 것"이라고 피력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올해는 바람직한 디지털화폐(CBDC) 도입 방안의 모색을 위해 약 10만명의 국민들이 실거래에 참여하는 파일럿 테스트를 실시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축적된 경험은 세계 중앙은행들이 참고할 수 있는 선례가 되고 디지털 강국으로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은행은 경제전망 경로를 반기에서 분기 단위로 세분화해 하반기 중 발표할 예정이다. 

이 총재는 "경제전망을 상세히 공표할 경우 대내외 여건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전망 오차와 관련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경제주체들이 중앙은행 전망 전제조건을 보다 잘 이해하게 됨으로써 여건 변화에 따른 정책 변화 방향을 체계적으로 예측할 수 있게 되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qhfka718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