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별로 차별화된 경제 여건 속에서 보다 정교한 정책 운영을 통해 우리 경제의 안정을 도모해야 함은 물론, 중장기적으로 한국 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가장 잘 제시하는 싱크탱크의 역할을 적극 수행해나가야 하겠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말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창립 제73주년 기념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우선 이 총재는 "지난해 주요국 물가가 빠르게 상승하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7월 6.3%까지 높아졌지만 기준금리를 3.5%까지 인상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해 물가 오름세는 지난달 3.3%까지 낮아졌다"고 지난 1년을 회상했다.
이어 "다만 기조적 물가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인플레이션은 아직 더디게 둔화되고 있어 안심하기에는 이른 상황"이라고 짚었다.
올해는 물가 상승은 물론 경제 성장, 금융안정 리스크, 주요국 금리 인상 등 더욱 정교한 금융 정책이 필요할 것이라 강조했다.
이 총재는 "앞으로의 1년도 녹록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한국은행의 진정한 실력을 검증받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앞으로도 한은은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를 면밀히 점검하는 가운데 성장의 하방 위험과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 그리고 미 연준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도 함께 고려하면서 정책을 더욱 정교하게 운용해 나가야 하겠다"라고 부연했다.
이를 위해 과거 성공 방식에 집착하기보다 새로운 환경에 맞게 과감히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비은행 금융기관의 수신 비중이 이미 2000년대 들어 은행을 넘어서는 등 비은행 중요도 확대에 따라 "은행만을 대상으로 해서는 국민경제 전체의 금융안정 목표를 달성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권이 없다는 이유로 이 문제를 방치할 수는 없으며, 감독기관과의 정책 공조를 더욱 강화하고 필요하다면 제도개선을 통해서라도 금융안정 목표 달성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흡수에 초점을 맞춰왔던 유동성 관리에 대해 "대내외 경제구조가 달라지면서 경상수지 기조는 물론 적정 유동성 규모 등이 변화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따라서 유동성 조절도 흡수 일변도에서 벗어나 평상시에도 탄력적으로 유동성 공급이 가능하도록 제도나 운영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밖에도 상시적 대출제도 등 위기 감지 시 즉각 활용 가능한 정책 수단 확충과 정보통신(IT) 기술을 활용해 챗GPT와 같은 소프트웨어를 내부 업무에 적용, 일상적인 업무의 효율성을 향상하는 방안, 디지털화폐(CBDC) 도입 대비 등의 변화 과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