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긴축 돌입으로 글로벌 금융환경이 요동치고 있다. 우리도 금리 인상기에 접어든 가운데, 금융권에서 각자 나름대로의 계산으로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에 나서 시선이 모아진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이 이 물결에 가장 앞서나가는 양상이다. 같은 등급의 회사채보다 금리가 더 높다는 점에서 우선 점수를 받는다. 아울러 여러 경제 불확실성에도 '은행불사' 심리가 작용한다. 뿐만 아니라 요새는 객관적인 은행의 건전성 지표도 탄탄하다.
KB금융은 연초 예정금액이었던 3350억원에서 발행 가능 금액인 5000억원까지 증액하는 기염을 토했고, 신한은행도 3230억원을 성사시켰다.
여기에 하나금융도 꿈틀대고 있다. 다음달 4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런 발행 러시는 BIS(국제결제은행) 비율 관리 등 자본확충 활용 필요 때문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BNK금융 산하 자매은행들인 부산은행이 1500억원, 경남은행도 2000억원으로 발행에 나섰는데, 이들은 코로나19 특수로 대출자산을 급격히 늘려 잠재적 부실 우려가 크다. 경남은행은 2021년 15개 일반은행 중 부실채권 비율 1위를 기록했다. 이를 보완할 작업이 필요한 것.
보험권도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관심이 크다. 코리안리재보험은 이달 말 약 2000억원어치를 발행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한화생명 등도 발행을 저울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긴축으로 올해 이후 업황이 당분간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마음이 급하다는 특성이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지난 3월 20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시장에서 소화시켰다. 우발채무 비율 축소 및 순자본비율(NCR) 등 제반 재무비율 개선을 통해 장기신용등급 오름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 상황이 예측 불능이라는 문제 때문에, 우발채무 등에서 크게 사정이 나쁘지 않아도 해 볼만하다는 인식이 퍼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KB증권 등 회사들이 우발채무 문제가 적으면서도 신종자본증권 발행 대열에 동참한 이유가 있는 것.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금융사 신종자본증권 금리가 회사채보다 높은 건 금융당국으로부터 부실금융사로 지정될 경우 이자를 못 받을 수 있다는 조건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큰 이자 부담을 안고 발행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상황이 급변할 경우, 누리는 효과보다 발행 금리 상승으로 높은 이자 비용의 여파가 더 클 수도 있다. 유행처럼 발행 러시에 뛰어드는 경향이나 같은 업종 회사와 발행성사액수 자존심 대결을 벌인다는 후문은 우려스럽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유의할 점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부실금융사 지정이 꼭 남의 이야기는 아니다. 호황을 이어가던 주식시장이 금리 상승과 맞물려 하락 국면을 맞이하자 일부 투자자들이 신종자본증권 발행 금리 조건에만 혹해 주식시장 대안쯤으로 투자에 경솔히 나선다는 우려가 있다. 업종 분석을 통해 옥석 가리기를 해야 한다는 당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