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소득의 9%’ 국민연금 보험료율, 빨리 올려야
현행 ‘소득의 9%’ 국민연금 보험료율, 빨리 올려야
  • 이승구 기자
  • 승인 2023.12.12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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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부터 그해 지급할 연금, 거둬들인 보험료로 충당 못해
저출산·고령화 심화로 가입자→수급자 전환…연금지출 ‘급증’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현행 ‘소득의 9%’인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올리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면 2030년부터는 그해 지급할 연금을 그해 거둬들인 보험료로 다 충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저출산·고령화의 심화로 국민연금 가입자가 점차 수급자로 전환하면서 연금 지출이 급증하고 부과방식 비용률이 급속하게 상승하는 것 때문인데 이에 따라 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보험료 인상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2일 시민단체 ‘내가만드는복지국가’가 공개한 ‘연금개혁 이슈페이퍼’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은 2023년 950조원에서 계속 늘어나 2040년 1755원까지 증가하지만, 2041년 수지적자가 시작된 후 2055년에 소진된다.

자료를 공개한 오건호 정책위원장은 “당분간 국민연금기금이 늘어나는 것은 국민연금 역사가 짧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며, 이후 가입자가 수급자로 전환하기 시작하면 급여지출이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그는 특히 국민연금은 급여 대비 보험료가 절반에 불과한 수지불균형 구조여서 수급자가 많아질수록 수지적자가 심화되고 기금 소진 이후 재정불안정이 크게 나타난다고 전망했다.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결과: 적립금과 당해수지 추이(경상가). 국민연금재정추계전문위원회(2023) 자료를 토대로 필자가 그림으로 재구성(사진=연합뉴스)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결과: 적립금과 당해수지 추이(경상가). 국민연금재정추계전문위원회(2023) 자료를 토대로 필자가 그림으로 재구성(사진=연합뉴스)

오 위원장은 2055년 기금소진 연도보다 기금소진 연도 이후의 재정 상태가 실제 주목할 시기와 내용이라고 강조하면서 “2055년 연금기금 소진 후 미래세대의 재정 부담이 급격히 증가한다”고 내다봤다. 

70년 장기재정 추계에서 기금소진 연도는 단지 중간 지점의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제한적 정보일 뿐, 기금소진 이후에 비로소 미래세대의 재정 부담이 빠르게 증가하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오 위원장에 따르면 기금소진 이후 국민연금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핵심 지표는 ‘부과방식 비용률’이다. 

이는 현행 ‘보험료율 9%에 소득대체율(연금 가입 기간의 생애 평균 소득 대비 노후 받게 될 연금액의 비율) 40%’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가정 하에 미래 연금급여 지출을 당해연도 보험료 수입으로만 충당할 경우 필요한 보험료율을 말한다.

이번 분석 결과에서 2023년 국민연금의 부과방식 비용률은 6%여서 현행 보험료율 9%보다 낮기에 국민연금 수지는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1988년 도입된 국민연금의 역사가 내년에 36년째로 접어드는 등 여전히 길지 않아 아직은 가입자보다 수급자가 적기에 발생한 일시적 현상이라는 것이다.

4차, 5차 재정계산의 부과방식 비용률 추이. 국민연금재정계산위원회 자료를 재구성. 4차 최대시점은 2074년, 5차 최대시점은 2078년(사진=연합뉴스)
4차, 5차 재정계산의 부과방식 비용률 추이. 국민연금재정계산위원회 자료를 재구성. 4차 최대시점은 2074년, 5차 최대시점은 2078년(사진=연합뉴스)

그러나 급격한 저출산·고령화 속에 국민연금 가입자가 점차 수급자로 전환하면서 연금 지출은 빠르게 증가할 것이고, 그러면서 부과방식 비용률도 급속하게 상승한다.

이에 따라 부과방식 비용률은 6년 후인 2030년에는 9.2%로 현재 보험료율을 앞지른다. 지금의 보험료율을 그대로 안고 간다면 2030년부터는 그해 들어온 보험료로 그해 지출할 연금액을 충당할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이후 2040년에 15.1%, 기금소진 연도인 2055년에는 26.1%, 2078년에는 최대 35.0%까지 오른 후 2093년에 29.7%로 낮아진다. 즉, 2078년의 경우 보험료 수입으로만 수급자에게 국민연금을 지급한다면 이때 가입자는 소득의 35%를 연금보험료로 내야 한다는 말이다.

이에 따라 미래 가입자가 짊어져야 할 보험료율은 현재 가입자보다 3∼4배로 높아지는 셈이라고 오 위원장은 지적했다. 보험료 인상 등 연금 개혁을 하지 않은 채 이렇게 적립 기금이 고갈되면 미래세대는 기금고갈 이후에도 노인 세대에게 연금을 주기 위해 엄청난 보험료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digitaleg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