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RA' 정부 총력전…하위규정 발표 앞둔 차업계 시름 덜어
'미국 IRA' 정부 총력전…하위규정 발표 앞둔 차업계 시름 덜어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2.12.13 16: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발표 직후 선제 대응…보조금 3년 유예 개정 발의 성과
두 차례 의견서 통해 '상업용친환경차 범위확대' 이슈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아이오닉5’ 생산라인.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아이오닉5’ 생산라인.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정부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관련 하위규정(가이던스)에 국내 자동차업계 입장을 반영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정부의 지속적인 입장 반영 요구가 법 개정 발의 등 성과를 내며 국내 자동차업계는 시름을 덜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도훈 외교부 2차관은 지난 11일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SED) 참석을 위해 미국 워싱턴DC로 출국했다.

지난주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 윤관석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정부·국회 합동 대표단이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IRA 대응방안을 논의한 데 이어 IRA 관련 한국 입장을 전하기 위한 방미다.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은 “앞으로도 IRA 가이던스에 우리 측 의견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업계와 긴밀한 소통을 통해 IRA 내 다양한 인센티브 혜택을 극대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미국 재무부는 8월 발효된 IRA의 세부 규정을 명확히 하기 위한 가이던스를 수립하고 있으며 올해 말까지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친환경 자동차 세액공제’ 항목의 법 개정을 위해 미국 정부와 의회를 대상으로 설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동시에 재무부 가이던스를 통해 한국 기업들이 최대한 인센티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투 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다.

◇IRA 발표 직후 선제 대응…전기차 보조금 3년 유예 개정 발의 이끌어

정부는 지난 8월 미국의 IRA 발표 직후 모든 채널을 가동해 선제적으로 미국 정부에 법 개정과 행정조치를 요구했다. 미국 상무부 면담과 함께 미국무역대표부(USRT)에 서한을 보내 한국산 전기차가 세제혜택 대상국에 포함될 수 있도록 요청했다. 또 법안 발효 직후부터 국내 경제와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미국 정·관계 설득에 나섰다.

정부는 지난 9월 초 미국 정부와 한·미정부협상단 채널을 구축하기로 합의하고 같은 달 16일부터 한·미 정부 협상단 실무협의체를 가동시켰다. 지난달 4일 미국과 첫 협의를 시작한 유럽연합(EU)보다 한 발 앞선 행보였다.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산업부 장관, 통상교섭본부장, 외교부 장관 등이 직접 미국 바이든 대통령, 해리스 부통령, 미 행정부 관료들과 미 의회 의원들을 만나 한국 차량에 대한 차별적 조항을 수정해야 한다는 한국의 입장을 강력하게 피력했다.

국회도 적극 나섰다. 지난 8월 말에는 미국을 방문한 여야 국회의원단이 한국의 우려를 전달했다. 지난 9월1일에는 국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기반한 미국의 한국산 전기차 세제 지원 촉구 결의안’을 가결시켰다.

한국 정부와 국회의 적극적인 대응에 미국 언론들도 주목했다. 미국 유력 매체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 10월 초 “미국 주요 동맹국들은 IRA에 분노하고 있다”며 “(IRA에) 가장 반발하는 국가는 한국”이라고 보도했다.

불룸버그 역시 지난 10월 “유럽과 일본 등 전기차 제조업체들도 보조금 차별 조항에 불만을 품고 있지만 유독 한국이 솔직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내 기업들도 정부의 국내 기업 입장 반영 노력에 감사의 뜻을 밝혔다.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은 지난달 29일 열린 ‘IRA 대응 민·관 합동 간담회’에서 “IRA 발표 이후 정부에서 미국 행정부, 의회 설득에 발 벗고 뛰었다”며 “다른 나라보다 가장 먼저, 또한 제일 적극적으로 미국 측에 문제제기를 하고 동맹국과 공조를 이끌어 내는 것에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정부, 국회는 물론 현대차 등 한국기업들이 원팀으로 힘을 합치며 미국 상원과 하원에서 친환경 자동차 세액 공제 3년 유예를 골자로 하는 법 개정 발의도 이끌어냈다.

미국 정가에 정통한 한 인사는 “올해 내 법 개정은 힘들 수 있지만 중간선거, 레임덕 의회라는 정치적 제약에서 한국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미국 의회에서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는 수정 법안 발의를 이끌어냈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두 차례 의견서 제출…상업용 친환경차 범위 확대 요구

다른 한편으로 정부는 미국 재무부 가이던스에 한국 기업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의견을 반영시키기 위해 전 방위 노력을 펼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4일, 이달 3일 IRA 세액공제 등에 대한 의견서를 미국에 제출했다. 의견서에는 자동차·배터리·소재·에너지·철강 등 관련 업계 간담회, 통상 전문가·법조계 자문 등 폭넓은 의견 수렴을 거쳐 친환경차 세액공제 이행에 3년의 유예기간 부여, 상업용 친환경차 범위 확대, 배터리 요건 구체화 등 법안의 세부적 사안을 담았다.

특히 정부는 미국 내 생산 조건이 적용되지 않는 ‘상업용 친환경차 세액공제’를 한국 기업들이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상업용 친환경차의 범위를 확대하고 집중적인 세액공제를 제공해 줄 것을 요청했다.

산업계 관계자는 “일단 상하원을 통과해 발효된 법안을 개정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미국 정부와 의회를 설득해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며 “지금은 재무부의 가이던스에 집중해 한국 기업들이 최대한의 혜택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