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경력기준 완화해 부적격자 대거 채용…경찰에 ‘덜미’
공공기관, 경력기준 완화해 부적격자 대거 채용…경찰에 ‘덜미’
  • 이승구 기자
  • 승인 2023.11.21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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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6개월간 ‘채용·안전 비리’ 특별단속 실시
1197건 적발, 2489명 검찰 송치…34명은 구속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사진=연합뉴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사진=연합뉴스)

공공기관이 경력 인정 기준을 완화해 부적격자를 대거 채용하고, 이와 관련된 감사관실 감사 업무를 방해한 행위가 경찰에 적발됐다.

또한 건설사 임직원들이 아파트 신축공사 인허가와 민원 처리 등을 잘 봐주는 대가로 건설 현장 관리·감독 공무원들에게 매년 이른바 ‘명절떡값’을 제공했다가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5∼10월 6개월간 ‘채용·안전 비리’ 특별단속을 실시해 무려 1197건의 법 위반 사례를 적발하고 관련자 2489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21일 밝혔다. 

이 중 혐의가 중한 34명이 구속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채용 비리 특별단속은 상시 30명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민간)과 정부·지방자치단체·중앙공공기관 350개, 지방공공기관 678개, 기타 공직유관단체 336개 등 모두 1천364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경찰은 먼저 채용 비리 혐의 총 137건을 적발해 관련자 978명(구속 26명)을 검찰에 넘겼다. 분야별로는 민간이 914명(구속 21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공공은 64명(구속 5명)이었다.

단속 대상 기준으로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취업 갑질이 749명으로 전체의 76.6%를 차지했고, 뒤이어 채용·인사 업무방해 190명(19.4%), 채용 장사 39명(4%) 등의 순이었다.

주요 사례를 보면 경기도 화성시 공무원과 문화재단 직원 등 20명이 경력 인정 기준을 완화해 부적격자 7명을 채용하고 이에 대한 감사관실 감사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송치됐다. 

또한 경북대 음악학과 교수 7명은 교수 공채 과정에서 서로 담합하거나 심사 관련 비밀을 누설하는 방법으로 특정 후보자를 채용한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이와 함께 한국노총 소속 광주지자체 노조위원장 등 3명은 광주시 5개 구청 환경미화원 취업 알선 등 명목으로 취업 준비생 등 6명으로부터 2억9000만원 상당을 받아 챙겨 구속되기도 했다. 

LH 홍준표 법무단장이 4일 서대문구 경찰청에 공공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의 철근 누락 사태와 관련된 업체들을 수사의뢰한 뒤 접수증을 보여주고 있다.(사진=연합뉴스)
LH 홍준표 법무단장이 4일 서대문구 경찰청에 공공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의 철근 누락 사태와 관련된 업체들을 수사의뢰한 뒤 접수증을 보여주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안전 비리 혐의로는 총 1060건을 적발해 관련자 1151명(구속 8명)을 송치했다. 분야별로 보면 △산업 772명(구속 7명) △시설 384명(구속 1명) △교통 283명 △화재 72명 순으로 집계됐다.

단속 대상은 안전 관리·점검 부실이 909명으로 60.2%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부실시공·제조·개조 531명(35.2%), 금품수수 등 안전부패 71명(4.6%)이 뒤를 이었다.

대표적 사례를 보면 고속도로 차선 도색 공사를 명의 대여 방식으로 넘겨받고 저가·저성능 자재로 부실 시공해 총 123억원을 가로챈 건설업체 대표와 범행을 도운 모 공사 직원 등 69명이 검찰에 넘겨졌다.

또한 아파트 신축공사 인허가와 민원 처리 등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건설 현장 관리·감독 공무원과 감리원에게 매년 명절마다 20만∼300만원의 상품권을 제공한 건설사 임직원 10명도 적발됐다. 경찰은 이들 10명과 상품권을 수수한 공무원 4명, 감리원 33명 등 총 47명을 송치했다.

이밖에도 경찰은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아파트 철근 누락’ 사건과 관련해 국토교통부와 LH로부터 총 21개 아파트 단지에 대한 수사 의뢰를 받아 수사 중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앞으로도 채용·안전 비리를 상시로 단속할 예정”이라며 “내년에도 국민의 생명·안전과 직결된 비리를 대상으로 기획수사 주제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엄정히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digitaleg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