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흠 충남지사 “혁신에 속도조절 어디있나…논개처럼 가라”
김태흠 충남지사 “혁신에 속도조절 어디있나…논개처럼 가라”
  • 김기룡 기자
  • 승인 2023.11.23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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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지도부, 이재명 비판에 1년 반 함몰” 반성 촉구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왼쪽)이 23일 충남도청에서 김태흠 충남지사(오른쪽)를 만나 환담하고 있다.(사진=김기룡 기자)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왼쪽)이 23일 충남도청에서 김태흠 충남지사(오른쪽)를 만나 환담하고 있다.(사진=김기룡 기자)

김태흠 충남지사가 23일 “혁신에 속도 조절이 어디 있나. 논개처럼 가라”라며 국민의힘 혁신위원회를 향해  강도 높은 쇄신을 주문했다. 

당 지도부를 향해선 “집권당의 역할 없이 1년 반 동안 이재명한테 함몰됐다”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특히, 초선·원외 인사가 다수 포함된 최고위원회의 구조를 지적하며 “당대표가 꼬마대장 노릇하는 형태에서 깊은 의사결정이 나오겠나”라고 꼬집었다. 

김 지사는 이날 오전 충남도청 접견실에서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과의 면담을 통해 "혁신위원장 임명되고, 마누라하고 자식 빼고는 다 바꿔야 한다는 말씀 100% 공감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집권을 했으면 (인 위원장이) 말씀하신대로 ‘세계 최고의 나라’가 되기 위해 국가의 방향과 비전 속에서, 집권당으로서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재정립을 하고 시작을 했어야 했다”며 “그런 역할 없이 1년 반 동안 이재명한테 함몰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변인이나 부대변인 선에서 이야기해야 하는 걸 당 지도부가 1년 반 동안 함몰하는 이런 부분들을 저는 당 지도부가 가야 할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당 지도부가 이런 형태로 구성돼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중요 의사결정 기구인 최고위가 다 초선이나 원외로, 정치적인 경험과 식견 트레이닝이 안 된 분들로만 구성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진들은 뒤로 빠져서 뒷짐지고 있다”며 “어떻게 보면 새내기들이 (지도부를) 맡는 이 시스템부터 바뀌어야 한다. 당대표가 ‘꼬마 대장’ 노릇하는 형태에서 깊은 의사결정이 나오겠나”라고 말했다.

인적 쇄신과 관련해선 “초선들도 뭐 하는지 모르겠다”며 “당이 어렵고 새롭게 변해야 할 때에 예전에는 초·재선들이 정풍 운동을 벌이고 그랬는데, 초선들도 눈을 껌뻑이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중진들 입장에서도 ‘정치 생명 한번 더 연장 할까’ 이렇게 가면 국민에게 신뢰 못 받는다”고 비판했다.

혁신위가 지도부와 중진·친윤 의원들에게 제안한 내년 총선 불출마 및 험지 출마 요구에 대해선 “당연한 말씀”이라고 두둔했다. 

김 지사는 “국회의원 하면서 국가나 당과 국민을 위해서, 내가 국회의원이 돼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고민과, 자신을 되돌아보고 이런 부분들이 필요한 것”이라며 “국회의원을 한 번 더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그런 부분 집착 안 했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김 지사는 인 위원장을 향해 “지금처럼 이 눈치 보고, 저 눈치 보고, 당 중진들이나 이런 분들이 제대로 혁신위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시간을 끈다면 혁신위원장님이 논개처럼 다 끌어안아 버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어 “(일부에서는) 마지막 예산 정국을 비롯해 마지막 정국이 있기 때문에 속도 조절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는데, 혁신에 속도 조절이 어디 있나”라며 “정기국회 끝나면 자기들 스스로 그만둘 사람들도 아니다, 행태를 보면. 그러니까 강하게 하시라”고 덧붙였다.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김 지사는 "저는 지난번에 이준석 전 대표 만나러 가서 이 전 대표가 인 위원장에게 영어로 말하는 부분 속에서 이를 대하는 모습들이 내공이 깊으시다는 생각을 했다. 큰 역할을 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원희룡 장관 출마를 두고 인 위원장은 "원희룡 장관과 최근 통화에서 깊은 고민을 하고 있는데, 고민해보고 올바른 길로 가겠다고 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인 위원장은 "지사님께서 좋은 말씀만 하지 말고, 거침없이 우리가 아프고, 변해야 하는 것에 대해 말해주셔서 힘을 얻고 간다"며 "혁신은 고통스러운 것인 만큼, 초심을 잃지 말고 가라는 말씀 잘 듣고, 오늘 (서울을) 올라가서 회의 잘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혁신위원장이 충남에 오셨는데 고군분투 하시고, 큰 틀에서 가는 방향이 맞다"며 "집에서 어른들이 먼저 희생과 헌신을 하듯이, 당에서도 중진이나 책임있는 분들이 헌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진 백브리핑에서 인 위원장은  "원희룡 국토교통부·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움직이는 것 자체가 혁신위에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힘의) 다른 분들도 (원 장관과 한 장관을) 보고 내려놓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며 슬슬 움직이기 시작했으면 더욱더 좋지 않겠느냐"고 피력했다.

한 장관의 행보에 대해선 "행동하시는 것으로 봐선 좋은 일이 있지 않을까 막연하게 기다리고 있다"고 말해 이들의 희생과 결단을 통해 혁신위가 제안한 지도부·중진의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권고가 확산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인 위원장은 정치인의 희생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국민이 희생했는데 이제는 국회의원, 정치인이 나라를 위해 희생해야 한강의 기적뿐 아니라 여의도의 기적을 이룰 것"이라며 "반드시 할 것이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기현 대표의 울산 지역구 출마설이 제기된 데 대해선 "그것에 대해서 들은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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