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포커스] 윤대통령 "법정시한 내" 호소… '예산정국' 순항할까
[정치포커스] 윤대통령 "법정시한 내" 호소… '예산정국' 순항할까
  • 김가애 기자
  • 승인 2022.10.26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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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조해주면"… 여야 극한 대치에 시정연설 '보이콧 사태'까지
시정연설 불참엔 "좋은 관행은 지켜져야"… '준예산 검토' 부인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협조를 거듭 당부했다. 그러면서도 시정연설을 보이콧 한 데 대해서는 불편함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여야가 강대강으로 맞붙은 상황에서 법정시한 내 예산안 처리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자, 대통령실 일각에서는 '준예산'을 검토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 윤대통령 "집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주시면"

윤 대통령은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법정시한 내에 예산안 심사를 마쳐서 내년부터는 우리 취약계층의 지원과 국가발전과 번영에 필요한 예산을 집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주시면 하는 그런 마음이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전날 시정연설에 대해 "국민 혈세를 어떻게 쓸 것인지를 국회와 국민, 국내외 시장에 알렸다"면서 "지금 건전재정 기조로 금융안정을 꾀한다는 정부의 확고한 정책 방향을 국내외 시장에 알림으로써 국제 신인도를 확고하게 구축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도 사회적 약자를 위한 예산을 충분히 고려했다며 재정건전성을 사수하겠다고 나섰다.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건전 재정이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에 작년도 추경까지 포함한 전체 예산보다 (내년도 예산에서) 6%를 줄였다"며 "올해 예산의 특징은 노인 또 장애인·아동·여성과 약자 지원에 대한 격차해소에 약 11%가 증가를 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체적으로 줄일 곳은 줄였으나 써야 할 격차해소에 대한, 노인이나 장애인·아동·여성 분야에는 11%를 늘렸고,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대한 미래 먹거리 예산도 3% 늘렸다"면서 "이런 부분을 늘려놨는데 한두개 수치를 가지고 전체인 것처럼 공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성 의장은 "민주당이 도와주지 않으면 법안 통과가 되지 않아 굉장히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했다.

◇ 민주 "재정 건전성 들먹이며 민생예산 칼질"

이처럼 윤 대통령과 여당이 법정 시한 내(12월2일) 예산안 처리를 호소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법정 시한 내 처리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연내 예산안 처리도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장 169석의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대폭 수정을 예고한 상태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재정 건전성을 들먹이며 시급한 민생예산은 칼질했다"며 "약자복지는 어불성설이자 약자무시이고 약자약탈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60조원에 달하는 초부자감세와 1조원이 넘는 대통령실 이전 예산을 반드시 막아서 제자리로 돌려놓겠다"며 "노인과 청년 일자리 창출 예산, 중소상공인과 지역 경제 회생 예산, 공공주택 확충 예산 등 국민 삶을 지키는 민생 우선 예산으로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성환 정책위의장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위 부자들한테 세금 깎아주면서 그것을 오히려 멀쩡한 국민과 공기업의 재산을 매각해서 벌충하려 하고 그 줄어든 만큼 여러 가지 민생 예산을 사실상 깎았다"며 "얼핏 보기만 해도 민생경제 예산을 거의 10조원 이상 삭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대표적인 게 어르신 일자리 6만개 이상을 줄인 것인데, 노인 일자리들을 불필요한 일자리라고 다 줄이면 연금도 취약한 어르신들이 무엇으로 생활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이어 "지역화폐도 마찬가지로 코로나 시국에 지역화폐가 지역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많이 됐지 않나. 그것도 전액 삭감해버렸다. 또 내일채움공제와 같은 청년 예산도 대폭 깎았다. 그렇게 하고서 복지 자연증가분에 조금 얹혀놓고 복지예산을 늘렸다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야당이 불참해 절반 이상이 텅 비어있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야당이 불참해 절반 이상이 텅 비어있다. (사진=대통령실)

 

◇ 野, 헌정사 첫 시정연설 '보이콧'… 윤대통령 "관행 무너져"

여기에 예산안 심사와 검찰 수사 시기와 맞물리면서 정국은 '시계제로' 상황에 놓일 가능성도 있다. 

실제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를 향해가는 검찰 수사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으며, 전날 시정연설에 불참하기도 했다. 

야당 의원들이 국무총리 대독 형식의 시정연설에 불참한 적은 있으나,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시정연설에 불참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민주당은 시정연설이 있던 25일에 이어 26일에도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국회 본청 앞 계단에 모여 '민생파탄' '검찰독재' 피켓을 들고 규탄시위를 벌였다.

이에 윤 대통령은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에서 "(시정연설에) 의원님들께서 전부 참석 못한 게 아쉽다"면서 "국회를 위해서도 바람직한것인지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윤 대통령은 "안타까운 건 정치 상황이 어떻더라도 과거 노태우 대통령 시절부터 지금까지 30여년간 우리 헌정사에 하나의 관행으로 굳어져온 게 어제부로 무너졌기 때문에 앞으로 정치 상황에 따라 대통령 시정연설에 국회의원들이 종종 불참하는 일들이 생기지 않겠나 싶다"고도 했다.

또 "결국 대통령 뿐 아니라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더 약해지는 것 아닌가"라며 "좋은 관행은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 있어도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 '준예산 집행' 가능성까지?… 대통령실 "사실 아냐"

이처럼 정부여당과 야당간 대치 전선이 가팔라지면서 법정 시한 내 예산안 처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대통령실에서 준예산 집행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이야기가 정치권에서 나온다. 

준예산은 내년도 예산안이 올해 회계연도 마지막 날인 12월 31일까지 처리되지 못할 경우 최소한의 예산을 전년도 예산에 준해 편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1960년 준예산 제도가 도입된 이후로 지금까지 준예산이 편성된 사례는 없었다.

대통령실은 민주당이 전날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시정연설 보이콧을 감행한 만큼 준예산 사태도 배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사실이 아니다"며 "내부적으로 준예산 집행 가능성을 검토한 바 없다"고 일축했다. 

한편 여야는 오는 11월 4일 공청회를 시작으로 예산안 심사에 본격 돌입하기로 합의했다. 

이어 7일과 8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종합정책질의를 진행하고, 비경제부처와 경제부처 심사를 진행한 뒤 30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의결할 예정이다.

ga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