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만기 인기’…은행 정기예금 장단기 금리역전
‘짧은 만기 인기’…은행 정기예금 장단기 금리역전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3.10.31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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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만기 금리 12개월보다 높은 상품 속속 등장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일부 은행 정기예금 상품 6개월 만기 금리가 1년 만기 이자율을 넘어섰다. 통상 정기예금 금리는 예치 기간이 길수록 높아지지만, 이례적으로 금리역전 현상이 일어난 모습이다.

만기 도래 예금 재유치 경쟁에 나선 은행들이 최근 단기 상품을 선호하는 소비자 성향에 대응해 금리 조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31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이날 기준 KB국민은행 ‘KB Star 정기예금’ 상품 6개월 최고금리는 연 4.08%이다. 12개월 만기 최고금리인 연 4.05%보다 0.03%포인트(p) 높은 수준이다.

NH농협은행 ‘NH왈츠회전예금 II’ 6개월 최고금리는 연 4.05%로 12개월 만기 최고금리 연 3.95%보다 0.1%p 앞섰다.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은 6개월과 12개월 최고금리가 연 4.05%로 동일하다. 하나은행 ‘하나의 정기예금’도 연 4.00%로 같은 수준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 ‘코드K 정기예금’  역시 6개월, 12개월 최고금리가 각 연 4.00%였다.

6개월 금리가 12개월 금리를 앞서거나 같은 수준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금융사는 소비자가 예금을 되도록 오래 예치해야 자금 활용 등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만기가 길수록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은행권이 단기 상품 금리를 높이는 이유는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지난해 9월 레고랜드 사태 이후 자금 유치를 위해 수신금리를 연 5%대까지 높이면서 경쟁을 벌였다. 올 4분기 들어 이 상품들의 1년 만기가 도래하면서 새 예·적금을 찾아야 할 자금이 많아졌다.

또한, 최근 금융소비자 성향은 오랫동안 돈을 묵히기보다는 비교적 짧은 기간 빠르게 예치하고 빠지는 단기 상품 선호가 높아졌다. 짧은 주기 소비·저축 경향을 가진 젊은 소비자가 많아진 데다, 고금리가 지속하면서 더 매력적인 금리를 제공하는 예·적금 상품 출시에 대한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시장에서는 6개월뿐만 아니라 1개월, 3개월 만기 초단기 상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해 11월 의결한 ‘금융기관 여수신이율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이 올해부터 시행돼, 기존 6개월이었던 은행 예·적금 상품 최단 만기를 1개월로 단축된 영향이다.

올해처럼 대규모 자금 만기가 한꺼번에 도래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4분기 들어 만기 도래 예·적금 재유치를 위한 금리 경쟁이 시작됐는데, 1년 만기에 집중되면 내년 4분기에 올해와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며 “자금 조달 포트폴리오 관리를 위해 자금을 6개월 만기로 유도해 분산하고자 하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

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