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JW그룹 명예회장, '제약보국' 실현…기업 성장기반 구축
이종호 JW그룹 명예회장, '제약보국' 실현…기업 성장기반 구축
  • 김소희 기자
  • 승인 2023.04.30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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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환으로 별세…약 다운 약 개발 강조, 사회적 책임 수행
이종호 JW그룹 명예회장[사진=JW그룹]
이종호 JW그룹 명예회장[사진=JW그룹]

이종호 JW그룹 명예회장이 30일 오전 7시49분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0세.

JW그룹에 따르면, 이 명예회장은 1945년 설립된 JW중외제약에서 필수의약품부터 혁신신약까지 ‘약 다운 약’을 만들어 국민 건강을 지키는 ‘제약보국(製藥保國)’ 실현에 앞장섰다.

특히 ‘생명존중’과 ‘도전정신’의 경영이념 아래 대한민국 제약 산업의 발전과 보건의료 기반 향상에 평생을 바쳤다.

◇경영 참여 후 기술 도입 통한 제약 산업 선진화 기여

이종호 명예회장은 1966년 회사의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했으며 1969년 국내 최초이자 세계에서 두 번째로 합성 항생제 ‘리지노마이신’ 개발에 성공했다. ‘리지노마이신’은 경영위기로 어렵던 회사의 기틀을 다지고, 국내 제약 산업을 한 단계 진보시키는 역할을 했다. ‘리지노마이신’은 1973년 12월 영국 약전(B.P)에도 수록됐으며 1969년 발명의 날에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이 명예회장은 1974년 당시 페니실린 항생제 분야 최신 유도체로 평가받던 피밤피실린의 합성에도 성공하며 ‘피바록신’을 개발했다.

1960년대 후반부터는 해외 선진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국내 제약 산업의 수준을 끌어올렸다. 그는 머크·애보트 등 유럽·미국 주요 제약사들과의 기술제휴로 국내 시장에서 회사의 기술적 입지를 굳히는 동시에 전문 치료의약품 중심의 사업을 확대했다.

수액[사진=JW그룹]
수액자동화 설비 준공식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이종호 명예회장(가운데).[사진=JW그룹]

1970년대 초반에는 기초원료 합성과 생산을 위한 연구에 집중해 국내 첫 소화성궤양 치료제 ‘아루사루민’, 진통·해열제 ‘맥시펜’, 빈혈치료제 ‘훼럼’, 종합비타민 ‘원어데이’ 등 신제품들을 시장에 선보이며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이윤 없어도 '수액' 투자 지속…글로벌 생산 기지 구축

이종호 명예회장은 회사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수액 산업 분야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이 명예회장은 1970년대에 수액 1병 납품할 때마다 원가(原價)가 안 나오는 손해에도 생명존중의 창업정신을 이어갔다.

JW그룹은 1997년에 국내 최초로 환경호르몬이 검출되지 않는 Non-PVC 수액백 개발에 성공하며 친환경 수액백 시대를 열었다. 2006년에는 1600억원을 투자해 충남 당진에 세계 최대 규모의 수액제 공장을 신설해 글로벌 생산 기지를 구축했다.

JW그룹은 당진 수액공장을 기반으로 2019년에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한 3체임버 종합영양수액 ‘위너프(수출명 피노멜)’ 완제품을 아시아권 제약사 최초로 영양수액 세계 최대 시장인 유럽 시장에 수출했다.

◇약다운 약 개발 강조…R&D 역량 강화 다각적 접근

이종호 명예회장은 1975년 당시 중외제약의 사장으로 취임하며 ‘신약개발’을 강조했다. 여기에는 ‘생명을 다루는 제약기업은 이윤도 중요하지만 약다운 약을 생산해야 한다’라는 창업정신이 밑바탕 됐다.

이 명예회장은 “신약 개발로 벌어야지. 해외에 있는 약을 수입해서 판매해 이윤을 많이 남긴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신념을 확고히 밝혀 왔다.

이 명예회장은 R&D 역량을 키우기 위해 1983년 중앙연구소를 설립했다. 1986년에는 신약개발연구조합 초대 이사장에 추대돼 업계 공동 연구개발을 통한 기술 향상과 글로벌 진출 기반 구축 등 국내 제약업계 발전에 기여했다.

C&C신약연구소 설립 조인식에서 서류에 서명을 하고 있는 이종호 명예회장(왼쪽).[사진=JW그룹]
C&C신약연구소 설립 조인식에서 서류에 서명을 하고 있는 이종호 명예회장(왼쪽).[사진=JW그룹]

1992년에는 국내 첫 합작 바이오벤처인 C&C신약연구소(현 JW중외제약 지분 100%)를 일본 주가이제약과 50대50 지분 투자를 통해 설립했다. 이종호 명예회장은 설립 당시 “대한민국의 인재와 일본의 신약개발 노하우를 합쳐 제대로 된 신약을 만들어보자”라는 취지를 밝혔다.

이밖에도 2000년에는 미국 시애틀에 연구소인 JW세리악(현재 미국 보스턴 소재)를 설립하는 등 글로벌 R&D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를 발판삼아 2001년에는 국내 최초의 임상3상 신약 1호인 항생제 ‘큐록신’ 허가를 획득했다.

◇중외학술복지재단 설립·성천상 제정…사회적 책임 수행

이종호 명예회장은 2011년 사재 200억원을 출연해 공익재단인 중외학술복지재단을 설립하고 보건의료 분야 학술연구와 소외계층을 지원했다.

2013년에는 창업자인 고(故) 성천 이기석 선생을 기리고 고인이 평생 실천했던 생명존중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성천상’을 제정했다. 성천상은 음지에서 헌신적인 의료봉사를 통해 의료 복지 증진에 기여하며 사회적 귀감이 되는 의료인을 발굴해 업적을 기리는 상이다.

이 명예회장은 사회적 약자들이 차별 없이 문화 활동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2015년 국내 첫 기업 주최 장애인 미술 공모전인 ‘JW아트어워드’를 제정해 장애 예술인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장애인 작가들의 작품 활동 환경 개선에 기여했다.

이외에도 2003년도부터 중증 장애인들로만 구성된 합창단 ‘영혼의소리로’를 후원 중이다.

성천상 수상자에게 상을 시상하는 이종호 명예회장(왼쪽).[사진=JW그룹]
성천상 수상자에게 상을 시상하는 이종호 명예회장(왼쪽).[사진=JW그룹]

[신아일보] 김소희 기자

ksh333@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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