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포커스] 국민의힘, 격랑 속으로… '이준석 가처분 인용' 파장
[정치포커스] 국민의힘, 격랑 속으로… '이준석 가처분 인용' 파장
  • 강민정 기자
  • 승인 2022.08.27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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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주호영 직무 집행 정지 판결 즉각 반발
당 안팎서 '무리수' 비판 잇따라… 향방은
법원이 국민의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의 직무 집행을 본안판결 확정 때까지 정지해야 한다며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국민의힘을 상대로 제기한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한 26일 오후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를 마치고 서울 여의도 국회 비상대책위원장실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법원이 국민의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의 직무 집행을 본안판결 확정 때까지 정지해야 한다며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국민의힘을 상대로 제기한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한 26일 오후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를 마치고 서울 여의도 국회 비상대책위원장실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내홍이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준석 전 대표가 당과 주호영 비상대책위(비대위)원장을 대상으로 제기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26일 일부 인용, 주 비대위원장에게 직무 집행 정지 판결을 내리면서다.

앞으로 국민의힘과 이 전 대표 사이 갈등 양상이 어떻게 흘러갈지 많은 관심이 모인다.

◇주호영 "매우 당혹… 헌법정신 훼손"
"이준석, 아직 '전' 대표"… 맞대응 나서

국민의힘은 법원 판결에 대해 즉각 반박하고 서울남부지방법원에 가처분신청 결과에 대한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매우 당혹스럽다"며 "정당의 내부 결정을 사법부가 부정하고 규정하는 건 정당자치라는 헌법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비상상황이 아니라는 오늘의 가처분 결정은 납득할 수 없다"며 "당의 비상상황에 대한 판단은 당이 자체적으로 판단하는 게 옳다"고 반론, 당내 의견을 수렴해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오늘 법원의 결정은 국민의힘이 당헌에 대한 자체 유권해석에 따라 진행한 절차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이라며 "정당의 자율권을 지나치게 침해한다"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법원의 결정에 대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의사를 부정하는 것이며, 당내 문제에 대한 지나친 개입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상임전국위원회의 정당한 유권해석을 법원이 임의로 뒤집은 건 정당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비상식적인 결정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은 이날 이 전 대표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결과에 대한 이의신청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제출했다.

이들은 지난 1994년 종교단체 조계종 '비상사태'에 대해 "정당과 같이 자율적인 내부 법 규범을 갖고 있는 특수한 부분사회에서의 분쟁은 그것이 일반시민법 질서와 직접 관계를 갖지 안는 내부적 문제에 그치는 한 그 자주적·자율적 해결에 맡기는 게 적절하다"라고 판시한 서울민사지방법원 판결문을 언급, 이의신청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심문 기일은 다음 달 14일 오전 11시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법률지원단장 유상범 의원은 이날 여의도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오늘 가처분 결정에 대한 이의 신청을 제기했으며,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서울고법에 항고하겠다"고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유 의원은 법원 판결에 대해 "가처분은 비대위원장 직무 집행만 정지한 것"이라면서 "그게 무효가 되는 즉, 본안 (판결)에 의해 '비상상황에 대한 결정이 잘못됐다'는 게 최종 확정되기 전 까지는 비대위 발족 및 비대위원들의 임명 등은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번 가처분 내용에는 절차적 하자 즉, 절차적 과정에 대한 건 잚소했단 게 하나도 없다"며 "'비상 상황'이라고 상임전국위에서 유권해석한 부분에 대해 법률의 적용이라는 납득할 수 없는 사법의 잣대를 들이대 부정하면서 결국 주 비대위원장의 직무집행 정지를 했다"고 반발했다.

이 전 대표에 대한 호칭과 관련해선 "이준석 '전' 대표가 맞다"라면서 "지금 비대위 발족 자체는 유효한 상태고 가처분은 비대위원장 직무 집행만 정지한 것이므로 비대위원도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비대위원장의 사고·궐위에 대한 규정은 현행 당헌당규에 명시돼 있지 않으나 비대위원장이 당대표 권한을 행사하므로 '당대표 사고나 궐위' 관련 규정을 준용, 향후 권성동 원내대표 직무대행 체제로 복귀할 가능성이 크다. 

의원총회(의총)을 열어 신속한 대책 마련에도 나선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전체 의원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내일(27일) 오후 4시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긴급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지역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의총에 반드시 전원 참석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17일 오후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을 마친 후 법원을 빠져나오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지난 17일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을 마친 후 법원을 빠져나오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李 측 "역사적 판결… 엄중 이행하라"
대통령실 별도 입장 없어… 당무 선긋기 

이준석 전 대표 변호인단은 이날 법원 판결에 대해 "존중한다"면서 "이번 결정은 사법부가 정당민주주의를 위반한 헌법파괴 행위에 대해 내린 역사적 판결"이라고 치켜세웠다.

이들은 "법원은 국민의힘 비대위가 탄생하는 일련 과정에 절차가 위법할 뿐만 아니라 내용상으로도 무효라고 판단했다"라면서 "법원은 '일부 최고위원들이 국민의힘 지도체제 전환을 위해 비상상황을 만들었는데, 이는 지도체제 구성에 참여한 당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정당민주주의에 반한다'며 '국민의힘 당헌 제96종서 규정한 비상상황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채무자 국민의힘에 대한 각하 결정은 주호영 비대위원장 직무정지 결정의 사전적인 단계에 불과하므로 별도 결정할 필요는 없다는 취지"라며 "국민의힘은 법원의 결정을 엄중히 이행해야 한다. 비대위원장의 직무를 정지하고, 사퇴하지 않은 최고위원으로 최고위를 구성해야 하며 사퇴한 최고위원은 당헌 제27조 3항에 의해 선출돼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법원의 판결 결정에 앞서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가처분 인용 여부 관련해 "만약 인용(판결)이 나오면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할 거다. 누가 이런 무리한 일을 벌였는지에 대해"라며 "난 그 일에는 끼지 않을 거다. 자기들끼리 알아가지고 (해라)"고 냉소적인 태도를 내비쳤다.

진행자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더라도 절차에 문제가 있다면 그걸 고쳐서 다시 하면 된다'는 주 비대위원장의 입장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엔 "그렇게 하면 당이 희화될 것"이라면서도 "그렇게까지 감수하면서 하겠다면 안 말린다"고 쏘아붙였다.

이 전 대표는 "그런데 그거야 말로 정당이, 여당이란 곳이 큰 길로 안 가고 작은 길로 계속 구석구석 다니는 모양새이기 때문에 (보기에) 좋지는 않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대통령실은 이에 대해 별도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당무에 선 그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이와 관련해 "법원 결정에 대해 대통령실이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주고받은 텔레그램에서 윤 대통령이 이준석 전 대표를 향해 '내부총질'이라고 언급한 내용이 유출되면서 큰 파장이 불거졌고, 일각에선 당무 개입이라는 취지의 비판도 나왔다.  

이 전 대표 역시 텔레그램 메시지 유출 이후 윤 대통령을 향해 날선 발언을 쏟아냈다.

이런 정치권의 시각을 우려, 이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 398회 임시회 6차 본회의 대정부 질문 도중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문자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 398회 임시회 6차 본회의 대정부 질문 도중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문자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치권, 국힘 비대위 전환 과정 쓴 소리
野 "'비상상황' 서동요… 체리따봉 충성 경쟁"

당 안팎에서는 국민의힘 비대위 전환 과정에 대한 쓴 목소리가 들렸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법원이 우리 당의 폭주에 제동을 걸었다"라면서 "파국만은 막아야 한다는 안팎의 호소를 무시하고 정치로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걷어찬 결과, 법원에 의해 당의 잘못이 심판받은 거다. 현 위기 상황에 대한 정치적 해법을 거부한 당 지도부는 이 파국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가짜 비상상황을 만든 국민의힘이 진짜 '비상상황'을 맞이했다"고 비판했다.

신현영 대변인은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국민의힘을 겨냥해 "서동요 부르듯 '우리 당이 비상상황입니다!'하고 외쳐대며 비대위를 꾸리더니, 비대위원장 직무집행 정지라는 초유의 비상상황을 맞이했다"며 이같이 비꼬았다.

신 대변인은 "이 사태의 원인은 윤석열 대통령이 하사하는 체리따봉을 받기 위한 과도한 충성경쟁이 아니었는지 되돌아보기 바란다"라면서 " 대통령의 당무 개입으로 빚은 참사는 더 이상 일어나선 안 된다"고 질타했다.

이 밖에도 "국민의힘은 집권 여당으로 민생을 돌봐야함에도 권력투쟁에만 매진했던 걸 지금이라도 반성하고 깊이 사죄해야 한다"라면서 "더 이상의 혼란은 민심을 거스르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낯뜨거운 권력 투쟁은 이제 멈추고 책임있는 정부 여당의 모습을 찾기 바란다"고 몰아세웠다.

mj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