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천하람 "안철수 후보, 내게 꽃길 깔아줄 사람" (上)
[인터뷰] 천하람 "안철수 후보, 내게 꽃길 깔아줄 사람" (上)
  • 강민정 기자
  • 승인 2023.02.27 1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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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인지도, 정치적 중량감?… 安 꺾으면 해결"
"張·대통령실 전폭 지원… '김기현 리스크' 자초"

개혁의 천하람, 구태의 김기현. 국민의힘 천하람 당대표 후보가 생각하는 이번 전당대회의 결선 구도다. 당내 '주류 세력'인 윤핵관을 향해 "단순 이익집단"이라고 정면 승부수를 던지며 개혁 의지를 세차게 띄운 그를 신아일보가 27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천 후보의 캠프에서 만났다. 다음은 천 후보와의 일문일답이다.

국민의힘 천하람 당대표 후보가 27일 서울 여의도 캠프에서 신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국민의힘 천하람 당대표 후보가 27일 서울 여의도 캠프에서 신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근 안철수 후보로부터 '실버 크로스'를 달성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다. 향후 지지율 상승 전략은.

결선투표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선명한 개혁 성향과 동시에 진중한 태도를 보여드리려고 한다. 안 후보와 선의의 경쟁은 하겠지만, 안 후보 지지자와 마음의 벽을 너무 만들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안 후보를 존중하면서 선거운동을 해 왔다. 안 후보가 개혁 선명성이 낮은 데 대해선 비판했지만 도를 넘진 않으려고 노력해 왔고, 앞으로도 지킬 거다.  

오히려 황교안 후보와 나의 관계를 주목해 주셨으면 좋겠다. 황 후보의 '부정선거' 주장 등 과한 이념적 주장에는 반대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황 후보를 우리 당에서 퇴출시켜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와 다른 사람도 당내에서 공존해야 하고, 비주류로서의 본인의 역할은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이 황 후보를 존중하는 내 태도로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안 후보 지지층뿐만 아니라 황 후보 지지층 일부도 결선투표에서는 날 지지할 수 있도록 후보들을 존중하면서 (선거운동을 하되,) 다만 방향성에 있어 차이 있는 부분은 선명하게 말할 계획이다.

─타 후보에 낮은 인지도, 청년이라는 허들이 있다. 이를 어떻게 뚫고 나갈 건가.

백 마디 말보다도, 안 후보가 내게 꽃길을 깔아준다고 생각한다. 정치권에서는 말이 길어지면 아무 소용이 없다. 다른 것 다 필요 없고 '안철수를 꺾은 사람', 이거면 다 해결된다. 인지도도, 정치적 중량감도 모두 해결된다. '천하람이 누구야?' 했을 때 '안철수를 꺾은 사람'(이라는 답변이 나오고), 대선후보급을 꺾은 사람이 된다. 안 후보가 내게 꽃길을 깔아줄 거기 때문에 내가 더 잘 모셔야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안 후보에 비해서 모든 면에서 뛰어난 정치인이라고 결코 생각하진 않는다. 안 후보를 대선주자로 존중하고, 대단한 분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번 전당대회에 한정해서는 길을 잃었다. '윤심(尹心) 호소'에 실패했을 때 대한 플랜비(B)가 없었다. 최근 (안 후보의) 인터뷰를 보면 개혁 성향으로 나오는 것 같은데, 만약 이 플랜B가 10일만 빨리 나왔더라면 (판세가) 완전히 달랐을 거라고 본다. 왜냐하면 (나와는) 인지도가 워낙 많이 차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 후보가 '윤심 호소인'에서 '개혁 호소인'으로 전환하는 게 너무 오래 걸렸다. 그러다 보니 이제 와서 개혁을 말해도 와 닿지가 않고, 결기가 없어 보인다. 예전에 '윤안(윤석열·안철수)연대, 윤핵관 쓰지 마라'고 했을 때 (안 후보가) '안 쓰겠다'고 한 게 최악이었다고 본다. 그 뒤로는 무슨 얘기를 해도 (지지자들에게) 호소력이 없고, 구도에서 밀려났다. '개혁의 천하람 vs 구태의 김기현'으로 구도가 짜였다. 결국 그런 구도로 가게 될 거다.

─후보 천하람만의 장점 세 가지는?

소신, 전달력, 확장성.

─'어대현(어차피 대표는 김기현)'이라는 말이 있다. 김기현 후보가 당 대표가 된다고 가정하면, 향후 당의 미래는 어떻게 보나.

나는 김 후보가 외통수에 빠졌다고 본다. 이대로 윤핵관의 손을 잡고 계속 가면 윤핵관표 공천을 해서 총선에서 참패할 것이고, 만약 김 후보가 본래의 합리성을 회복해 '우리 당을 합리적인 방향으로 끌고 가겠다'고 한다면 '누가 당 대표 만들어줬는데'라며 배신의 정치가 등장할 거다. 사실상 장제원 의원, 대통령실이 지금 (김 후보를) 당 대표로 만들어주고 있는 건데 '왜 우리 말 안 들어'(이렇게 되는 거다.) 그러면 총선 앞두고 대통령실이나 장 의원 쪽에서 '배신의 정치 심판해 달라'는 말이 또 등장할 거다. 이러나저러나 망한다. 김 후보는 원래 훌륭한 분이지만,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손을 결코 잡아선 안 되는 쪽의 손을 잡았기 때문에 스스로를 외통수에 빠뜨렸다고 본다.

─'김장연대'를 꾸렸던 김 후보와 장제원 의원 사이는 어떻게 보나.

'김장연대'가 거론될 때, 많은 분들이 '차라리 장제원 의원이 직접 출마하는 게 나을 뻔했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김 후보가 지금 중압감을 못 이기는 것 같다. 장 의원부터 시작해서 대통령실, 온 당이 나섰다. 당 조직 90%가 (김 후보에게) 붙어있는데 지금 지지율이 안 오르지 않나. 이에 대한 중압감을 너무 많이 느끼다 보니 평정심이나 전략적 사고를 잃은 것 같다. 

내게 '바이든이냐, 날리면이냐'를 묻는 게 말이 되나. 대통령 탄핵을 얘기하고, 울산 땅 의혹 관련해 수사 의뢰를 하겠다고 한다. 말이 되나. 본인이 이슈를 키운다. 보면서 김 후보는 원래 합리적인 분인데, 이번에 본인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도움을 받았고 그 중압감 때문에 지금 '김기현 리스크'가 작동하고 있다고 본다. 전통적 당원 사이에서도 (김 후보는) 무능력 프레임에 갇히고 있다. 김 후보가 '안정성'을 주장하는 건 알겠는데, 정작 (당 대표가 됐을 때) 당을 안정적으로 못 이끌 것 같다.

─최근 김 후보의 울산 땅 의혹, 장예찬 청년최고위원 후보의 소설 내 여자 연예인 성적 대상화 논란, 안 후보의 지지자 아르바이트 동원 의혹 등 여러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후보 간 정책 경쟁보다는 네거티브 경쟁에 치우쳐 있다는 비판도 있는데.

정책 부분을 조금씩 언급하긴 한다. 예를 들면 나도 대전이나 강원 연설에서 노동조합 관련한 접근 방법이나 과도한 색깔론의 문제점 등 비판을 말했고, 토론회에서도 선거제 개혁 등을 얘기했다. 하지만 지금 나와 있는 후보들 중에서 안 후보 정도를 제외하고는 전국 단위에서 검증이 된 후보가 별로 없다. 그러다 보니 검증이 조금 부각될 수밖에 없다.

다만 우리도 (검증을) 너무 과하게 하진 않을 생각이다. 그런데 김 후보나 장 후보 경우는 논란 자체도 문제지만 그들의 해명이 더 일을 키우고 있다. 해명이 납득이 안 된다. 땅 시세를 파악하기 어렵다, 팔기 어렵단 애기는 우리나라처럼 부동산 시장이 잘 형성돼 있는 나라에서는 말이 안 된다. 1800배까지는 안 올랐지만 몇 백 배는 오른 것 같은 인상을 준다. 깔끔하게 해명이 안 되고 있다.

장 후보는 '재벌집 막내아들' 예를 들면서, (그 작품에) 이재용과 삼성이 문제 제기하냐고 한다. 그런데 최소한의 성의가 있다. 거기서는 '진도준' 등 극중 이름도 바꾸고, 회사명도 바꾸는 성의가 있는데 장 후보는 '이지은'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쓰고, '김해수'나 '좋은 날'의 가사, 3단 고음 등을 그대로 넣었다. 그럼 이건 '재벌집 막내아들'과 비교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깔끔하게 '내가 연예인들을 직접 거명한 건 실수한 것 같다, 죄송하다'고 하면 될 일인데, 갑자기 '재벌집 막내아들'을 갖고 와 자멸의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천 후보가 당 대표가 돼 개혁 의제를 추진한다면 당내 윤핵관의 반발이 있을 수 있지 않나.

솔직히 내 맘 같아서는 윤핵관은 물론이고 나 전 원내대표 연판장에 서명한 이들도 다 컷오프(예선 탈락)하고 싶다. 그러나 정치는 현실이다. 명분이 있어야 하고, 절차가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윤핵관이 아니어도 우리 당에서 혜택 받은 이들은 (총선에서) 수도권으로, 앞으로 전진하라고 할 것이다. 이에 해당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가능한 경선 기회를 최대한 부여하려고 한다. 상향식 공천의 원칙을 최대한 모두 보장할 것이다. 

이번 최고위원회는 생각보다 탄탄할 거다. '천아용인'팀은 사실 선거용이 아니고, 집권용이다. 천하용인이 모두 (당 지도부에( 들어오고, 거기에 지명직 최고위원까지 들어온다면 매우 안정적일 것이다. 

그 다음 사무총장 등 여러 가지 주요 당직 인선에 있어서 나는 '수도권에 출마해야 한다'는 대의를 존중하는 사람들 위주로, 내 사람으로 아주 탄탄하게 진영을 꾸릴 거다. 솔직히 초반에는 '탕평' 이런 건 신경 못 쓴다. 왜냐면 나도 내 세력이 탄탄하지 않으면 흔들리기 때문에, 탕평은 나중에 총선 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할 때 할 거다. 초반에는 진용을 갖춰 내가 원하는 개혁 아젠다를 힘 있게 밀어붙일 생각이다.

PPAT(국민의힘 공직후보자 기초자격평가)도 전면 도입하는 대신 한 4개월에 한 번은 (시험) 볼 수 있게끔 응시 기회를 여러 번 줄 거다.

 

mj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