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포커스] 당 내홍 들끓는 여야… 당권 패권 경쟁 개막
[정치포커스] 당 내홍 들끓는 여야… 당권 패권 경쟁 개막
  • 강민정 기자
  • 승인 2022.06.11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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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이준석vs친윤… '혁신위' '세력화' 뇌관 곳곳
민주, 우상호 비대위 출범… 친이-반이 갈등 묶나

거대 양당이 '상대방'이 있던 선거를 마치자 당권 패권 경쟁에 들어갔다. 이들이 당권에 주목하는 이유는 '공천권' 때문이다. 본선에 나가기 위해선 당내 경쟁을 통해 공천 티켓을 먼저 손에 쥐어야 한다. 당내 세력이 중요하다. 이듬해 총선을 앞둔 상황 속에서 당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배경이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우크라이나 방문을 마치고 지난 9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우크라이나 방문을 마치고 지난 9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친윤, 세력화 시도?… 이준석 "사조직" 직격

국민의힘은 혁신위원회(혁신위)를 중심으로 이준석 대표와 대표적 친윤계 인물로 꼽히는 당내 최다선 정진석 의원이 날 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로 분류됐던 권성동 원내대표는 당 내홍을 진압하는 듯하면서도 친윤 측으로 은연 중에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 의원을 향해 "오늘 소이부답(笑而不答·웃을 뿐 대답하지 않는다)하겠다고 하니까, 하시면 되는데 그걸 '나 조용히 하겠음'을 글로 올려 놓고 조용히 하겠단 의아한 반응"이라며 "소이부답은 행동으로 하는 거지, 소이부답을 소이부답하겠다고 올리는 게 소이부답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에 '소이부답'이라고 적힌 액자 사진을 겨냥했다. 전날 이 대표의 "당내 소속 의언, 최고위원, 당대표를 저격해 자기 입지를 세우려는 사람이 당을 대표하는 어른일 수 있나"라는 발언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이 가운데 '친윤(親尹)'계 의원들이 전날 대규모 의원모임 '민들레(가칭, 민심 들어볼래?)'을 조직한단 이야기가 퍼지며 당내서 친윤 대 비친윤 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는 모습이다. 사실상 모든 의원이 참여 가능한 '오픈 플랫폼' 형식이나 이용호·이철규 의원을 비롯해 장제원 의원 등 범친윤계 인물들이 주축이 되며 친윤계 세력화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표는 전방에 서서 이들을 비판했다. 그는 이날 "당정청 연계 기능을 담당하는 공조직은 구성돼 있는데, 그것에 해당하지 않는 비슷한 기능을 하는 조직은 사조직"이라며 "당정청(당정대, 당·정부·대통령실) 간 연결 기능을 누가 부여했나"라고 직격했다.

이에 대해 장제원 의원은 해당 모임이 참여에 제한을 두지 않는 '오픈 플랫폼'임을 강조하며 일련의 우려에 반감을 드러냈다.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당 6.1 지방선거 당선자 대회 및 워크숍에서 권성동 원내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당 6.1 지방선거 당선자 대회 및 워크숍에서 권성동 원내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권 원내대표는 "당 공식 당정협의체가 있는데 별도로 국민에게 오해받을 수 있는 그런 의원들의 모임은 부적절하다 생각한다"면서도 "내가 확인해 보니까 순수한 공부 모임, 그다음에 오픈 플랫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부 모임이다 이렇게 들었다"고 해명했다.

다만 "일반적으로 말씀드리면 단순한 공부 모임 이상으로 비칠 수 있는 모임은 자제, 지양하는 게 맞고 만약에 그런 의도가 있는 모임이라고 한다면 내가 원내대표로서 앞장서서 막겠다"면서도 "그런데 확인해 보니까 그런 건 아니었다"고 확대 해석을 거듭 경계했다.

이 대표와 정 의원 간 논란에 대해서도 "감정이 지나치게 섞이고 여과 없이 표출되는 건 지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일각에서 나온 '당대표 흔들기'에 대해선 "당대표는 전당대회에서 선출됐고 임기가 보장돼 있기 떄문에 누구 하나, 한 개인이 흔들어서 당대표 궐위 상태가 생기진 않는다"고 부인했다.

아울러 "22대 국회(의원) 공천도 차기 지도부에서 행사하는 권한이기 때문에, 지금 대표와는 좀 무관한 일이 아닌가"라며 "그렇기 때문에 차기 국회의원 공천 때문에 문제제기를 했다고 보는 것도 지나친 억측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선 그었다.

권 원내대표는 일련의 사태에 대한 이 대표의 대응을 염두한 듯 "회사도 마찬가지로 사장이 비판받는 자리지 칭찬받는 자리는 아니지 않나. 그래서 그런 비판에 대해 조금 더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며 "그런 비판에 대해 그걸 또 일일이 대응하거나 대꾸할 필요도 없다. 정말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만 본인이 얘기를 하면 되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든다"고 뼈 있는 말을 남겼다.

논란의 혁신위는 출범 채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혁신위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들이 당 관리와 더불어 '공정한 공천제도 시스템'을 만드는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혁신위원장을 맡은 최재형 의원에 따르면 혁신위 규모는 15명 정도이며, 최고위원 추천 외에 위원장이 추천하는 위원들을 추가 선임할 예정이다.

최 의원은 이날 이 대표와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 당 외부에서도, 현역 의원 외에 당내 인사도 들어오실 분이 있을 것 같다"면서 "개혁적인 성향을 가진 분, 또는 그렇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분도 많이 들어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청년·여성 영입 부분에선 "최고위원들 추천을 보고 그런 부분이 부족하면 내가 청년·여성들을 혁신위에 들어오게 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내정된 우상호 의원이 10일 서울시 중구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열린 제35주년 6·10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우상호 의원이 10일 서울시 중구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열린 제35주년 6·10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상호號' 과제 산적… 전당대회 규칙 변경 주목

더불어민주당에선 이날 '우상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공식 출범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중앙위원회를 열고 투표를 실시한 결과 우상호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하는 인준안을 92.7%의 찬성률로 통과됐다고 알렸다.

비대위원으로는 한정애(3선)·박재호(재선)·이용우(초선) 의원과 당연직으로 박홍근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원외 인사로 김현정 원외위원장협의회장이 이름을 올렸다. 아직 청년·여성·기타 3인 몫의 비대위원은 비어있는 상태다.

비대위의 가장 큰 책무는 친이(親李)와 반이(反李) 간 화합을 일궈내는 것이다. 이번 6.1 제8회 동시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하자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은 이재명 상임고문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졌다. 

앞서 당권 도전이 유력하게 거론됐던 이 고문은 해당 선거와 함께 개최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인천 계양을에 당선, 금배지를 달며 원내 인사로 진입했지만 사실상 발목이 잡힌 셈이다.

박용진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그거야 말로 본인이 판단할 일"이라면서도 "이재명 의원은 당의 중요한 자산인데, 당장 지방선거 때 투입하고 또 여기가 좀 묵직한 자산, 정치적 자산이니까 이번 전당대회 때도 또 투입하고 자꾸 이런 식으로 하는 게 나는 당의 중요한 자산을 조급하게 현금화 하려고 하는 단타 매매 현상으로 좋게 보진 않는다"고 꼬집었다.

친이계 의원으로 거론되는 김남국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내 개인 견해는 열려 있는 상황"이라며 "가장 중요한 건 지금 당 상황에서 우리 당을 바꿀 수 있는, 혁신하고 쇄신하는 모습을 확실하게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 당대표가 돼야 한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홍영표 의원을 비롯한 일각에서 이 의원의 출마가 '선당후사'에 따른 게 아니었다는 비판에 대해선 "홍영표 의원은 반대하는 의원 중 한 명이었을 순 있지만 또 많은 여러 당내 의원들 중에선 이재명의 출마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분들이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지지자들이 투표장까지 나오게 하려면 대선 때의 어떤 아쉬움, 그런 것들을 통해갖고 지방선거를 이끌 수 있는 장수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이라고 부언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 첫출근해 의원실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지난 7일 국회 의원회관에 첫출근해 의원실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 경우 전당대회 룰을 두고 이견이 오간다. 현행 당규에 따르면 전당대회 기준 6개월 이전 입당한 권리당원에게 투표권을 준다. 이 경우 3.9 대선을 기점으로 입당한 이재명 지지자, 일명 '개딸(개혁의 딸)'들은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이에 당규를 개정해 이들에게도 투표권을 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투표 반영 비율도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 민주당은 대의원 45%, 권리당원 40%, 일반 국민 여론조사 10%, 일반당원 여론조사 5%를 반영한다. 이를 두고 일반 국민 여론 비중이 너무 적다는 비판도 있다.

박 의원은 "민심에게 폐쇄적인 선출 방식이라서 이걸 개방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대의원과 권리당원은 강성 지지층이고, 일반 국민이라 그러지만 여론조사 방식은 역선택 방지조항이 있어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 다른 당 지지자들은 여기 참여를 못한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지금 지지율이 30% 안팎인데 나머지 국민 70%의 의견은 듣지도 않겠다고 하는 이런 여론조사 방식으로 무슨 국민의 민심을 듣겠느냐"며 "사실상 이렇게 되면 전당대회 출마하는 모든 당대표 후보들은 강성 지지층의 입맛에 맞는 이야기만 하고 또 강성 주장만 하게 된다"고 짚었다.

우 위원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전대(전당대회)에 출마할 선수들이 합의하든지, 당내 구성원의 60~70% 이상이 동의해야만 룰 변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 의원은 "비대위원장으로선 아무래도 룰 변경이 됐을 때 어느 후보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면 안 된다는 공정성 차원에서 그런 발언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이야기한 것처럼 모든 후보들이 동의한다고 하면 충분히 변경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또 "(출마자들의) 동의를 이끌어내야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당대표 출마하는 분들이 당원과 민심의 표를 두려워한다면 출마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압박했다.

한편 우상호 비대위는 이날 저녁 회동해 첫 상견례를 한다. 이 자리에서 향후 비대위 향방 등이 논의될 것으로 관측된다.

mj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