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원 터치한 엔화, 韓 수출 등 경제 회복 개선 악재
800원 터치한 엔화, 韓 수출 등 경제 회복 개선 악재
  • 김보람 기자
  • 승인 2023.06.20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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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수지 적자·수출 경쟁력 악화 영향 불가피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원·엔 환율이 8년 만에 800원대를 터치하는 등 역대급 엔저(엔화 가치 하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엔저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며 일본 여행 수요는 급증하고, 환차익을 염두에 둔 투자 자금은 일본 금융시장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엔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일본과 수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여행수지 적자, 수출 가격 경쟁력 악화 등으로 경기 침체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0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일 오전 8시 23분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897.49원을 터치하며 2015년 6월25일 이후 8년 만에 800원대를 기록했다. 

원화와 엔화는 국내 외환시장에서 직접 거래되지 않아 달러화를 활용해 통화가치를 비교하는 재정환율로 가치를 매긴다. 

엔화 약세 배경에는 국내는 물론 미국 등 각국의 금리 인상 등 긴축 기조와 상반된 완화적 통화 정책 유지가 깔려 있다. 

실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잡기 위한 글로벌 긴축 흐름에도 일본은 은행 단기금리를 마이너스(-0.1%) 상태로 동결하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금리를 0%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낮은 환율 등으로 여행경비 부담이 줄면서 일본 여행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일본정부관광국에 따르면, 1∼4월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은 673만95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배 급증했다. 이 중 한국인 관광객은 31%(206만7700명)로 125배 치솟았다.

'쌀 때 쟁여두자' 심리 등 환차익을 위한 투자 자금도 일본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실제 16일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엔화 예금 잔액은 약 8109억7000만엔으로 지난달 말(6978억6000만엔)보다 16% 증가했다.

5월 기준 4대 은행 엔화 환전액 또한 300억엔을 돌파하며 1년 전(62억엔)보다 5배가량 급증했다.

또 16일 기준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전 거래일 종가 대비 220.59%포인트(p, 0.66%) 오른 3만3706.08을 기록하며 33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일본과 수출 경쟁을 하고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엔저 현상은 경기 침체 우려를 키울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다.

일본행 여행객이 많아지면 그만큼 여행수지 적자 폭은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여행 수입은 30억8600만달러, 여행 지출은 63억2100만달러로 여행수지 적자액은 32억35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 3분기(32억8000만달러) 이후 3년 반 만에 최대치다. 

무엇보다 엔저 현상으로 국내 수출 제품에 대한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수출 회복력도 저하 시킬 수 있다.

수출 부진에 여행 수지 적자, 서비스 수지 적자 등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종국에는 경상수지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경우 엔·달러 환율이 1%p 오를 때마다 한국 기업 수출 가격은 0.41%p, 수출 물량은 0.2%p 감소했다.

1분기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44억6000만달러 적자로 분기 기준 2012년 1분기(12억9000만달러 적자) 이후 11년 만에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김정연 삼성증권 연구원은 "아베노믹스에서 결국 이루지 못했던 인플레이션 2%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고, 가시다노믹스의 주주환원 강화는 투자 매력 상승으로, 강력한 임금 인상 정책은 소비 잠재력 증진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뿐만 아니라 일본 기업 실적 개선과 직결된 엔화 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기대되고 기시다 정권의 지지율은 회복세를 보이며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안정감까지 더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qhfka718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