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탐방] "오! 이건 왜 하는 거예요?" 물으니 "그냥 멋이죠"
[기업탐방] "오! 이건 왜 하는 거예요?" 물으니 "그냥 멋이죠"
  • 천동환 기자
  • 승인 2023.10.09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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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하고 멋지면서 안전하게 타는 방법 연구… 자동차 튜닝 중소기업 '카조아'
취미 함께 즐기던 김남진·전영진 대표, 좋아하는 일 하며 돈 버는 동업자 길
지난 4일 인천시 서구 카조아 작업장에 자동차 여러 대가 들어와 있다. (사진=천동환 기자)
지난 4일 인천시 서구 카조아 작업장에 자동차 여러 대가 들어와 있다. (사진=천동환 기자)

'쉭~~!' 한껏 흔든 탄산음료 병에서 가스 새는 듯한 소리가 크게 나더니 테슬라 승용차 몸체가 바퀴와 가까워지며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놀란 기자가 "오! 이것도 직접 설치한 거예요? 이건 왜 하는 거예요?"라고 묻자 "그냥 멋이죠. 달릴 땐 승차감을 좋게 하는 기능도 있고요."라고 답한다. 기자가 호들갑을 좀 떨었더니 '이런 것도 몰랐냐'는 듯 웃으며 말한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는 자동차 튜닝의 세계. 인천의 중소기업 '카조아'에서 살짝 맛봤다.

◇ '테슬라'가 열어놓은 연구개발 시장

길고 긴 추석·임시공휴일·개천절 연휴를 마치고 지난 4일 오전 서울 관훈동 신아일보 본사에서 인천 북항으로 차를 몰았다. 1시간가량 달려 인천 청라를 지나 목적지에 다다르자 공장인지 창고인지 비슷한 건물들이 모여 있다. 내비게이션이 어련히 잘 알려주겠냐마는 마지막 집중력을 발휘해야 여기가 저기 같고 저기가 여기 같은 이곳에서 정확하게 목표 지점에 닿을 수 있다. 다행히 '카조아'라고 적힌 커다란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카조아는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동차 선팅·튜닝·블랙박스·용품 전문 업체다. 다만 이런 업체치고 작업장 규모는 꽤 큰 편이다. 축구장 10분의1정도 크기 바닥에 지은 창고형 조립식 건물 안 대부분은 자동차 튜닝·정비 공간이고 일부를 사무실과 각종 자동차용품 보관 창고 등으로 쓴다.

전영진 카조아 대표가 지난 4일 테슬라 차량의 ACC 전원 특성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천동환 기자)
전영진 카조아 대표가 지난 4일 테슬라 차량의 ACC 전원 특성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천동환 기자)

물론 이런 걸 보려고 인천 바닷가까지 달려온 건 아니다. 카조아는 최근 테슬라에 블랙박스를 설치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하나 출시했다. 연휴 전 이 소식을 듣고 공부를 좀 해보니 단순히 전기차로만 생각했던 테슬라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새로운 세상이 있다. 불편함을 편함으로 위험을 안전으로 바꾸려는 실험과 연구가 상당히 활발하다.

내연기관 중심이던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로 전환하는 과정엔 여전히 수많은 조율이 필요하고 아직 한국 소비자 입맛을 100% 맞추지 못하는 테슬라 때문에 전문업체는 물론 동호회까지 연구개발에 구슬땀을 흘린다.

카조아의 '테슬라 ACC(accessory) 전원 생성기'도 이런 배경에서 탄생했다. 테슬라에는 퓨즈상자가 없어 전자기기를 추가로 설치할 때 USB(universal serial bus) 포트나 시가잭, 보조배터리를 전원으로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방식은 전기차 동력원인 배터리 전력 소모를 키우고 전자기기 과열 등에 따른 화재 우려가 있다. 테슬라 '센트리모드' 해제(off)를 통해 운행 정지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USB와 시가잭 전원이 차단되도록 할 수 있지만 이때는 블랙박스 영상 녹화도 할 수 없게 된다.

ACC 전원 생성기는 전자기기 전원으로 테슬라에 기본 장착된 고압 배터리를 직접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중간 장치다. 주차 상태에서 센트리모드를 꺼도 블랙박스에 계속 전기를 공급해 영상을 녹화할 수 있게 한다.

카조아는 이 제품과 연동해 사용할 수 있는 전원 제어 장치도 개발해 특허 출원을 준비 중이다. 테슬라 주차 시 자동으로 시가잭 전원을 차단해 불필요한 전력 소모를 막고 화재 위험을 줄이는 장치다.

카조아가 최근 출시한 테슬라 ACC 전원 생성기 장착 모습. 전 대표는 자신의 테슬라 차량에 회사 제품을 장착하고 다양한 변수를 상시 확인하고 있다. (사진=천동환 기자)
카조아가 최근 출시한 테슬라 ACC 전원 생성기 장착 모습. 전 대표는 자신의 테슬라 차량에 회사 제품을 장착하고 다양한 변수를 상시 확인하고 있다. (사진=천동환 기자)

◇ '할 수 있는 건 다 한다'는 정신

김남진·전영진 카조아 공동대표는 자동차 튜닝 동호회에서 만났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김 대표는 자동차 전문가는 아니었다. 아버지와 함께 건축자재·실내장식 일을 하다가 취미를 업으로 삼게 됐다.

전 대표는 자동차 전기장치를 만지는 데 나름대로 유용한 경험을 쌓아왔다. 대학에서 전자통신을 전공했고 국내 통신 대기업에서 16년간 통신장비·시스템 관리 업무를 했다.

김 대표와 전 대표는 취미 생활을 함께하다가 2020년 경기도 안산시에 30㎡ 크기 작은 사업장을 마련해 동업자 길로 들어섰다. 처음에는 각자 일을 하면서 부업 형태로 사업을 했다. 그러다 기아의 대형 RV(recreational vehicle) '카니발' 전문 특장 업체와 협업하게 되면서 2021년 인천으로 사업장을 옮겼다. 카니발 튜닝은 여전히 카조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업으로 이날 작업장에서도 새롭게 탈바꿈 중인 카니발 여러 대를 볼 수 있었다.

김남진(오른쪽)·전영진 카조아 공동대표. (사진=천동환 기자)
김남진(오른쪽)·전영진 카조아 공동대표. (사진=천동환 기자)

사업 초기 수익이 적어 폐업을 고민하기도 했던 김 대표와 전 대표는 위기의 순간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한다'는 각오로 달렸다. 그렇게 만들어 온 창립 4년 차 회사는 이제 상당히 안정된 궤도에 올랐다. 카니발에 더해 테슬라로 튜닝 주력 차종을 확대하고 관련 제품을 직접 개발, 생산, 판매하는 사업으로 수익 다변화에 성공했다.

꾸준한 연구개발 결과 최근 기업부설 연구소를 설립했으며 내년에는 자가 사업장을 마련할 계획이다.

전영진 대표는 "소비자가 느끼는 불편에 대해 계속 연구하고 만들고 자체 생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이제는 이런 소매 샵도 내 제품, 나만의 특별한 게 없으면 경쟁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남진 대표가 지난 4일 카조아 사업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천동환 기자)
김남진 대표가 지난 4일 카조아 사업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천동환 기자)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