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도 준비 힘들다"…국내기업 절반이상, ESG 의무공시 연기
"대기업도 준비 힘들다"…국내기업 절반이상, ESG 의무공시 연기
  • 윤경진 기자
  • 승인 2023.08.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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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국내기업 100개사 대상 ESG 공시제도 의견 조사
기업 53%, ESG 자율공시…'자체 전산시스템 보유' 14% 불과
ESG공시 투자 비용 그래프.[표=대한상의]
ESG공시 투자 비용 그래프.[표=대한상의]

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기업들은 국내 ESG 공시가 의무화되지만 여전히 대기업들조차 공시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국내기업 100개사 ESG 담당 임직원을 대상으로 ‘국내 ESG 공시제도에 대한 기업의견’을 조사한 결과 ‘ESG 공시 의무화 일정을 최소 1년 이상 연기하고 일정 기간(2~3년) 책임 면제기간을 설정하는 것이 적정하다’는 응답이 56.0%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책임면제기간은 배출량 측정과 검증에 필요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기 전까지 일정기간 동안 ESG 공시정보에 대한 기업 책임을 면제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은 2025년, 나머지 상장사는 2030년부터 의무화하고 코스닥 기업은 제외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은 27.0%로 나타났다. ‘자산 1조원 이상 기업은 2027년부터로 앞당기고 자산 5천억원 이상 코스닥기업도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은 14.0%에 그쳤다.

대다수 기업들은 ‘ESG 공시는 중요하다’(88.0%)고 인식하고 있었다. ESG 공시가 중요한 이유로는 ‘이해관계자에 중요한 정보’(46.6%), ‘투자의사결정에 필요한 위험·기회 요인 파악’(30.7%) 등을 꼽았다. ‘현재 ESG 자율공시중’인 기업은 53.0%였으며 ‘준비중’인 기업은 26.0%,‘ESG 공시를 준비하고 있지 않은 경우’는 21.0%로 집계됐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로 대표되는 현행 ESG 자율공시는 의무공시와 달리 공시항목, 공시정보에 대한 책임 등에서 자유롭다는 차이점이 있다.

아울러 ESG 공시에 대한 준비는 아직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ESG 자율공시를 하고 있는 기업들 중 90.6%는‘외부전문기관을 활용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내부인력만으로 공시’하고 있는 곳은 9.4%에 그쳤다. 공시를 위한 자체 ESG 전산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도 14.0%에 불과했다.

ESG 공시에 투자하는 비용은 ‘1억원 이상 2억원 미만’이 50.9%로 가장 높았고 ‘2억원 이상’도 28.3%에 달했다. 

기업들은 ESG 공시 관련 애로사항으로‘협력업체 데이터 측정 및 취합 어려움’(63.0%)과‘구체적인 세부 가이드라인 미비’(60.0%)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내부 전문인력 부족’(52.0%), ‘외부 전문기관 활용에 따른 비용 부담’(46.0%),‘공시 위한 IT·전문시스템 부재’(37.0%) 등 순이었다.

ESG 공시 의무화를 위해 필요한 정책과제를 묻는 질문에도 ‘업종별 ESG 공시 세부 지침 및 가이드라인 제공’(82.0%)이 첫손에 꼽혔다. 그밖에 기업들은 ‘ESG 전문인력 양성 및 공급’(57.0%), ‘내부인력 교육지원’(34.0%) 등 인력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과제를 주문했으며 ‘공시관련 컨설팅 비용 지원’(47.0%) 등의 의견도 나왔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ESG 공시 의무화는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향상을 위해 추진되어야 할 정책”이라며 “ESG 공시가 규제가 아닌 지속가능성장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유예기간을 충분히 주고 명확하고 간소한 기준을 제시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youn@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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