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先수사" 원칙 강조하지만… 여론은 '글쎄'
여의도에 '국정감사 정국'이 펼쳐질 전망이다. '이태원 참사' 관련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정부 여당을 향해 국정조사를 공식 요구하고 나섰지만 국민의힘은 이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보인다.
◇정의, 주호영·박홍근 만나… '국정조사' 공론화 이끌어
정의당 이은주 원내대표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주호영·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와 줄지어 회동하며 이태원 참사 관련 국정조사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다.
먼저 국민의힘과는 국정조사 개최 여부를 두고 이견을 보였다. 집권 여당으로서는 국정조사 자체가 부담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 원내대표는 주 원내대표와 회동에서 "주 원내대표께서도 진상규명에 마땅히 동의하고, 또 논의할 수 있단 입장으로 알고 있다"며 "오늘 이 자리가 참사의 진상을 밝힐 국정조사와 재난 없는 안전사회의 물꼬를 트는 협력의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며 국민의힘이 국정조사 요구에 협조할 것을 거듭 압박했다.
이 원내대표는 또 "참사의 진상을 한 치의 의혹 없이 밝혀 달라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응답하는 게 국회의 사명이고 책임"이라며 "여야 간 합의를 거쳐야 하겠지만 정의당은 대통령실부터 용산구청까지 성역 없는 국정 조사를 추진하겠단 입장"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에야말로 국회가 가진 책임과 권한으로 필요한 모든 증거와 정황, 기관과 책임자를 조사함으로써 이 같은 비극을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을 안전사회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며 "총체적 무능과 부실을 확인한 상황에마저 국회가 무용한 논쟁으로 허송세월해선 어떤 진실도 밝혀낼 수 없다"고 날 세웠다.
주 원내대표는 "우리도 국정조사를 배제하겠다거나 안 하겠단 말은 아니다"라면서도 "필요한 시기에 하되, 다만 지금까지 국정조사나 이런 걸 보면 강제적 수단이 없기 때문에 국정조사를 통해서 수사보다 더 새로운 내용이나 이런 걸 밝히기 쉽지 않은 한계도 있다"고 선 그었다.
아울러 "수사 초기 단계에는 신속하고 즉각적인 강제수사가 필요한 단계여서 그 수사 과정을 지나고 특검이 되든 국정조사가 되든 검토를 해 보자"라며 "당장 지금 국정조사를 섞어 버리면 수사에도 혼선이 오고 문제가 있단 그런 인식을 갖고 있다"고 반박했다.
즉, '국정조사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라는 취지를 거듭 강조하면서도 '수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단 모습이다. 여기엔 국정조사가 정부 여당에 다소 불리하게 적용하는 만큼, 자칫 정쟁으로 비화할 수 있단 우려도 함께 녹여진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 류호정 원내대변인은 양당 원내대표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주 원내대표도 '피하거나 덮을 생각은 없다. 계속 소통해나가자'고 말했다"면서도 "(주 원내대표가) 국정조사 과정이 정쟁이 되고, 서로 공격하는 과정이 되지 않겠나 하는 우려가 있는 것 같았다"고 언급했다.
◇민주-정의, '국정조사 원팀'… 180석↑, 尹 거부에도 '통과'
진보 진영은 '국정조사'로 똘똘 뭉치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일주일이 지나도록 이 참사의 발생 원인, 그 경과가 여전히 안갯속"이라며 "위로와 수습에 총력을 다 해야 하는 건 맞지만, 위로와 수습의 진정한 의미는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를 분명하게 밝히는 것"이라고 정부 여당을 몰아세웠다.
이 대표는 "대리인들의 주인의 일을 대신했는데 그 일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어떤 잘못이 있는지 당연히 알려야 하는 것 아니냐. 당연히 보고해야 한다"며 "국민의 대리인인 국회에 관련 자료들을 빠짐없이 신속하게 제공하고, 국민께 공개하는 게 이 문제를 풀어가는 가장 바람직한 길이란 걸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그런 면에서 여야가 다 동의하고 있는 국정조사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진정한 진상규명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부언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태원 참사가 정부의 총체적 무능으로 인한 인재임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유가족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고 국민적 의혹을 제대로 해소하기 위해선 조속한 국정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한 뒤 다음 주 초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 앞에 자료를 일체 숨김없이 공개하고 정부 관계자의 증인 심문을 통해 참사의 진상과 책임을 규명함으로써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는 건 당리당략을 떠나 우리 국회에 주어진 최우선적 책무"라며 "성역 없이, 조건 없이, 지체 없이 국정조사가 추진돼야 한단 점을 거듭 강조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의당 이은주 원내대표는 이날 박 원내대표와 회동에서 "다행히 나와 정의당이 제안한 국정조사에 민주당이 화답함으로써 (국정조사)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며 "중요한 건 진상규명의 정확한 방향과 원칙을 합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정의당은 대통령실과 행정안전부, 경찰, 서울시와 용산구청 5개 기관을 국정조사 필수 대상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엉망진창 초기 대응에 뒷북 대응한 행정안전부와 경찰, 그리고 이를 총괄하는 대통령실은 절대 피해 갈 수 없다. 3년 만의 노마스크 축제로 엄청난 인파가 몰릴 게 충분히 예견됐음에도 안전대책을 세우지 않은 서울시와 용산구청의 책임 또한 명백히 규명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국정조사는 정쟁이 아닌 진상규명을 위한 최소한의 요구"라면서 "국민의힘이 세월호 참사 때처럼 시간 끌며 뭉개려 든다면 그건 집권여당으로서 책무를 포기하겠다는 말이다. 책임 있는 집권여당으로서 국정조사에 조속히 협조할 것을 재차 촉구한다"고 몰아세웠다.
이처럼 야당이 의기투합한 데 대해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회초리 맞을 것을 지금 미사일 맞으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힐난했다.
박 전 원장은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국정조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 뒤 "사실 민주당과 정의당도 사이가 안 좋았다"면서도 "그러다가 야당 의원들이 (의석수가) 180석이 넘으면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해도 (국정조사가) 시행되는 거다. 그래서 회초리 맞을 걸 지금 미사일로 맞으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현재 21대 국회의원은 더불어민주당 169명, 정의당 6명으로 이들이 모두 국정조사 요구서에 동의하면 총 175명이 된다. 이에 더해 기본소득당 용혜인·시대전환 조정훈 의원 등 제3정당 의원들과 전체 무소속 의원 7명 등의 동의를 이끈다면 180석을 훌쩍 넘길 거란 해석이 제기된다.
◇與 "국정조사 시기상조"… "예산 국회 정쟁 비화 우려"
국민의힘은 국정조사는 거듭 어렵다고 밝히며 대립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4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지금 신속하고 투명하게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이라며 "국정조사부터 논하는 건 조금 시기적으로는 맞지 않는단 생각이 든다"고 거리를 뒀다.
장 원내대변인은 "어제 대통령실에서도 대략 입장을 밝혔지만 지금 경찰에서 매우 신속하게 강제수사를 포함해서 수사를 하고 있다"며 "선제적으로 경찰 대응이 미흡했단 점도 인정했고, 또 112 신고 접수된 신고 전화 녹취도 다 공개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수사를 통해) 국민들의 의혹이 해소되리라고 믿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의혹들이 남아 있다면 그때 가서는 국정조사든 민주당이 제시하는 다른 방안들을 그때가서 고려해보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 시기적으로"라고 거듭 고삐를 늦췄다.
또 "예산 정국에 국정조사 국면으로 간다고 하는 건 예산 심사가 소홀히 될 수도 있고, 결국은 국회가 지금 예산 이런 중요한 문제를 남겨놓고 정쟁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지 않냐는 의미에서 우려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국정조사든 특검이든 진실조사와 재발방지에 필요하다면 무엇이든지 할 수는 있겠으나 지금은 국정조사를 할 때가 아닌 것 같다"며 "지금은 신속한 강제수사를 통해서 여러 가지 증거를 확보하고 보존하는 게 제일 중요하지, 강제수단이 없는 국정조사를 지금한다면 오히려 수사에 방해가 될 뿐이고 논점만 흐릴 뿐"이라고 궤를 같이 했다.
주 원내대표는 "수사 결과를 보고 미진하거나 부족한 점이 있으면 우리들은 국정조사를 거부하지 않겠다. 오히려 우리 국민의힘이 나서서 국정조사를 요구할 것"이라면서도 "지금 경찰이 강제력을 동원해서 신속하게 증거를 확보하고 국민들에게 보고하는 이 과정에서 국정조사로 관계자들을 불러내고 하는 건 자칫 잘못하면 정쟁에도 그럴 수 있기 때문에 사태 수습과 진실 규명에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민주당도 이런 여러 사정을 고려해서 조금 더 수사 상황을 지켜봐 주시고 필요하면 그때 국정조사를 요구하면 좋겠다"고 공을 돌렸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보다 강경한 태도로 맞섰다.
정 비대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민주당이 이른바 (경찰) '셀프수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 이런 셀프수사가 문제라면 원상복구 시키면 되는 것"이라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 강행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경찰이 경찰을 수사하는 상황을 누가 초래했나. 민주당이 무리하게 '검수완박법'을 밀어붙여 처리함으로써 이런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라며 이같이 꼬집었다.
또 "검찰도 대형 재난 (사고)에 대해 수사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게 수순 아니냐(는 차원에서) 상식적으로 드린 말씀"이라고 뜻을 굽히지 않았다.
다만 "민주당의 국정조사 요구에 대해서는 원내지도부가 적절하게 대응할 걸로 안다"고 명확한 입장 표명을 피했다.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을 겨냥해 "이런 엄중한 시기에 이태원 사고를 거짓 정쟁으로 몰아가려는 가짜뉴스는 또 다른 비극을 초래할 뿐"이라며 "그럼에도 '6대 범죄 중 대형참사를 먼저 빼자고 한 게 국민의힘'이라니, 민주당은 이제 가짜뉴스의 몸통을 자처하고 나선 건가"라고 반격에 나섰다.
양 수석대변인은 "'대형참사 범죄' 등 6대 중대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겠다고 거대 의석으로 밀어붙였던 게 바로 민주당의 검수완박이었다"면서 "민주당의 파렴치한 거짓 선동에는 결코 타협할 수 없다"고 거세게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