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금 수령 더욱 어려워진다
실손보험금 수령 더욱 어려워진다
  • 김보람 기자
  • 승인 2022.04.11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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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 부지급 건수 증가…손해율 심사 기준 강화
(사진=신아일보DB)
(사진=신아일보DB)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 보험금 수령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실손보험 손해율을 막기 위한 금융당국의 심사 기준 개선 방향과 의료 자문 등 보험사의 자체 심사가 더욱 강화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다만 보험 사기, 과잉진료를 막기 위한 심사 기준 강화가 선량한 보험 소비자의 보험금 거부 등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보험사는 올해를 실손보험 누수 방지의 원년으로 삼았다.

실손보험 적자가 수조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17년 이후 실손보험 적자 규모는 10조원에 달한다. 지난해에만 3조원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이달부터 금융감독원과 보험사들은 일부 보험사에 적용됐던 인공수정체 수술 보험금 지급 기준을 '세극등현미경검사' 결과 백내장으로 확인되는 경우에만 지급한다. 

또 오는 18일부터 5월31일까지 백내장 보험 사기 특별포상금 지급 기간으로 정하고 이 기간 제보 건에 대한 수사 진행 시 현행 포상금 최대 10억원 외 3000만원을 더 지급하기로 했다. 

기존 진단서, 수술확인서 등으로 확인됐던 보험금 지급 결정을 까다롭게 하고 불법 과잉진료 수사도 강화하는 것이다.

도수치료의 경우 20회 등 일정 치료 이후 의사 소견서를 제출해야 한다. 치료가 더 필요한 경우에 대해서는 의료자문을 받는다.

다만 의료자문 등 심사 기준 강화가 보험 사기와 과잉진료 등을 막기 위한 제도가 아닌, 단순 보험금 지급 거부에 악용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의료자문은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여부를 심사·결정하는데 의학적 전문가 판단이 필요한 경우에 활용되는 제도다.

손해보험협회 '손보사 의료자문 현황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주요 손보사 보험금 청구건수는 2904만9673건으로 이 중 의료자문을 실시한 청구건은 2만2589건으로 집계됐다. 

청구건수와 의료자문 실시 건수 모두 상반기 대비 각각 10.6%, 14.8% 증가했다. 

특히 같은 기간 의료자문을 통한 보험금 부지급 건수도 630건에서 1036건으로 64.4% 뛰었다.

의료자문 결과가 보험금을 감액하거나 지급 거절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이에 금융소비자연맹(이하 금소연)은 손해보험사 보험금 지급 거부 횡포에 대한 소비자 주의보를 발령했다.

금소연은 "손해보험사들이 의료자문 제도를 활용해 보험금 청구 10건 중 8건을 지급 거절하고 있다"며 "보험사가 의료 기관에 자문을 구하는 과정에서 진단명을 변경하는 등의 방법으로 보험금을 덜 주거나 지급하지 않는 꼼수"라고 주장했다.

실제 금소연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이화여자대학병원에서 '뇌졸중'으로 진단받고 뇌졸중 진단 보험금(1000만원)을 청구한 보험 가입자에게 자사 자문의의 의료기록 판독에 대한 '혈관의 협착 정도가 50% 미만'이라는 의료자문 소견으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배홍 금소연 보험국장은 "환자를 치료하고 진단한 주치의 의견을 완전히 무시하고 환자를 보지도 않은 보험사의 자문료를 받는 자문 의사가 진료기록만을 보고 진단명을 바꾸거나 부지급의 근거로 삼는 것은 의료법을 위반한 불법행위일뿐만 아니라 소비자를 우롱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학병원에서의 진단이라도 자문의와의 괴리감이 상당하다"며 "또 보험 가입 전의 증상, 사고 발생으로 인한 질병·상해 악화 등 보험금 지급을 위한 기준이 모호할 때 의료자문 기관의 도움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qhfka7187@shinailbo.co.kr