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人5色 금융지주 CEO③] ‘유종의 미’ 윤종규…모범적 경영승계 선례
[5人5色 금융지주 CEO③] ‘유종의 미’ 윤종규…모범적 경영승계 선례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3.10.26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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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풍’ 없이 후임자 장기간 역량 육성·검증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사진=KB금융)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사진=KB금융)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연임이 예상됐던 주요 금융지주 CEO가 속속 용퇴를 선언하면서 새 인물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새롭게 금융그룹을 이끄는 CEO들은 자신만의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다. 새로운 시작을 연 금융지주는 물론 남은 임기를 충실히 소화하는 5대 금융지주 CEO의 족적을 되살펴 본다. [편집자주]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임기가 내달 마무리된다. 윤 회장은 임기 초 구원투수에 나서 내부적 혼란을 겪던 KB금융을 바로잡았고, 3연임을 통해 9년 동안 그룹을 이끌면서 ‘리딩금융’ 지위를 되찾는 등 탁월한 경영 능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윤 회장은 마지막 임기 3년 동안 안정적 지배구조와 경영 승계 시스템을 구축한 뒤 ‘박수칠 때 떠난다’를 몸소 실천하면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종규 KB금융 회장 임기는 오는 11월20일까지다. 후임자는 양종희 KB금융 부회장으로 지난 8월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통해 일찌감치 결정됐다. 지주 설립 이후 첫 순수 내부 출신 인사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국내 대형 금융지주사 수장 세대교체는 유난히 우여곡절이 많았다. 회장의 갑작스러운 용퇴 결정으로 후임 인선이 급하게 진행되거나, 연임이 유력한 회장이 외부의 거센 지적에 물러나고, 관료 출신 인사가 그 자리를 대신하기도 했다.

이에 비해 KB금융은 외풍 영향 없이 이전부터 후임 회장 후보자로 평가받고 그룹 사정에 훤한 내부 인사에게 안정적으로 승계가 이뤄지면서, 오랜 기간 쌓아온 그룹의 정체성을 지키고 사업의 연속성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성공적인 승계 과정은 윤종규 회장이 깔아놓은 판이 제 역할을 했기 때문으로 평가된다.

윤 회장은 2021년말 인사에서 은행과 보험, 카드 등 각기 다른 계열사를 이끌던 허인·이동철·양종희 대표를 지주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이어 그룹 사업을 △개인고객 △WM(자산관리)·연금 △글로벌 △보험 △IT △SME(중소상공인) 등으로 분류한 뒤 경쟁과 상호 협력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윤종규 회장이 KB금융 주요 CEO를 삼각편대로 재배치한 것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포스트 윤종규’를 찾기 위한 시험대라고 해석했고, 실제 윤 회장 의중도 마찬가지였다.

윤 회장은 지난달 2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마지막 임기 3년은 ‘흔들리지 않는 탄탄한 경영 승계 절차 구축’을 목표로 경영을 펼쳐왔다”며 “이사회와 긴밀히 소통했으며 체계적인 승계 프로그램을 KB에 정착시키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는 부회장직을 두고 “후보자를 키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부회장 제도를 만들었다”며 “폭넓게 업무 경험을 쌓고 준비된 회장이 될 수 있게 하는 게 제도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윤 회장이 일궈놓은 경영 승계 시스템이 정착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내달 취임하는 양종희 회장 체제에서는 부회장직 폐지 가능성이 크다. 그간 후계자 역할을 담당했던 부회장직을 놔둔 채 새 회장 임기를 시작하는 것은 적절치 않기 때문이다. 다만 차기 회장 후보 육성 차원에서 그간 부회장들이 맡았던 ‘부문장’은 유지돼 윤 회장 의지를 이어갈 전망이다.

윤 회장은 “회장 취임 이후 9년간 노란색 이외의 넥타이를 매본 적이 없다”며 “KB금융을 상징하는 노란색 넥타이를 매고 일할 수 있어 감사하고 행복했다”고 9년간의 소회를 밝혔다.

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