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주거 정책 엇박자…임대 급한데 분양에 힘 싣는 정부
청년 주거 정책 엇박자…임대 급한데 분양에 힘 싣는 정부
  • 이지은 기자
  • 승인 2023.01.04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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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임기 중 청년층에 34만호 공공분양 공급 추진
현장선 대다수 세입자 수요 고려해 임차 지원 강화 요구  
"빚으로 집 사기 부추긴다"며 부작용 우려하는 목소리도
서울시 한 대학가 청년들 모습. (사진=이지은 기자)
서울시 한 대학가 청년들 모습. (사진=이지은 기자)

정부의 청년 주거 정책이 현장 목소리와 엇박자를 내는 모습이다. 청년들이 시급하게 바라는 주거 정책은 임대주택 지원인데 정부는 분양 공급에 힘을 싣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년 대다수가 세입자임을 고려하면 분양보다 임차 지원을 강화하는 게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정책이라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분양 공급 확대가 자금 여력이 약한 청년층의 '빚내 집 사기'를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새해 업무계획을 보고하면서 공공분양주택 새 브랜드 '뉴:홈'을 공개했다.

국토부는 윤 대통령 임기 중 공공주택 100만호를 공급할 계획인데 이 중 절반은 분양주택, 절반은 임대주택으로 공급한다. 공공분양주택 50만호는 지난 5년(2018~2022년) 공급량 14만7000호보다 3배 넘는 물량으로 이 중 34만호는 청년에 공급할 예정이다. 지난달 30일 공공분양주택 50만호 공급에 대한 후속 조치로 고양창릉·고덕강일 등 4곳에서 2298호 사전청약을 시작했다.

이처럼 정부는 공공분양 확대를 통해 청년층 내 집 마련을 돕는다는 계획이지만 일각에서는 세입자가 대부분인 청년에게 우선 시급한 것은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와 임차 자금 지원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청년주거 당사자 연대 민달팽이유니온은 청년에게 대출이나 분양 기회를 확대하는 것은 결국 빚을 져서 주거 공간을 마련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빚으로 살 공간을 마련해 세입자가 된 청년은 보증금을 받지 못하거나 갑자기 임대인과 채무자, 채권자 관계가 되고 은행과도 채무 관계가 설정되는 상황 등이 발생하고 있다"며 "세입자로 사는 80~90%의 청년들을 보호하기 위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강화와 관련한 논의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공공임대가 여전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제 분야 시민단체에서도 더 많은 청년이 주거 안정을 찾으려면 정부가 공공임대·임차 지원에 관심을 높여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은 "저렴한 임대료로 적어도 30년 이상 장기 임대할 수 있는 국민임대나 영구임대와 같은 정책이 많이 나오는 것이 필요하다"며 "임대주택에 살지 않는 저소득층이나 청년 세입자들에게는 월세 지원 등이 필요하고 공공임대주택 예산이 줄어든 만큼 주거비 지원 등을 확대하는 것이 대안으로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8일 세종시에서 발표한 '2022 청년사회경제실태조사' 결과. (자료=세종시)
지난달 28일 세종시가 발표한 '2022 청년사회경제실태조사' 결과. (자료=세종시)

실제 몇몇 지방자치단체와 정부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청년들은 가장 필요한 주거 정책으로 공공임대주택 확대와 전세 자금 대출을 꼽는다.

지난달 말 세종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세종시 거주 만 15~39세 청년 중 28.2%는 가장 필요한 주거 정책으로 전세자금 대출을 택했고 25.7%는 공공임대주택이라고 답했다. 비슷한 시기 수원시 발표 자료에서는 공공주택 확대(39.9%)와 청년 보증·전세금 대출 지원(37.7%), 청년 전세임대 확대(12.3%) 등 순으로 청년층의 주거 정책 요구가 높았다.

지난달 29일 수원시에서 발표한 '2022 청년사회경제실태조사' 결과. (자료=수원시)
지난달 29일 수원시가 발표한 '2022 청년사회경제실태조사' 결과. (자료=수원시)

지난달 국토부가 발표한 '2021 주거실태조사'에서는 청년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주거 지원은 전세자금 대출 지원(38.1%), 주택 구입자금 대출 지원(23.8%), 월세보조금 지원(17.4%) 등 순이었다.

국토부는 공공분양·임대 공급과 대출 확대, 전세 사기 피해 방지 등 다양한 청년 주거 지원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청년과 소통하며 이들이 겪는 주거 불안을 이해하고 의견을 최대한 정책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공분양주택 50만호 공급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청년 전세 사기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전세 사기 대응 전담 조직 운영, 이외에도 관리비라든지 청년들이 혜택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최근 청년들과 소통하면서 어떤 것이 필요하고 어떤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듣고 있어 정책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꾸준히 수요가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보완할 것"이라며 "주택 공급도 청년 주거보호 차원으로 보고 공공분양·임대주택을 통해 '내 집 마련'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ezi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