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 정규직 전환 없는 ‘체험형 인턴’ 고집
국책은행, 정규직 전환 없는 ‘체험형 인턴’ 고집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2.10.31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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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청년 인턴 수백 명 뽑지만 채용 연계 전무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국책은행들은 매년 1000명에 달하는 청년 인턴을 선발하지만, 정규직 전환으로 이어지지 않는 ‘체험형 인턴’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공공기관 경영정보공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3개(KDB산업·IBK기업·한국수출입은행) 국책은행이 지난해 선발한 청년 인턴은 총 1090명이다. IBK기업은행은 694명으로 가장 많았고, KDB산업은행(276명), 수출입은행(120명) 순이었다.

올해도 기업은행은 상·하반기 각각 350명씩 총 700명, 산업은행은 세 차례에 걸쳐 각 100명씩 총 300명의 청년 인턴을 뽑았다. 하지만 이 중에 정규직 전환 등 직접 채용을 목적으로 인턴을 모집한 경우는 없었다.

국책은행의 청년 인턴 채용은 정부의 ‘공공기관 청년 인턴 가이드라인’을 따른다. 정부는 지난 2008년부터 해당 가이드라인에 따라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정부 출연기업을 대상으로 청년 인턴제도의 운영을 권고하고 있다. 

미취업 청년층에게 일자리 기회를 제공해 청년실업 해소에 기여한다는 목적에서다.

청년 인턴제도는 ‘채용 연계형’(채용형)과 ‘체험형’으로 나뉜다. 채용형 인턴은 정식 고용을 목적으로 모집해 인턴 기간을 마치고 일정 기준 이상의 근무 평가를 받으면 정규직 전환의 기회를 얻는다.

반면 체험형은 정규직 채용이나 재계약 보장 없이 정해진 기간 업무를 경험하는 수준에 그친다. 국책은행들은 이 체험형 인턴만 고집하고 있다.

체험형 인턴은 채용 기간이 최대 6개월로 짧고 급여 수준도 낮다. 국책은행들의 청년 인턴 채용공고를 보면 보통 주 35~40시간, 1일 7~8시간 전일제로 일반 직장인들과 다름없이 근무한다. 

하지만 이들의 급여는 올해 하반기 기준 △기업은행 176만원(주 35시간·이하 세전 기준) △수출입은행 200만원(주 40시간) △산업은행 204만원(주 40시간)으로 최저임금을 겨우 넘긴 수준이다.

국책은행과 달리 민간은행에서는 채용형 인턴 선발이 활발해지는 추세다. 하나은행은 올해 6월 글로벌·기업금융·자산관리와 디지털 등 분야에서 두 자릿수 규모의 채용형 인턴을 모집했다. 농협은행도 하반기 들어 IT 부문에서 채용형 인턴을 선발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이달 들어 각각 두 자릿수 규모의 인턴 모집을 진행 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체험형 인턴은 직접 고용으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인턴십 수료자가 공채 지원 시 서류·면접 전형 과정 등에서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

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