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단체 연설] 주호영 "현 국회, 자괴감·두려움 엄습… 윤리강령 의무 낭독"
[교섭단체 연설] 주호영 "현 국회, 자괴감·두려움 엄습… 윤리강령 의무 낭독"
  • 강민정 기자
  • 승인 2023.02.14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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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선 중진으로서 여야에 '쓴 소리'… 국회 폐단 지적
"이재명 부정부패 혐의, 국회 전체 위신 떨어뜨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지금까지 짧지 않은 의정생활 동안 지금처럼 자괴감과 두려움이 엄습한 적이 없다"며 '정치인들의 법률 위반과 사법 처리', '무례하고 거친 언어', '가짜뉴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의 기능 상실', '정치의 사법화', '게으름' 등을 비판하고 이를 개선해 국회의 신뢰를 회복할 것을 강조했다.

주 원내대표는 "내가 가장 먼저 지적하고 싶은 국회 불신의 이유는 정치인들이 부정부패를 비롯해 중대한 범죄 혐의를 받는 일이 많단 것"이라며 "현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여러 가지 부정부패 혐의를 받고 있는 건 민주당뿐 아니라 국회 전체의 위신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정치와 국회에 대한 국민의 깊은 불신은 정치인들의 무례한 막말에서 연유하는 바가 크다"며 "우리 의원들의 막말은 차마 이 자리에서 입에 올리기에도 민망한 지경이다. 상대 당이나 의원을 향해 '무식한 놈'이니, '사이코패스'니, '오물 쓰레기'니 하는 말들이 난무한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질문 시에도 비아냥거리기나 인격 모독성 발언이 비일비재 하다. 여러 회의에서 지도부 발언이나 대변인들의 성명에서 원색적이거나 인신모독 명예훼손이 없는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부적절한 언어 사용을 지적하는 영국 의회와 미국 하원의 사례를 들며 이를 본받아야 한단 취지를 내비쳤다.

또 "요즘은 모바일 환경과 소셜미디어로 인해 가짜뉴스가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져나간다. 국회도 가짜뉴스를 양산한다"면서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이 등장하는 청담동 술자리 의혹', '페르난데스 주한 EU 대사 발언 왜곡'이 대표적이다. 진실 확인에 최선을 다하지 않은 채 성급히 가짜뉴스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하기 때문"이라고 질타했다.

다만 위 두 발언은 모두 민주당 김의겸 의원과 연관 있다. 

현재 민주당 대변인으로 활동하는 김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김앤장' 변호사 수십여 명과 청담동에서 밤새 술자리를 가졌다는 일명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했고, 이 대표와 페르난데스 주한 EU 대사 간 접견 후 기자들과 만나 "마리아 (카르티요 페르난데스) 대사가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데 현재 윤석열 정부에는 대하 채널이 없어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비공개 접견에서 오간 말을 공개했다.

페르난데스 대사는 이에 대해 김건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에게 전송한 문자 메시지에서 "내 말이 언론에 의해 반대로 오용되고 왜곡된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이를 종합하면, 사실상 김 의원을 겨냥한 발언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주 원내대표는 "국회에는 윤리특별위원회(윤리위)가 있지만, 윤리위가 국회 윤리를 세우는 최고 기구의 기능을 잃고 그 자체가 정쟁 도구가 된 지 오래"라면서 "21대 국회에서는 지금까지 33건의 징계안이 제출됐는데 후반기 윤리위 구성에는 넉 달이나 걸렸으며, 3년이 지난 현재까지 1건도 결론을 내지 못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그중 29건은 '품위 유지 의무' 위반으로 상대 진영에 대한 모욕적 발언, 허위 사실 유포와 관련됐다. 그런데도 윤리위는 전혀 기능하지 못하고 오히려 상대 당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전락해 윤리위의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그는 "정쟁이 격화하면서 정치의 사법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정치권에서의 시비를 정치권이 가리지 못하고 무작정 제소해놓고 보기 때문"이라며 "정치인들이 정치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고소·고발만 남발하고 있다. 정당들이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건 국회의 권위와 품격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일이고, 정치의 사법화는 정치의 종언을 뜻한다"고 질책했다.

아울러 "우리 국회는 양적으로만 보면 일을 많이 하는 것 같지만, 생산한 법률의 품질을 보면 우리가 자부심을 가질 수 없다'면서 "선언적 규정 삽입이나 단순한 자구 수정에 그치는 법안도 있다. 불필요한 발의가 많아 임기만료 폐기되는 법안도 너무 많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제20대 국회에서는 62.2%가 임시만료 폐기됐다. 한 마디로 우리 국회가 헛심을 쓰고 있는 것"이라며 "이렇게 깊이 생각하지 않고 입법 성과만 앞세우다 보니 부실한 법안도 많이 나와 위헌이나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는 법안도 많다"고 질타했다.

또 "이건 국회의 명백한 직무 유기"라면서 "위헌이나 헌법불합치 판정이 나면 대체 입법을 서두르는 게 누구보다 헌법을 존중해야 하는 국회의 의무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 국회 상황의 문제를 개선하고자 '국회의원 윤리강령'을 의무 낭독할 것을 제안했다. 국회의원 본연의 임무를 되새기자는 취지다.

주 원내대표는 "나는 국회 윤리강령을 국회 목욕탕 한 곳에서밖에 못봤다"면서 "앞으로는 본회의 개회 시마다 의무적으로 윤리강령을 낭독하거나 서약하게 하고, 국회 본관 중요한 곳에도 게시하면 어떻겠나"고 제안했다.

국회의원 윤리강령은 △국회의원 품위 유지 △공익 우선 정신·직무 성실 수행·사익 추구 금지 △부정 이득·부당한 영향력 행사 금지, 청렴·검소한 생활 솔선수범 △건전한 정치풍토 조성 △공사(公私)행위 관한 대국민 책임 등으로 구성됐다.

mj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