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항명 혐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국방부 수사 거부
'집단항명 혐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국방부 수사 거부
  • 이인아 기자
  • 승인 2023.08.1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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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경북 예천 내성천에서 실종자를 찾던 중 사망한 고(故) 채수근 상병 수사와 관련해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국방부 감찰단의 수사를 거부했다. 

박 전 수사단장은 군 검찰단 출석이 예정된 11일 오전 이런 입장문을 냈다. 그는 "국방부 검찰단은 적법하게 경찰에 이첩된 사건 서류를 불법적으로 회수했고, 수사의 외압을 행사하고 부당한 지시를 한 국방부 예하 조직으로 공정한 수사가 이뤄질 수 없다"며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를 명백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할 수 있는 수사에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를 해병대사령관, 해군참모총장,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대면보고했다"며 "그런데 알 수 없는 이유로 국방부 법무관리관으로부터 수 차례 수사외압과 부당한 지시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왜 오늘 이 자리까지 와 있는지 모르겠지만,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똑같은 결정을 했을 것"이라며 "대한민국 해병대는 충성과 정의를 목숨처럼 생각하고 있다. 저는 해병대 정신을 실천했을 뿐"이라고 했다.

입장문 말미에는 "존경하는 대통령님"이라고 윤석열 대통령을 언급하면서 "국군통수권자로서 한 사람의 군인의 억울함을 외면하지 마시고, 제가 제3의 수사기관에서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청원합니다"라고 덧붙였다.

국방부는 고 채 상병 사망 사건 조사 결과를 경북경찰청에 넘기지 말라는 지시를 어기고 사건을 이첩한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을 보직해임하고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했다. 

이어 경찰 이첩을 보류한 이 사건의 해병대 조사결과를 직접 재검토하기로 했다. 국방부는 9일 출입기자단에 "국방부 장관은 고 채 상병 사망 사건을 오늘부로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하고 법령에 따라 재검토할 것을 지시했다"고 알렸다.

조사본부는 군내 범죄 수사와 예방 업무를 담당하는 국방부 직할의 최고위 수사기관이다. 국방부가 사건을 경찰로 넘기지 않고 직접 나서며 채 상병 사건을 의도적으로 축소하려 하는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