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천하람 "윤핵관 무서워서 살겠나…당을 '귀신의 집'으로 만들어 " (下)
[인터뷰] 천하람 "윤핵관 무서워서 살겠나…당을 '귀신의 집'으로 만들어 " (下)
  • 강민정 기자
  • 승인 2023.02.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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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여부 관계 없이 신당 창당은 안 해"
"'羅도 못 버티는데 어떻게 하냐'고 하더라"

국민의힘 천하람 당대표 후보의 이번 전당대회 선거 캐치프레이즈는 '윤핵관 퇴진'이다. 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의 준말인 윤핵관은, 대선 시기부터 언급이 나오면서 현재는 당내 최대 기득권 세력으로 자리잡았다. 그런 그들에게 "권력을 위해 권력을 잡는 사람들"이라고 일갈하며 정면 승부수를 던진 거다. 신아일보는 27일 서울 여의도 모처의 천 후보 캠프에서 그와 당 개혁 의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천 후보와의 일문일답.

국민의힘 천하람 당대표 후보가 27일 서울 여의도 캠프에서 신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국민의힘 천하람 당대표 후보가 27일 서울 여의도 캠프에서 신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윤핵관vs친이준석계' 구도로 보인다. 그러다 보니 총선 국면에서 신당을 창당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내가 당선되면, 아니, 당선이 안 되더라도 신당을 창당할 리가 없다. 난 당이 하나가 돼야 한다는 것만큼 틀린 얘기가 없다고 생각한다. 당이란 건 다양한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 국민이, 당원이 다양한데 당에서 정치하는 사람들에게 한 목소리가 나온다면 전체주의 정당 아닌가. (정당에서) 하나의 목소리가 나와선 안 된다. 문제는 수준 높은 싸움을 하느냐, 아니면 줄서기 경쟁을 하느냐고 본다. 

'윤핵관과 이준석·천하람계가 뭐가 다르냐', '윤핵관 몰아내고 천핵관(천하람 측 핵심 관계자) 만드느냐'는 이야기를 하는 분도 있는데, 일단 천핵관은 폭력적이지 않다. 내가 당 대표가 됐을 때 천핵관이 있을 수도 있다. 어느 정도 나와 가까운 분들은 항상 있지 않나. 그러나 그들이 어떤 행태를 보이느냐가 중요한 거다.

윤핵관은 계파고, 천핵관은 정파라고 생각한다. 계파는 수장이 오더(order·주문, 지령)를 내리면 무조건, 무비판적으로 따른다.  정파는 어떤 철학, 어떤 비전이 있느냐다. 윤핵관은 누가 봐도 계파다. 위에서 오더가 내려오면 사람들이 무서워서라도 한다. 그리고 무슨 비전이 있는 지 모르겠다. 권력에 줄 서는 것밖에 없다.

지금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이 있지만, 내 말 안 듣는다. 내가 시킨다고 무조건 하지 않는다. 우리는 당이 소신과 능력 위주로 다양한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가치관을 공유한다. 우리는 건강한 정파라고 생각한다. 이런 정파는 당내에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황 후보의 방향성은 동의하지 않지만, 황 후보 세력은 정파라고 생각한다. 본인들이 공유하는 어떤 가치관이 있지 않나. 그러나 정작 우리 당에서 가장 큰 지분을 갖고 있는 윤핵관은 무엇을 위해 정치를 하는 사람들인지 모르겠다. 그냥 이익집단이다. 권력을 잡기 위해 권력을 잡는 사람들이다. 이건 정파가 아니다. 

앞으로 우리 당의 시대정신은 계파를 해체시키고 정파를 어떻게 만들어 가는 것이냐다. 그래서 내가 '윤핵관 퇴진'을 말하는 거다. 윤핵관은 어떠한 정치적인 부가가치도 만들어 내지 못하면서 권력을 독점해 정치적 부가가치를 만들려는 사람들을 억압하고 있다. 우리 당의 최악의 상황을 만들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윤핵관과 천핵관은 다르다는 거다.

─정당사를 들여다 보면 '핵관(핵심 관계자)'들은 늘 있었다. 그럼에도 '윤핵관'을 특히 문제라 생각하는 이유는 뭔가.

공신(功臣) 내지는 주류가 비주류를 억압하는 건 많이 봤는데, 어제까지 주류였던 사람을 억압하는 건 처음 봤다. 이들이 유승민·이준석을 공격하는 건 '그래, 그럴 수도 있다' 생각했지만 안 후보와 나경원 전 원내대표를 공격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공격의 방향도, 공격의 내용도 문제였다. 나 전 원내대표는 주류 중 주류다. 그런데도 어떻게 보면 큰 문제가 아닌 것에 대해 엄청난 공격을 퍼부어 이상했다. 

안 후보 경우 옛날에 민주당 대표 한 줄 모르는 사람이 어딨나. 그걸 안고 우리가 단일화를 하겠다고 한 거 아닌가. 단일화를 했단 얘기는 그 이전에 있던 일은 사실상 불문에 붙이겠단 거다. 회사를 합병할 때도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실사는 열심히 하지만, 합병을 하고 나면 한 식구 아닌가. 그렇게 따지면 우리 당에서 바른정당에 있을 때 '자유한국당 없어져야 한다'고 애기했던 분들 많다.

내가 충격적이었던 건 얼마나 당을 무섭게 만들어 놨으면 이에 대해서 반대되는 의견이 나오질 않는다. 원외에 있는 나 정도만 '이거 너무한 거 아니냐'고 얘기하고, 원내 의원들은 내게 전화와서 '너 방송 많이 나가니까 좀 얘기해 달라'고 한다. 본인들은 하지 못한다. 주류가 어느 정도 당을 주도해 나가고, 경선에서 공(功)이 있던 분들이 공신 노릇을 하는 건 어느 정도 할 수 있다고 보지만, 문제는 이게 도를 넘어서 국민의힘을 무슨 '귀신의 집'으로 만들었단 거다. 무서워서 살겠나. 

(당내 분위기는) 공천도 그렇고, 어떤 당직이라도 좀 맡으려면 윤핵관 눈밖에 나선 안 된단 거다. '윤핵관 눈밖에 나면 지금 나경원도 저렇게 되는데, 나 따위가 어떻게 버티겠나' 그런 생각들을 하는 거다.

─국민의힘 주요 지지층은 고령층으로 알고 있다. 개혁 의제가 갖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나.

만약에 한계가 있었다면 지금 김 후보의 지지율이 70%여야 한다고 본다. 김 후보가 '김장(김기현·장제원)연대', '윤심 논란' 등으로 당 조직의 80~90%를 가져갔다. 우리 당원들의 안정을 원하는 기본적인 성향을 고려하면 (김 후보는) 지지율 80~90%를 찍어야 하는데, 40%대 박스권에 갇혀있단 건 안정을 원하는 당원들도 이런 식의 안정은 곤란하다고 보는 거다.

이번 전당대회를 관통하는 윤핵관의 최대 패착은 나 전 원내대표에게 그런 식으로 집단 괴롭힘을 한 거다. 내가 TK(대구·경북)을 돌아다닐 때 '나경원한테 이런 건 선 넘었지', 라는 그런 말들을 많이 한다. 주류 성향 당원들을 봤을 때도 '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 나경원이 뭘 잘못했느냐'(고 한다.) 윤핵관이 대통령을 등에 업고 폭주하고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 김 후보는 '내가 윤핵관보다 나은 사람'이란 걸 보여줬어야 한다. 가정이지만, 그 상황에서 김 후보가 '우리 이러지 말자'고 한 마디라도 해서 내가 윤핵관보다 나은 사람이란 걸 보여줬다면 지금 지지율 과반을 얻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TK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건 일종의 '탄핵 트라우마'인가.

정확한 표현이다. '우리가 6년 만에 탄핵의 강을 힘들게 건넜는데, 당이 진박 감별사 노릇하던 때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다'는 거다. 오래 된 당원일수록 (현 상황에) 위기감을 더 느끼고 있다. 결국은 '우리 당이 지금 이대로 가도 괜찮은가'다. (향후 방향성이) 안정이냐, 변화냐고 했을 때 지금 아슬아슬한 경계선에 있다고 본다. 5 대 5의 싸움에서, 내가 안 후보를 꺾고 개혁의 태풍이 불면 많은 분들께서 '변화하는 게 총선에 좀 더 유리하겠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변화를 원하는 당원이 더 많다고 본다.

─전남 순천에서 터를 닦아 왔는데. 당 대표가 되더라도 그곳에서 출마할 건가.

당연하다. 내가 갑자기 여기서 비례(대표 의원 순번) 2번을 받으면 정치 인생 끝난다. 앞서 내가 중진 의원 등에게 '수도권 출마하라'는 게, 수도권 가서 산화하라는 게 아니다. 우리 당 지도부는 항상 내가 수도권 후보 내지는 수도권 후보가 될 거란 생각으로 수도권 민심에 주파수를 맞추고 중도 확장적으로 당을 운영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면 우리는 지지 않는 정당이 될 거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러니저러니 해도 어쨌거나 지금 수도권 정당화가 됐다. 우리 당도 빨리 그런 전환을 이뤄내야 한단 취지에서 하는 말이다. 윤핵관이 미워서라기보다, 이런 게 관행이 돼서 우리 당에서 핵심 당직 맡은 사람은 다음에 수도권에 출마해 수도권에서 사랑받는 당을 만들자는 거다.

─만일 당대표 당선이 안 된다면 '정치인 천하람'의 2막은 어떤 모습일까.

우선 순천에서 당선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거다. 나나 이준석 전 대표는 원외 정치인으로서 할 수 있는 걸 거의 최대도 끌어올렸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는 이 전 대표에 비해서는 조금 더 할 수 있는 여지가 있겠지만, 이정도면 천하람이 원내에 들어와 청문회도, 국정감사도, 대정부 질의도, 협상도 하면서 원내에서 실력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전국에서 있을 거라고 본다. 그걸 바탕으로 당선돼 원내에 들어오는 거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우리 당은 한강의 기적을 중요한 자산의 하나로 삼는 당이다. 그런데 지금 맨주먹 갖고 소신 있고 능력 있는 사람이 우리 당에 나오겠다고 하면, 만약 자녀가 연줄 없이 자신의 능력과 비전만 갖고 정치하러 (국민의힘에) 간다고 하면 가라고 하겠나. 나는 (지금 우리 당에는) 내 자식 못 보낸다. 당원들마저도 '내 자식을 국민의힘에서 정치하라고 못하겠다'고 할 정도면 문제가 있는 거다.

능력만 있다면 여기서 한강의 기적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는 당을 만들어야 한다. 이게 바로 보수의 도전자 정신, 기업가 정신과 맞다고 본다. 연줄 있는 사람만 성공하는 사회였다면 한국 사회가 이렇게 발전했겠나. '국민의힘 드림(Dream)'이 가능한 당을 만들고 싶다.

mj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