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이전 본격화…"금리 변동성 변수"
한국씨티은행의 소매금융(소비자금융) 사업 철수 작업이 본격화되면서 8조원이 넘는 신용대출을 두고 은행 간 유치경쟁은 뜨거워질 전망이다. 내달부터 대출 대환(갈아타기) 작업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물량확보 여부가 관전 포인트로 떠오른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이르면 오는 7월부터 다른 시중은행으로의 개인 신용대출 이전을 개시한다.
은행 차원에서 제휴를 맺고 기존 한도와 금리 등 주요 대출 조건을 반영해 대환을 받을 후보 은행으로는 KB국민은행과 토스뱅크 등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씨티은행의 모회사인 씨티그룹은 지난해 10월 한국을 포함한 13개 국가에서 소매금융 사업 출구전략을 추진키로 했다. 이에 따라 한국씨티은행 역시 단계적으로 사업 철수 계획을 세웠고, 지난 2월부터 예·적금과 개인 대출 등 모든 소매금융 관련 상품에 대한 신규 가입을 중단했다.
씨티은행과 금융당국은 1월 소비자금융 보호 계획을 발표하고 하반기부터 개인 신용대출 소비자 중 희망자에 한해 타 금융기관으로 대환할 수 있는 지원방침을 정했다.
씨티은행에 남는다면 대출 만기 연장을 2026년까지 할 수 있지만, 이후에는 소비자의 대출 잔액과 채무상환 능력 등에 따라 최대 7년간 분할 상환해야 한다. 결국 대출을 장기간 유지하려는 소비자는 대환을 단행할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3월말 기준 씨티은행의 가계 자금 대출 규모는 11조원가량이며 이중 신용대출은 8조409억원이다.
이처럼 대규모로 풀리는 씨티은행의 대환 물량은 다른 은행에는 탐나는 매물이다.
5대(KB·신한·하나·우리·NH농협) 주요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709조529억원에서 지난달 701조615억원으로 다섯 달 새 7조9914억원 쪼그라들었다. 금리 상승기에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수요가 줄어든 까닭이다.
가계대출의 역성장은 곧 은행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8조원 규모의 신용대출 유입은 실적 감소를 막고 앞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기회로 평가된다.
씨티은행 대출자산의 상당수는 고신용자로 구성돼 있어 우량자산으로 평가받는다. 게다가 대환대출은 앞서 한 차례 이상 대출 심사를 통과한 전적이 있는 만큼 검증된 자산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씨티은행 신용대출 대환 물량에 한해서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와 가계대출 총량 관리, 신용대출 한도 규제를 적용하지 않기로 한 만큼 리스크 부담도 낮다.
이를 잡으려는 은행들의 경쟁이 뜨거워진 셈이다. 대환대출 소비자를 겨냥한 전용 상품 출시를 예고하거나 중도상환수수료 등 대출 부대비용을 면제해주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일부 은행에서는 씨티은행 출신 프라이빗 뱅커(PB)를 고용해 그들이 과거에 맡았던 소비자를 함께 데려가는 전략도 세웠다.
다만 최근 변동성이 확대된 금리가 변수다. 금리가 빠르게 치솟는 상황에서 기존의 대출 조건을 모두 유지한 채로 대환을 받는다면 앞으로 역마진도 우려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 은행의 소비자 대다수가 다른 은행으로 옮기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많은 우량자산을 확보할 수 있어 은행들이 경쟁에 참여하고 있지만 최근 금리 변동성이 커진 만큼 대환 조건에 따라 향후 역마진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고 주장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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