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 후폭풍 예고…증권, 내년 6월 만기 12조원
부동산 PF 후폭풍 예고…증권, 내년 6월 만기 12조원
  • 박정은 기자
  • 승인 2023.12.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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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체율 17% 넘어…"고금리 지속 시 브릿지론 최대 50% 손실"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연합뉴스)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연합뉴스)

대출 만기 연장 등으로 연명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이 대거 부실화할 거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렇다 보니 증권사들은 관련 사업을 축소하는 등 대응책에 나섰지만,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과 내년까지 이어질 고금리로 부동산 PF 리스크가 현실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통화당국은 여전히 긴축적인 통화 정책을 강조하며 고금리 장기화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금융당국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과 잔액은 해마다 커지는 추세다. 

부동산 PF 대출은 부동산 개발사업에 대한 사업성을 평가해 금융기관이 시행하는 대출이다. 은행과 같은 1금융권은 물론 저축은행과 증권사 등도 취급하고 있다.

이 가운데 증권사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과 잔액을 보면 △2020년말 3.37%, 5조2000억원 △2021년말 3.71%, 4조6000억원 △2022년말 10.38%, 4조5000억원 △2023년 3월말 15.88%, 5조3000억원 △2023년 6월말 17.28%, 5조5000억원 수준이다.

코로나19 이후 감소했던 잔액은 올들어 다시 급증했고, 제로(0)금리 수준으로 떨어졌던 금리가 급격하게 오른 지난해부터는 연체율은 급증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 말 기준 금융권 전체 부동산 PF 연체율(2.17%)과 비교하면 증권사 연체율은 8배 가까운 수준으로 비상등이 켜진 상황이다.

한국기업평가원에 따르면, 23개 증권사가 보유한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 노출액)은 24조원으로 추산되는데, 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1조9000억원 규모가 내년 6월말 만기 도래인 부동산 PF 익스포저다.

이같은 부동산 PF 만기 도래에 따른 리스크는 중소형사(유진, DB, 다올, SK)와 중대형사(대신, 신영, 한화, 유안타, 교보, 현대차, IBK, 하이, BNK) 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중·후순위 대출 비중이 66%로 대형사(39%)에 비해 약 1.7배 크기 때문이다.

대형사라고 안심하긴 어렵다. 대부분 선순위 대출이라 양호한 편이지만, 해외 상업용 부동산 PF 리스크가 있어서다. 대형사는 오피스 대출만 5조3000억원에 달하는데 해외 상업용 부동산 공실은 증가하는 반면, 가치는 하락하는 추세기 때문이다. 내년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 만기 도래 규모도 2조6000억원에 달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동산 PF 리스크 확대에 증권사 신용등급마저 하향 조정되고 있다.

지난달 하이투자증권 신용등급 전망을 A+(긍정적)에서 A+(안정적)로 낮아졌다. 같은 달 다올투자증권도 신용등급 전망이 A(안정적)에서 A(부정적)로 떨어졌다. 이들은 부동산 PF로 IB 부문 실적이 계속해서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증권사들은 부동산 PF 관련 부서를 축소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달 7개 부동산 PF 사업부를 4개로 축소했다. 메리츠증권은 IB 부서 3곳을 단일 본부 체제로 전환했다. 하이투자증권을 비롯한 현대차증권, BNK투자증권 등도 부동산 PF 관련 영업조직을 축소했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 본부장은 "브릿지론(본 대출 전에 이뤄지는 중간대출) 만기 연장은 금리 조기 인하와 부동산 시장 회복을 전제로 한 거였는데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기대는 무산돼 브릿지론 관련 토지 경매와 공매 확대로 방향 전환이 불가피해졌다고 본다"며 "고금리가 지속된다면 브릿지론 중 30~50%는 최종 손실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위지원 한국신용평가 연구원 역시 "반복되는 만기 연장으로 사업성이 저하되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브릿지론 상환 여부가 집중되고 있지만 2025년 이후 본 PF 만기 부담까지 가중될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중후순위 대출해 준 중소형증권사는 손실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him565@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