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미스러운 사태 방지 없인 지속 못 해"… 그간 61회 도스 진행
로비 유리벽 설치로 시야 차단… "MBC탓" "좀스럽다" 여야 공방
'용산시대' 상징과도 같았던 윤석열 대통령의 아침 출근길 약식회견(도어스테핑)이 21일부로 중단됐다.
대통령실은 이날 출입기자단 공지를 통해 이 같이 밝힌 뒤 "최근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태와 관련해 근본적 재발방지 방안 없이는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대통령실 청사 1층에 도착해 곧장 집무실로 향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이 지적한 '불미스러운 사태'는 지난 18일 도어스테핑 직후 MBC 기자와 대통령실 비서관 간 공개 충돌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날 브리핑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 대통령실은 이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대통령실은 그러면서 "도어스테핑은 국민과의 열린 소통을 위해 마련된 것"이라며 "그 취지를 잘 살릴 수있는 방안이 마련된다면 재개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부연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후 지난 18일까지 195일간 총 61회의 도어스테핑을 진행했다.
곤란한 질문에 즉답을 피하기도 했지만, 외부 공개 일정이 없이 용산으로 출근하는 날은 대부분 도어스테핑을 해왔다.
짧게는 10초, 길게는 10분씩, 그날그날의 현안에 대해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주고 받았다.
'용산시대'의 상징과도 같았던 일정이다.
그러던 중 지난 18일 MBC 기자와 대통령실 비서관 간 설전이 발생한 것이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질의응답을 마치고 돌아서는 윤 대통령의 등 뒤로 MBC 기자가 질문을 던진 것을 상당히 부적절하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다수의 참모진이 도어스테핑은 중단하는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윽고 전날(20일) 오후 도어스테핑이 진행되던 1층 로비에 합판 가림막이 설치됐고 가림막 안쪽에서 유리문 공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이 기자실이 위치한 1층 복도를 오가며 안쪽을 들여다볼 수 있었던 구조였지만, 가림막 설치로 시야는 모두 막혔다.
현관으로 누가 드나드는지 직접 확인하고 소통하기가 어렵게 된 셈이다.
이번 논란은 정치권으로 옮겨 붙어 여야는 공방을 벌였다.
여당은 MBC가 원인이라며 대통령실을 엄호했고, 야당은 대통령실이 언론 탓을 한다고 맞섰다.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도어스테핑 잠정 중단은 MBC가 초래했다"며 "MBC는 공영방송이지만 지금까지 일련의 모든 논란에도 사과 한마디조차 없다"고 비판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김행 비대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기자가) 대통령 등 뒤에 대고 소리를 지르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대통령실의 풍경"이라고 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참 권위적인 발상이고 좀스러운 대응"이라며 "불편한 질문을 거부하는 것은 닫힌 불통"이라고 꼬집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최고위원 회의에서 "참으로 점입가경"이라며 "무능한 실정의 책임을 언론과 야당 탓으로 돌리는 파렴치한 정치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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