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통에 잠긴 이태원 거리… 합동분향소 추모 물결
비통에 잠긴 이태원 거리… 합동분향소 추모 물결
  • 권나연 기자
  • 승인 2022.10.31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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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100여곳 자체 영업중단… 전국 시·도 추모 공간 마련
정부 “주최자가 없는 행는 유례없는 상황… 개선방안 검토”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압사사고가 발생한 이태원 거리가 비통에 잠겼다. 이색적인 분위기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골목은 고요하게 가라앉았고 식당 곳곳은 문을 닫고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사망자들의 빈소가 차려진 장례식장은 유족들의 애끓는 오열이 이어졌고 서울광장 등을 비롯해 곳곳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은 다수의 시민들은 숙연한 분위기 속에 고인들의 명복을 빌었다.

서울시와 25개 자치구는 31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마련하고 안타까운 희생에 대한 넋을 기린다.

세월호 이후 8년 만에 최대 인명피해가 난 만큼 추모 물결은 전국에서 일고 있다. 서울시는 마포구와 서대문구, 강남구는 2곳, 용산구를 포함해 25개 모든 자치구에 분향소를 설치했다. 

서울시뿐만 아니라 경기도, 강원도, 경남도 등 전국 17개 시·도에서 합동분향소를 마련하고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가을철을 맞아 예정됐던 행사도 축소하거나 취소했다.

서울광장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비롯해 김대기 비서실장,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윤희근 경찰청장이 등이 방문했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굳은 표정으로 국화를 헌화하고 20초가량 묵념한 다음 별다른 발언 없이 분향소를 떠났다.

시민들의 발길도 계속됐다. 종로구 안국역 인근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은 A씨는 “길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다니 믿을 수 없는 일”이라며 “끔찍한 사고로 희생된 당사자나 유가족들을 생각하면 너무 슬프다. 다시는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추모와 함께 참사 수습 협력 및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스포츠계와 연예계의 애도도 이어졌다. 축구선수 손흥민과 소속팀인 토트넘은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위로를 전한다”는 뜻을 밝혔다.

합동분향소와 달리 이태원 일대는 한산했다. 평일 낮 시간대에도 사람들이 붐비는 카페와 식당은 스스로 영업을 중단하고 추모에 동참했다.

대다수의 상인들은 참사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국가 애도기간인 내달 5일까지 휴업하겠다는 분위기다. 참사 현장 인근은 사고 수습을 위해 배치된 경찰과 소방대원들이 자리를 지켰다. 일부 상인들은 이들에게 음료와 간식을 전달하며 고마움과 책임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빈소가 차려진 장례식장은 오열과 탄식이 끊이지 않았다. 한순간에 자식을 잃은 어머니는 연신 절규하며 오열을 멈추지 못했다. 아들, 딸, 형제와 연락이 닿지 않아 실종 신고를 했다가 사망소식을 들었다는 유가족들은 절망감에 주저앉았다.

10대 소녀부터 군인, 외국인 등 희생자는 연령대도 국적도 다양했다. 한국으로 유학을 왔다가, 여행을 왔다가 좁은 골목길에서 생을 마감했다는 안타까운 사연도 이어졌다.

교육부는 중학생 1명, 고교생 5명, 교사 3명 등 총 6명이 사망한 것과 관한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우선 시·도 교육청과 긴밀하게 협업해 학교가 조기에 안정화될 수 있도록 심리지원을 포함해 종합적 지원을 하고 학교 안전교육을 보완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대학생의 희생자의 경우 보건복지부가 공무원 일대일 지원 시스템을 꾸려 유가족에게 필요한 지원을 체계적으로 해 나갈 예정이다.

말 그대로 비극적인 참사에 세계 각국은 추모의 뜻과 함께 적극적인 지원의사를 전했다. 특히 지난 1일 축구장 참사가 발생한 인도네시아 측은 사건을 상세히 보도하며 “한국 국민들을 애도하며 다친 사람들의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고 했다.

정부는 사망자에 대한 장례비 지원을 약속하고 각종 행사 관련 개선방안 마련을 약속했다.

김성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본부 총괄조정관)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주최자가 없는 행사 개최는 유례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에 대해 지침이나 매뉴얼을 갖고 있지 않았다”며 “개선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kny06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