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포커스] "19일에는 꼭"… 끊임없이 늘어지는 '예산안 시계'
[정치포커스] "19일에는 꼭"… 끊임없이 늘어지는 '예산안 시계'
  • 강민정 기자
  • 승인 2022.12.17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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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국회의장·대통령실 합의 촉구에도 꿈쩍 안 해
극적 합의 감감무소식… 오는 19일 처리할 수 있나

내년도 예산안이 여야의 이견으로 여전히 국회에 매여있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주호영·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내년도 예산안 처리 관련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했지만, 서로의 견해차만 확인한 채 수확을 거두지 못했다.

여야는 내년도 예산안 입장 차이로 법정시한인 지난 2일, 전반기 정기국회 마감일인 지난 9일에 이어 김진표 국회의장이 마감선으로 제안한 지난 15일마저도 합의점을 찾아내지 못했다.

16일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내년도 예산안 협상을 위한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왼쪽)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김 의장,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16일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내년도 예산안 협상을 위한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왼쪽)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김 의장,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젠틀맨' 김진표, 여야 향해 작심 쓴소리
"국회 수레바퀴 붙잡고 늘어져… 양심 있나"

이처럼 예산안 처리가 줄곧 지연되자 내년도 예산안 처리에서 '여야 협의'를 최우선으로 두고 여야 사이에서 중재해 오던 김 의장은 이날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이들에게 "정치하는 사람들이 최소한의 양심이 있어야지"라고 쓴소리했다.

김 의장은 "소비가 안 되고, 수출과 투자가 줄고, 성장률이 떨어지는 경제 복합 위기 상황에서 정부와 정치권이 경제를 살려낼 유일한 수단이 재정 하나"라면서 "이 재정을 (법정 처리시한인) 12월2일까지 해야 할 걸 질질 끌어서 아직 합의를 안 하고 있으면 (새해 예산이) 언제 집행되겠나. 내년 구정 전에도 집행이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어 "경제를 살려내고 취약계층을 돕는 이 수레바퀴를 국회가 붙잡고, 늘어지고, 못 굴러가게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탄했다.

그는 민주당 출신 5선 의원으로, 의정 활동을 해 오는 동안 온화한 성품을 지닌 인물로 평가받아왔다. 그렇기에 이번 '작심 발언'이 더욱 눈에 띈다.

김 의장은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협의하지 못하자 최대 쟁점 중 하나인 법인세율 인하 관련해 △정부안 법인세 최고세율 3%p 인하 수용, 2년간 시행 유예(1차 중재안, 지난 9일) △법인세 최고세율 1%p 인하(2차 중재안, 지난 15일) 등을 제안하며 합의점을 찾고자 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與, 중재안 1차 "찬성"→ 2차 "우선 보류"
"'좋은 게 좋다'고 합의하기는 어려운 실정"

'1차 중재안' 경우 여당은 환영했지만, 민주당은 법인세율 인하를 초부자 감세로 규정하고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해 무산됐다.

이번 '2차 중재안' 경우 상황이 다르다.

먼저 민주당은 수용의 뜻을 밝혔다. 이재명 대표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은 고심 끝에 대승적 차원에서 이번 국회의장의 뜻을 존중하고 중재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국회의장의 중재안이 우리 민주당의 입장과 일치하는 건 아니지만 어려운 민생 상황을 고려해 이같은 결단을 내렸단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법인세율 1%p 인하는 받을 수 없다'는 반박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예산이 법정기한도, 정기국회 (기간)도 넘겨서 조금 조급한 마음이 없진 않지만 그렇더라도 우리가 가진 원칙이나 또 국가 경제 재정 상황에 비춰서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을 '좋은 게 좋다'고 합의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선 그었다.

주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이 법인세(율 인하)와 시행령으로 설치돼 운용되는 행정안전부 경찰국,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문제에 대한 중재안을 내놨지만 우리들이 그걸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지금 법인세 문제로 해외직접투자 전쟁이 붙어있는 상황에서 (법인세율을) 겨우 1%p 내리는 것만 갖고는 도저히 해외 투자자들이나 중국으로부터 빠져나오는 자본에 대한민국이 기업 하기 좋고 경쟁이 있는 나라라는 신호를 주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예산을 빨리 통과시켜서 집행준비를 해야 한다는 초조함도 있지만, 또 그렇더라도 우리가 민주당의 무리한 요구를 받아서 올해를 시작하면 앞으로도 그렇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며 "국민들께서 조금만 참아주시면 우리가 하는 일이 국가재정을 건전하게 하고, 우리 미래 세대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러고 있단 점을 잘 이해해주시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정우택 국회부의장은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어제 김 의장의 대안(2차 중재안)에 대해 우리가 의총을 열었다"며 "반대 의견이 대부분이었지만 일단 보류로 발표된 걸로 내가 알고 있다"고 전했다.

정 부의장은 "지금 법인세 1%p 인하뿐만 아니라 시행령 설치로 신설된 경찰국과 인사정보단의 예산 편성을 예비비로 한다든지, 지역화폐·기초연금·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등 많은 쟁점이 남아있다"면서 "지금 이런 안건이 일괄 타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편적인 한 가지 문제만 갖고 갑을을 정하는 건 이르다, 많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법인세율 1%p 인하에 대해서는 "주 원내대표도 얘기했지만 언 발에 오 누기 아니냐"라며 "지금 홍콩이 16.5%, 싱가포르 같은 덴 17%, 대만은 20%인데 우리나라는 (법인세) 최고세율이 25%"라면서 "우리가 (국제 경제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서 최소한 OECD 평균만큼은 낮춰야 되는데, 1%p 낮춘 건 아무런 경쟁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더군다나 이번에 정부가 추진하는 건 투자 고용과도 연계돼 있기 때문에 이건 아무런 실익이 없는 1%p 인하라고 본다"고 반론했다.

정 부의장은 "물론 3%p 낮추면 더 좋겠지만 상대의 주장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2%p 정도면 혹시 받지 않을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행 비상대책위원도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전 세계적으로 글로벌 경쟁이 엄청나다. 특히 글로벌 망산업, 배터리, 반도체 (분야는) 우리가 경쟁력을 계속 잃고 있다"며 "우리나라 (경제) 구조가 새 글로벌 망산업,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 시장과 경쟁하지 않으면 대한민국 경제 전체를 견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위해) 이거(법인세율) 22%를 해주시고 대한민국 경제가 살아나는지 (봐 달라), 안 살아나면 윤석열 대통령을 얼마든지 공격할 수 있다"면서 "일할 기회 좀 달라는 거다. 제발 일하게 해 달라"고 토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차 수용 野, 與 겨냥 "마이동풍·요지부동"
"'용산 눈치'만 보나… 왕조시대 아냐" 비판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여당에 2차 중재안을 수용할 것을 압박한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위기에 처한 민생, 경제를 구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국회의장 중재안을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했다"며 "그러나 국정을 책임진 정부·여당은 '마이부동', 마이동풍에 요지부동이다. 10여 개의 초거대기업, 수백 명의 슈퍼리치를 위해서 5000만 국민의 삶이 걸린 예산을 끝까지 발목 잡을 심산 같다"고 날 세웠다.

이 대표는 "국정을 이끄는 정부·여당이라면 그에 맞는 책임을 보여야 한다. 정부·여당의 권한을 국민을 위해 쓰지 않고 극소수의 초부자, 초대기업들을 위해 남용한다면 이는 주권 배반"이라면서 "감세를 해야 한다면 초부자 감세가 아니라 다수 국민을 위한 국민 감세가 돼야 한다. 예산은 소수를 위한 특권예산이 아니라 다수 국민을 위한 민생예산이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여당은 지금까지도 '용산 눈치'만 보며 (예산안 처리) 시간 끌기에 급급하다"면서 "야당이 대승적 차원에서 중재안을 수용했건만 '빕인세 1%p 인하 받으려고 지금까지 이러고 있겠느냐'며 예산심사 당사자도 아닌 대통령실이 또다시 국회 협상을 폄훼하고 어깃장을 놨다"고 꼬집었다.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예산안 처리를 위해 결단하고 양보한 건 오로지 삼중고에 놓인 대한민국 경제와 국민의 삶이 우선이란 절박함에서였다"라며 "국회가 대통령의 일방적 요구에 그대로 따를 거라면 삼권분립은 왜 있고, 민주주의는 왜 하는 건가. 여야 협치로 예산안을 처리하는 것보다 대통령의 독선과 아집을 지키는 게 정녕 더 중요한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민주당이 무거운 책임감으로 중재안을 수용했듯이 국민 삶에 무한 책임 있는 여당은 이제라도 결단해야 한다"며 "더 이상 여당이 대통령실의 심부름꾼으로 전락하지 않길 바란다. 왕조시대도 아닌데, 대통령의 '만기친람(萬機親覽·임금이 모든 정사를 친히 보살핌)'으로 국회가 매번마다 재가받듯 해서야 되겠나"라고 몰아세운 뒤 협상에 임할 것을 촉구했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여당이 타협을 거부하며 내년도 예산안을 벼랑 끝까지 끌고 가고 있다. 집권여당은 국가의 한해 살림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감이라도 느끼고 있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의 명령 한 마디에 '예산 참사'도 불사하겠단 거냐.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예산안을 연내에 처리할 의지가 있긴 한 거냐"고 날 세웠다.

오 원내대변인은 "정부·여당은 끝내 초부자 감세가 관철되지 않으면 무엇 하나 양보할 수 없단 거냐"라면서 "예산안 처리 지연사태에 '배 째라'며 준예산 사태를 겁박하는 게 국정을 책임진 여당의 자세인 건지 답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실 김은혜 홍보수석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내년도 예산안 등 현안에 대해 브리핑하기 위해 브리핑룸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통령실 김은혜 홍보수석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내년도 예산안 등 현안에 대해 브리핑하기 위해 브리핑룸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통령실 "경제 비상등… 합의 순간 있어야"
여야 대치에 예산안 처리 연내 불투명 우려도

대통령실도 '법인세율 1%p 인하 중재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우리 기업이 높은 법인세 부담을 안고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수 없다"며 이러한 기조를 에둘러 표현했다.

김 수석은 "법인세 인하 혜택은 소액 주주와 노동자, 협력업체에 골고루 돌아간다"며 "주요 국내기업의 소액주주만 해도 약 1000만명에 달한다"고 언급했다. 즉, '초부자 감세'라는 민주당의 주장이 맞지 않는단 취지다.

우리나라가 국제 경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법인세 인하가 불가피하다는 정부·여당의 기존 주장을 더욱 공고히 하기도 했다.

김 수석은 "반도체 기업만 해도 법인세 최고세율뿐 아니라 실효세율은 우리나라가 최대 두 배 가까이 더 높다"며 "미국, 프랑스 등 최근 법인세를 인하한 외국 사례를 보면 기업 투자가 더 증가한 걸로 나타난다. 우리도 2008년 법인세 인하의 경제적 효과로 설비 투자 고용이 대폭 늘어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 기업이 다른 나라에 자회사를 설립할 때는 인프라 규제, 인건비 외에도 법인세율 같은 조세제도를 비교해 선택한다"면서 법인세율 인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예산안 처리를 두고 대립하는 국회를 향해선 "세계적 불경기의 비상 대응은 모두 내년도 국가 예산에서 시작한다"면서 "정치적 대립 중에서도 국민을 위한 합의 순간은 있어야 한다"고 원만한 협의를 거듭 요구했다.

그는 "국민 앞에서 평행선 질주를 멈춰야 한다. 경제에 비상등이 켜진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라며 "국가 살림을 균형 있게 짜고 경제 외풍에 대비하는 일에 정쟁이 개입되지 않았으리라 믿고 싶다"고 민주당을 에둘러 지적했다.

한편 예산안 정국이 속절없이 길어지지만 여야는 여전히 자신들의 주장만을 내세우며 쟁점 해소를 하지 못해 내년도 예산안 국회 처리가 연내에 진행되기 어려울 거란 우려도 나온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김진표 의장 주재 회동에서 "정부가 계획대로 재정을 집행할 수 있게 협조해 달라"고 호소했지만,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그동안 양보에 양보를 해와 더는 양보할 게 없는 게 솔직한 상황"이라고 받아쳤다.

김 의장은 "어제 내가 마지막 중재안을 내 오늘은 합의안을 만들 줄 알았는데 일괄 타결이 안 돼 걱정"이라면서 "오늘(16일)이라도 합의안을 발표해주시고, 세부사항 준비까지 마쳐 월요일(19일)에는 꼭 예산안을 처리하게 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여야가 이날까지 내년도 예산안 합의문을 발표하지 않아 '예산안 정국'이 당분간 현 상황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mj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