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사법화' 심각… '치킨게임' 탈출구 없는 여야
'정치의 사법화' 심각… '치킨게임' 탈출구 없는 여야
  • 강민정 기자
  • 승인 2023.04.16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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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방송 3법' 권한쟁의심판·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野, 강경 추진 기조 변함 없다… 윤 대통령 거부권 수순 밟나
국민의힘 전주혜(왼쪽부터), 유상범, 장동혁 의원이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방송법 개정안 본회의 직회부 법률안' 권한쟁의심판청구 관련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서를 제출하기 위해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전주혜(왼쪽부터), 유상범, 장동혁 의원이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방송법 개정안 본회의 직회부 법률안' 권한쟁의심판청구 관련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서를 제출하기 위해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정치권에서 현안을 사법부 판단으로 넘기는 일이 잦아지면서 여의도가 '서초동'화(化) 돼 간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국민의힘은 최근 여야가 첨예한 이견을 보이는 법안 중 하나인 '방송 3법'에 대한 현법재판소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앞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위원들과  무소속 박완주 의원이 정족 수 3분의 2 이상을 충족해 이 법을 본회의에 직회부한 걸 두고 국회법을 어겼으므로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 국회법 86조3함은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가 회부 법률안에 대해 '이유 없이' 회부된 날부터 60일 이내에 심사를 마치지 않았을 때 직회부가 가능토록 규정하는데, 방송 3법 경우 법사위 제2소위에서 논의를 진행 중이었으므로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여당은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방송 3법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함께 제출했다. 오는 21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방송 3법에 대한 상정 및 의결을 막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한치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16일 한 민주당 의원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촉 음직임과 관계없이 방송 3법 본희의 통과를 추진한다는 것이 당내 분위기라고 전했다.

과방위원장인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법사위 제2소위에 회부해 심도 있는 심사를 했다고 주장하지만, 국민의힘 위원만 출석한 가운데 시간을 끌기 위한 형식적 몇 마디만 오고 갔을 뿐"이라며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의 '이유 없는' 심사지연이 아니었다는 주장은 '의도적이고 정치적인 목적과 이유가 있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일 뿐, 국회법 제86조3항이 요구하는 행정적·절차적 이유가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고 반박했다.

입법 과정에서 효력정지 가처분 신정은 실효성이 없다는 한계도 지닌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현행법, 현재 완성된 입법이 아닌 '입법 절자 중'인 법안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이나 효력정지 가저분 신청 경우 절차를 막을 수 있는 수단은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를 종합하면 국민의힘의 이번 법적 분쟁 배경은 사실상 '여론전'에 가깝거나, 해당 법안에 대한 사법부 판결이 남아 절차적 흠결이 있음을 주장하며 지연전술을 펴기 위한 전략에 가깝다는 풀이가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정치의 사법화' 현상이 여야 간 대화 부재에서 온다며 3권 분립의 형해화를 우려했다. 엄 소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3권 분립이 제대로 운영되려면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한 웬만한 사안은 여야가 대화하고, 어렵더라도 합의안을 도출하려 노력해야지 법원으로 가져가면 안 된다"며 "그런 노력은 아예 하지 않고 법원으로 판단을 미루니 점점 '사법 공화국'이 돼 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민주당이 본회의에서 방송 3법 통과를 밀어붙일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다시 한 번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거부권 행사 이후 여론이 좋지 않아 부담을 느끼면서도, '방송 3법' 경우 윤석열 정부의 정체성과 직접적으로 맞서는 정책이므로 강수를 둘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mj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